로고

그는 너무 예뻤어! 박진영 구굴 비욘드 K-Pop 콘서트

이종학 | 기사입력 2013/09/14 [12:35]

그는 너무 예뻤어! 박진영 구굴 비욘드 K-Pop 콘서트

이종학 | 입력 : 2013/09/14 [12:35]


재즈 자이언트 중에 마일스 데이비스란 트럼페터가 있다. 말년의 그는 거의 황제와 같은대접을 받아서 예를 들어 스웨덴에 공연을 가면 국왕이 직접 공항에 나왔고, 일본에 가면 도쿄 돔을 가득 채울 만큼 관객들이 몰렸다. 이런 그도 시카고나 뉴욕의 조그마한 클럽에 가면 긴장한 상태로 트럼펫을 분다. 왜 그럴까?

 

지난 9월 12일, 청담 CGV에 소재한 M-Cube 관에서 열린 구글 플러스 주최 비욘드 K-Pop 공연에 저녁 9시가 넘어서 등장한 박진영 역시, 약간은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거물이, 이런 작은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마일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그들은 박진영의 팬들이다. 그것도 진짜 팬들이다. 그냥 라디오나 버스에서 흘려들었던 사람들이 아니다. 앨범을 꼬박꼬박 사서 듣고 또 듣고 했으며, 일생의 어떤 중요한 순간에 그의 음악이 일종의 사운드트랙처럼 울려 퍼졌던 경험도 갖고 있다. 마일스가 긴장한 것은 작은 클럽 안을 메운 인물들이 그의 음악을 잘 알뿐더러 심지어 취미로 연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듯, 박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번 무대는 더 없이 소중하다 하겠다.

 

이번 공연이 눈길을 끈 것은, 무려 19년간 이어져 온 가수 활동에 일종의 이정표를 찍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바로 직전에 앨범을 발표하면서,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고 앞을 전망해보는 계기를 가졌던 것이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로, 본인에 따르면 중동과 이스라엘을 돌며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번 무대는 여러모로 특별했던 것이다.

 

박진영은 완벽주의자다. 팬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일에서, 작곡에서, 노래에서, 연애에서 모두 그는 완벽을 원한다. 매 순간 승부수를 던져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최선을 다해 어떤 성과물을 얻어내려고 한다. 바로 그런 도전 정신이 오랜 기간 팬들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이번 무대 역시 다양한 세션과 초대 손님으로 가득해, 얼핏 보면 거대한 돔이나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공연 못지 않았다. 참 대단하구나 찬탄했다.

 

오프닝을 장식한 를 보자. 중간에 우렁찬 성량을 자랑하는 남궁승옥이 나오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래퍼 신이도 나왔다. 처음부터 쾅, 강력한 임팩트를 줘서 잔뜩 들뜨게 한다. 생각같아선 이런 구성으로 한 곡 정도 더 했으면 좋겠다 싶지만, 어디까지나 맛보기. 아쉬움을 뒤로 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번 무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어서 본격적인 박진영 아워. 팬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는데, 이 부분에서 스타 박진영이 아닌, 인간 박진영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유투브를 통해 해외에서 보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자, 이제 본격적인 플레이 타임. 자신의 파란만장한(?) 연애사를 다룬 메들리가 이어졌다.

 

등을 이렇게 모아서 들어보니 나름대로 재미있는 스토리가 된다. 특히, 초반부에 건반을 두드리며 멋지게 노래하는 모습은, 그간 춤꾼으로 알려진 면모와 대비도 된다.

 

실은 그는 대단한 작곡자로, 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주고 있다. 단, 여기서는 한 곡으로 끝나서 역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언젠가는 춤도 추지 않고, 멘트도 생략한 채, 오로지 건반 하나만 두드리며 노래하는 장면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것도 여자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관조와 의미를 담은 내용으로 말이다.

 

사실 현란한 무대와 다양한 퍼포먼스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이런 식의 테마를 계속 부른다는 것은 좀 거북하기도 하다.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지고 그러다 딴 여자 만나고 ... 그래서 뭐?

 

단, 는, 거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두 명의 안무 팀까지 동원해서 공연장을 한껏 뜨겁게 만들었다. 역시 기본적으로 박진영은 엔터테이너라는 느낌을 준다. 상당히 모션이 큰 부분도 무리가 없고, 적절하게 안무 팀과 호흡을 맞추고, 그러면서 노래하는 부분은 가수로서 큰 강점이라 본다. 말하자면 다양한 표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그가 장수한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곡은 . 빅 밴드 스타일의 거창한 편성에 기분좋은 스윙 리듬에 맞춰 그야말로 똑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본 공연에 등장한 세 명의 브라스 밴드, 그러니까 트럼펫, 트롬본, 테너 색스 3개의 악기가 금빛 찬란한 음향으로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참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했다. 역시 박진영의 내공이 어마어마하구나 감탄한 대목이다.

 

그리고 엔딩. 참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시계를 보고 아쉬워 하는 순간, 다시 무대에 그가 나왔다. “오늘이 제일 재미있다!”라며 로 시작한 앵콜 곡이 돌아가던 관객들을 다시 불러세웠다. 그리고 열광의 도가니. 역시 박진영이구나 덩달아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아무리 어마어마한 명성을 갖고, 많은 팬들을 끌어모으는 스타라도, 이런 작은 무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진영 역시 이렇게 관객 얼굴 하나하나 다 보이는 무대는 생경하다고 했다. 덕분에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대로 반영이 된다. 게다가 그들은 나름대로 다 박진영 전문가가 아닌가  아마도 에 걸맞는 이벤트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공연 중에 자신이 계속 말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 박진영에겐 너무도 중요하다. 완벽하게 살아오려고 노력한 덕분에, 가수로서의 그는, 자신이 키우는 아이돌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아주 이상한 그림이다.

 

또 단순한 인기 가수나 춤꾼이 아닌 아티스트로 도약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사실 이것은 철저한 자기 부정과 다양한 시도 끝에 얻어질 수 있는 달콤한 열매다. 데뷔 초에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가 멘토가 되어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줬다면, 이제는 새로운 멘토를 찾거나 아니면 스스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하프 타임을 지나 후반부에서 이런 과제를 충분히 해결하리라 본다. 마치 데이빗 보위가 아이돌 스타에서 뮤지션으로 거듭 났듯, 결국 자신만의 언어와 음악을 찾아내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진격하리라 믿는다.

 

아무튼 그리 좋은 목 상태가 아님에도 최선을 다해 소리치고, 노래한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을 느꼈다. 오랜 기간 그를 사랑해온 팬들에게 그는 온 몸을 던져 보답한 것이다. 큰 박수를 보낸다.

 

 

P.S) 박진영은 단 한 번도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대단한 자긍심이다. 그러나 많은 “일반인”들은 평생을 짝사랑으로 보낸다. 가질 수 없는 것, 가져봐야 능력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 염원하고, 아쉬워하고 또 후회하며 살아간다. 뭐 부족할 것 없는 그가 이런 마음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록, 후반부의 승부가 쉬워질 것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