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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천제 폐지 놓고 셈법 제각각

편집부 | 기사입력 2013/11/27 [10:09]

기초공천제 폐지 놓고 셈법 제각각

편집부 | 입력 : 2013/11/27 [10:09]


[내외신문=이승재 기자]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시군구 기초의원·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할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 내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기초공천제 폐지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민주당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대로 기초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민주당은 '공약 이행'이란 정치적 명분 면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기초공천제 폐지가 포함됐던 만큼 공약 이행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라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김 대표는 "정치개혁 공약은 돈이 없어서 지키지 못하는 공약도 아니다"라며 기초공천제 폐지 문제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잇따른 대선공약 후퇴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결성해 지방선거 관련 규칙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원내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강공에는 전략적인 측면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야당인 탓에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김한길·전병헌 지도부는 기초선거 성적에 따른 정치적 책임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또 기초공천이 폐지된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인 현역 광역단체장과 광역의회의원들이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하면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방선거 전 안철수신당이 등장할 경우를 상정하면 기초공천 폐지는 민주당에게 더더욱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초공천제를 폐지하면 창당 후 각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려는 안철수신당의 활동반경을 크게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의 판을 축소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민주당은 안철수신당과의 야권 내 주도권 경쟁기간을 2016년 총선까지 늦추는 등 지연전술을 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상황은 민주당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기초공천 폐지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시일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는 아직까지 찬반 의견이 양립돼 있으며 중대 사안인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한 부분인데 민주당은 설익은 밥을 국민께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사무총장간 회담 제안을 일축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당헌당규개정특위, 지방자치안전위원회 등 당내 조직을 중심으로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공천 폐지 여부에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병수 공천심사위원장 체제 하에서 대선공약을 실천하겠다며 무공천을 선언했던 때와는 판이한 반응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기초공천제를 유지하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초공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안철수신당이 창당돼 수도권과 호남의 야권 지지층이 분열할 경우 신당과 민주당이 각축전을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대 양당이 기초공천제 폐지 여부를 싸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가운데 수적 열세 탓에 공직선거법 개정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안철수 의원 측은 정치권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기초공천 전면폐지를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난 8월 입장을 수정했다. 당시 그는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정당공천 폐지를 적용한 뒤 성공여부를 검토해 차기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이를 확대적용하자며 '단계적 폐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안 의원이 내놓은 방안은 신당 창당과 이에 수반되는 세력화 과정에 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생정당의 경우 당의 기반이 약하므로 기초의회 단위까지 후보를 내기 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안 의원이 기초의원선거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중점을 두면서 소수 정예 후보를 투입하기 위해 이 같은 단계적 폐지안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기초공천제가 유지될 경우)안철수신당이 호남에서 민주당과 승부를 하려면 그 지역의 풀뿌리 수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영입해야하는데 만약 이게 뜻대로 안되면 안 의원이 스타일을 구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신생정당으로서 풀뿌리정치 수준의 기반이 없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안 의원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반감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생 정당의 깃발이 밑바닥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면 향후 안철수신당의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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