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49재
강민숙 | 입력 : 2023/01/19 [23:36]
어머니, 49재
김미화 시인
산수유 노랗게
눈 뜨는 이른 봄날에
지우지 못한 그리움으로 편지를 씁니다.
꽃망울마다 맺힌 사연
올올이 풀어가다 보면
당신의 음성이
소쩍새의 먼 울음소리로 들려옵니다.
가지 많은 나무로
바람만 타다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나시던 그날부터
내 눈가에는 눈물만 글썽입니다.
예쁘지 않아도 예쁘게 봐주시고
좋지 않아도 좋게 봐 주시고
싫은 것이 있어도 꾹 참았던 그 침묵이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 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나에게
천사 같은 아가야
내 아들과 살아 줘서 고맙다는
그 말씀은
세상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어
내 상처를 따뜻하게 치유해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제야 당신의 뜻을 알 것만 같습니다
길모퉁이 돌아서는
봄바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어두운 밤 북극성처럼
떠있는 별이
당신이라는 것을
산수유처럼 소박한
우리 어머니
오늘이 바로 당신이 머물었던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슬픔도 아픔도 없는
꽃잎같이
봄길 따라 가볍게 가십시오.
이제 여기 일이랑 다 잊어버리고
김미화 시인
1992년 한국재림문인협회 등단. 2002년 재림문인협회 우수상. 2006년 "한국현대시선" "청계천에서" 우수상. 2008년 "문학세계" "침묵의 빛장" 외4편 시부분 우수상. 한국삼육대학 신학과 졸업. 강서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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