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투자 대상 기업들의 기후 및 탈탄소화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탈탄소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고, 주주로서 제안과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경영에 개입할 기준을 담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1500억 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펀드에 새로운 탄소정책을 우선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23년 4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랙록의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은 주주 제안, 이사회와 경영진 보상, 감사와 재무 보고, M&A 및 특별 상황, 기타 지속 가능성 관련 리스크 관리 등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주주 제안의 경우, 블랙록은 투자 기업의 탈탄소 전환 전략과 관련된 제안이 회사의 목표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평가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온실가스(GHG) 배출 감소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제안을 지지할 수 있다. 블랙록은 이사회가 경영진 보상 구조에 GHG 배출 감소 목표를 포함하는 것을 권장하며, 경영진 보상은 기업의 장기적인 기후 전략과 일치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 관련 리스크를 재무 보고서에 반영하고, 필요한 경우 이러한 리스크를 설명하도록 기업에 요구한다. 이는 미래의 재무 관련 보고 요구 사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랙록은 기업의 기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수 합병(M&A) 거래에 대해 기후 관련 요소를 고려하여 평가하며, 기업이 토지 이용, 삼림 벌채, 수자원 접근 등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블랙록은 투자 대상 기업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요구하고 있으며,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매년 연례 서한을 통해 투자 기업의 CEO들에게 이런 내용을 주지시키고 있다. 아울러 블랙록은 주주로서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을 적극 행사한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 대응이 부족한 기업에 압력을 가하여 변화를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블랙록은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지속가능성 지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TCFD)와 같은 국제 표준에 기반한다.

최근 블랙록은 ESG 투자를 못마땅해하는 미 공화당은 물론 적극적 투자를 요구하는 시민·환경단체들로부터 양면 공격을 받고 있다. 공화당은 ESG와 관련된 기업 경영 간섭을 멈추라고 경고하는데 비해, 환경 단체들은 블랙록이 기후 변화 대응이 이전만큼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런 가운데 블랙록은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는 등 나름의 ESG 실행에 나서겠다는 '마이웨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블랙록의 ESG 투자는 2024년 들어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블랙록의 ESG 펀드에는 47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 되었고, 수익률도 연 25% 선에 달하고 있다. 대표 펀드 격인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는 최근 1년 수익률 24.00%, 3년 수익률 8.15%, 5년 수익률 14.66%를 기록 중이다. 또한 블랙록의 'Sustainable Advantage Large Cap Core Fund'는 1년 수익률 25.54%, 3년 수익률 8.68%, 5년 수익률 14.85%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