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쏠림 안전 매뉴얼 매우 시급한 상황 안전 제일 국가 만들기 위해서 모두 노력
출퇴근 시간대는 시니어들은 전철 이용을 가급적 삼가는 것 ‘절실히 느꼈던 순간들’
● ‘과밀문화’ 예방 중시 문화정착을
우리는 인구 밀도가 높은 특성상 과밀문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본질은 안전 문제다. 군중 쏠림이나 군중 압착에 대한 안전 매뉴얼이 시급한 상황이다. 꽃다운 청춘 희생자가 대거 생긴 이유도 이 과밀문화를 소홀히 한 탓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유가족분들 못지않게 슬프고 가슴 아프다.
상고 시대에 우리 조상들도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탈을 쓰고 음주와 가무를 즐겼고, 고려시대 때도 팔관회나 나례 때는 가면을 썼다. 조선의 유교문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핼러윈을 꼭 서양 귀신 명절이라고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 시민들이 이번 10.29 참사를 꼭 기억하고 위험을 발견했을 때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필자도 압사 직전의 경험이 있다. 단양 일박이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 도착시간이 퇴근 시간과 맞물리면서 왕십리역에서 8호선을 환승할 때다. 맨 앞에 줄을 섰다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데, 뒤에서 미니까 할 수 없이 밀려들어 갔다. 같이 간 언니가 심히 걱정되었다.
백 팩을 메고 있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는데, 한 역을 지나서 고개를 조금 돌려 경로석 쪽을 들여다보니, 두 자리를 비워 둔 채 젊은이들이 좁은 밀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겨우 우리 둘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도 끔찍한 순간이었다.
계속 그렇게 압착되어 서 있었다면, 아마 갈비뼈가 부러지든지 팔이 꺾이든지 했을 거다. 경로석 자리가 두 석이나 비어 있는데도 앉지 않는 젊은이들의 배려를 보면서, 아직은 동방예의지국의 면모가 살아 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훈훈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시니어들은 전철 이용을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어른 대접만 받을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을 배려해서 러시아워 때는 조심하는 것이 옳겠다.
● 제도개선과 안전 시스템 절실
미국의 지진학자 존스는 “재난의 가장 무서운 위협은 우리의 인간성에 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배려하는 인간성의 젊은이들 아니었다면, 그날 우리는 갈비뼈가 무사하지 못했을 거다. 발 디딜 틈 없는 열차를 매일 이용하면서 심각함을 느끼지 않는 안전 불감증은 위험하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을 보면 심히 걱정스럽다. 한쪽으로 뛰거나 걸어서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안내가 수없이 나오지만, 백색소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 왼편에 서면, 뛰는 젊은이들이 비켜달라고 해서 아예 왼편엔 서지 않는다. 모두 오른편에만 서도 고장의 원인이라는데, 뒤통수가 뜨거워서 왼편에 못 선다. 늘 느끼는 불안이다.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마음 놓고 다닐 수가 없다. 한 집이라도 더 배달해서 일당을 올리려는 욕심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쌩쌩 달린다. 찻길에서 킥보드 타는 학생도 가끔 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산책은 아파트 외곽으로만 다닌다.
과밀문화와 빨리빨리 문화를 돌아보며 제도 개선과 안전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위험을 당연시하는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하겠다.
● 내 아이의 행복! ‘이웃집 아이’ 행복해야
봉화 광부 매몰 사건도 무사히 구조되어 다행이다. 우리 사회는 고립 시 생존 방법에 대한 교육과 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 구조 개혁이 절실하지만, 한국의 진영 대립과 정치 시스템이 발목을 잡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남은 혁신적인 역량을 살려 너도나도 힘을 합칠 때다. 우리는 간접적으로 사고를 접해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누가 말했던가.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이웃집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고.
우리는 최대한 행복해지고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CPR과 응급 처치 요령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정신 건강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국가 트라우마 센터와 지자체별 정신 건강 복지센터를 통해 통합 심리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히 홍보되어 많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재난의 와중에서도 북쪽에선 극심한 식량난에도 연이은 도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미사일 발사 25발 총비용이 일천억 원이라도 하니, 놀랄 일이다. 하루 도발에 일 년치 쌀값을 퍼부은 셈이다. 반대급부가 무엇이기에 이런 무모한 싸움을 걸어올까.
그새 또 사흘 만에 35발로 늘어났다. 싸구려 시장판에서도 상도의가 있는 것이고, 아이들 놀이에도 규칙이 있는 것인데, 대 국민 참사가 일어나 국민이 모두 가슴 아픈 이때 도발해 오는 것은 국가 간의 도의적 양심도 없고, 규칙도 외면하고, 신의를 깨트리는 짓이다.
우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그들을 설득하려면 어디까지 대응해야 할까.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언제까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고 있을 수 없다. 자립해야 한다. 우리는 정쟁을 멈추고 한 마음으로 국력을 키워야 한다.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에다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사고가 잦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유희적 존재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도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 모두가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안전이 제일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모두 노력할 일이다. 생존의 문제이자 인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
■ 소봉(卲峰) 이숙진 프로필 - 국제펜 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 ‘실버넷뉴스 기자‧글마루회장’ 역임 - 공무원연금수필문학상 수상 - 동작문인회. 중앙대문인회 - <수필집> 가난한 날의 초상, 해바라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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