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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126명 철수…침묵의 2시간 입경

이승재 | 기사입력 2013/04/30 [08:55]

개성공단 126명 철수…침묵의 2시간 입경

이승재 | 입력 : 2013/04/30 [08:55]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조치에 따라 27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우리측 인원 126명이 철수했다.

1차로 출발한 11명이 오후 2시30분께 남북출입국관리소(CIQ)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후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30분께 115명이 59대 차량에 나눠 귀환했다.

조용했던 관리소는 근로자들의 귀환 소식에 100여명이 넘는 내외신 취재진과 50여명의 근로자 가족 등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매서운 바람이 분 이날 수척한 모습의 우리측 근로자는 취재진을 피해 서둘러 차량으로 이동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길을 차단한지 한달 가까이 지난 뒤였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지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출인 듯 이들 대부분은 굳은 표정이었다.

개성공단 상황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꺼렸다. 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목소리는 컸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의류회사의 한 근로자는 "정부의 방침이 안타깝고 서운하다. 빨리 회사가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측 인원 출경금지를 발표한 후 생활이 불편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이 인원 철수만 안 한다면 지금이라도 회사는 정상화될 수 있다"며 "철수가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인장 10여명은 정부의 철수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날 오전까지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발제조회사 H산업 이모(51) 법인장은 "착잡하다. 남아서라도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차분하게 상황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남북 대화가 빨리 진행돼 이른 시일 안에 공장이 다시 굴러가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이날 사무소에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정부의 전원 철수 방침에 유감을 표했다.

S회사 박모 법인장은 "정부가 중대발표를 한다길래 혹시나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전원 철수를 내릴지 예상 못했다"며 "남북의 상황이 더 악화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H사 박모(61) 대표는 "기업의 일에 정치가 개입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가 급하게 몰아 부친 측면이 있고 북한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했다. 북한을 달래는 듯한 자세로 다가가 대화를 재개해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면서 "프로가 아마추어처럼 행동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 정부의 지원대책과 보험은 일부분에 불과해 100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실질적으로 지원받은 부분은 없다"고 한숨지었다.

한편 이날 귀환으로 공단 현지에 체류한 우리측 인원은 50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29일 오후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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