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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소중한 존재 박정현, 비욘드 K-Pop 콘서트

편집부 | 기사입력 2013/09/08 [11:52]

가요계의 소중한 존재 박정현, 비욘드 K-Pop 콘서트

편집부 | 입력 : 2013/09/08 [11:52]


[내외신문=이종학 편집위원] 지난 9월 5일, 구글 플러스가 주관하고 유튜브가 협찬하는 비욘드 K-Pop의 네 번째 행사가 열렸다.

 

이번 회의 주인공은 R&B의 여왕이라 칭송받는 박정현. 오후 8시에 같은 청담 CGV 소재 M-Cube관에서 2시간 가량 진행했는데, 그간의 찬사와 평가에 걸맞는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박정현이라는 이름은 나가수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해졌지만, 그 전에도 여러 히트곡을 듣고 좋은 가수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공연을 접해보니, 이런 막연한 상식이나 정보를 갖고 이 가수를 평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나 많이 반성이 되었다.

 

특히, 절정에 달한 보이스 컨디션과 무대 매너는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것 같으며, 이 시기에 그녀의 공연을 본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 아닐까 싶다. 혹 나중에라도 그녀의 콘서트 소식을 접하면 무조건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흑인 음악의 전유물인 R&B를 동양인이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기는 하다. 다양한 기교와 성량을 필요로 하며, 무엇보다 흑인들만의 필링이나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외국인이 우리의 창이나 타령을 능숙하게 소화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이 작은 체구의 가수가 그런 거창한 음악을 어떻게 소화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공연의 내용은 록이나 발라드 같은 정통 장르로 채워졌다. 박정현의 새로운 면을 본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그녀의 R&B 실력은 다른 공연에서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겐 일종의 숙제인 셈이다.

 

첫 곡과 두 번째 곡으로 와 를 연달아 불렀는데, 저돌적인 리듬 섹션에 격한 보컬로 록의 참맛을 흠뻑 즐기게 해줬다. 그간 방송이나 음반으로 봐왔던 이미지와 딴판이어서 놀랐지만, 이런 강속구를 펑펑 꽂는 모습에 묘한 쾌감이 전달된다. 눈을 감으면 그녀의 실제 체구보다 두 배쯤 큰 사람이 힘차게 부르는 모습이다. 감히 그녀를 작은 거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이렇게 정신없이 두 방을 얻어맞은 다음 가벼운 인터뷰 시간이 지나고, 본연의 발라드가 나왔다. 라는 곡으로 가벼운 통기타 반주에 실은 미디엄 템포의 쉬어 가는 느낌이지만, 역시 데뷔 15년 차의 내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사 전달력과 표현력이 상당하다. 마치 무대 위에서 모놀로그하는 연극 배우처럼 다양한 손동작과 얼굴 표정은 과연 라이브에서 직접 가수를 만나는 관객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말로 오기를 잘했다.

 

사실 이렇게 그녀의 노래를 쭉 듣다보니, 한국어 발음이 약간 이상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인터뷰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정확하고, 엑센트가 풍부한 영어의 본토 발음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영어를 잘하면, 영어로 된 가사의 느낌을 전달하기가 수월하고, 그런 부분은 한국어에도 반영이 된다. 우리 가수들이 모자란 부분이 이런 표현력이라는 부분인데, 그 점에서 박정현의 노래는 좋은 참고가 될 만도 하다.

 

한편 1부를 마감하는 곡으로 선택한 는, 신디사이저 피아노로 가볍게 시작해서 점차 고조되어 클라이맥스에 확 폭발하는 작품으로, 어지간한 내공이 없으면 이런 패턴이 잘 전달되지 않는 곡이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상당히 노련하고 또 영리하다. 어느 부분에서 치고 빠져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쪽에서는 그냥 박수만 치는 수밖에.

 

이어서 초대 손님 긱스의 흥겨운 무대로 잠시 숨을 돌리고 2부가 시작되었다. 과연 어떤 곡을 들고 나올까 기대했는데, 의외로 오페라풍의 장대한 에픽 두 편이 연달아 나왔다.

 

과 라는 곡인데, 상당히 놀랐고 또 흥미로웠다. 사실 이런 드라마틱하고 거창한 곡은 성량도 성량이지만, 여느 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도 필수. 그 점에서 그녀는 너무나 당당하고 또 멋졌다. 작은 체구에서 믿을 수 없는 에너지와 액션으로 충분히 이 서사시를 소화하고 있다. 이런 무대를 한국에서 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어쨌든 별 무리없이 컨트롤한 그녀의 실력에 한껏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공연은 흘러흘러 어느덧 막바지를 치달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등이 연달아 나왔다. 단, 여기는 공연장으로, 관객들은 음반과 다른 감동을 원한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는 듯, 새로운 편곡으로 또 마음을 들뜨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클라이맥스에서 짜릿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 가 좋았고, 마지막 힘을 다 쏟아붓는 듯한 도 참 뇌리에 남는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은, 다채로운 리듬과 록의 강력함, 발라드의 애절함 등이 골고루 믹스되어 새롭게 자기만의 개성으로 거듭났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곡이 또 이렇게 탈바꿈되어 다가오는 점이 즐거웠고, 당연히 뜨거운 박수는 필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바람이 들었다.

 

정말 이런 콘서트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공연 자체의 퀄리티가 높을 뿐 아니라, 관객들과 한 마음이 되어 어우러지고, 깊이 뇌리에 각인되는 이런 무대가 많아질 수록, 우리 가요계의 저변도 확실하게 넓혀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박정현이라는 가수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다음 공연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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