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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한 시대에 Slow, Slow -2G로 회귀하자!

편집부 | 기사입력 2013/09/24 [11:44]

SMART한 시대에 Slow, Slow -2G로 회귀하자!

편집부 | 입력 : 2013/09/24 [11:44]

김정겸(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

느림의 미학도 좋은 것이다. ‘느림’에는 여유, 사랑, 협동, 인내가 있다. ‘앞으로 나란히’만 강조하다 보니 ‘내가 저 사람보다는 앞서 가야한다’는 경쟁심을 갖게된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필요악이다.

 

그러나 그건 ‘사회’에서 할 이야기이다. 가정, 전철이나 공연장등에서 문화를 즐길 때 경쟁은 필요없다. 이럴 때는 ‘느림’으로서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빠름’을 주도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통해 ‘느림’의 아름다움을 살펴보자.


?먼저 Smart phone의 속성을 살펴보자. Smart phone은 말그대로 ‘Smart'하다. Smart기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Smart 하지 못한 것으로 낙인되어 있다.

 

4G까지 나와 ’Ealier adaptor'들에게는 환상이라는 칭송까지 받는다. “2G→3G→4G"의 진화는 그 기능면에서 뿐만 아니라 속도면 에서의 빠름을 나타낸다. 4G는 3G보다 속도가 5배 빠르다. 2020년 이후에는 5G가 나올 예정이다. 5G는 4G보다 속도가 10배이상 빠르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새로 산 컴퓨터가 며칠 못가 고장이 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속도가 너무 느려 발길로 컴퓨터를 차버려서 고장이 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IT강국답다. 그러나 이 빠름은 성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급해졌다. 공부를 하는데도 그 원리나 법칙을 공부해서 문제해결을 하기보다는 방법만을 추구한다.

 

논술형 보다는 객관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느림을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선생님들의 수업이 지루하다.

 

4G가 아니라 3G 수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담삼아 ‘속 3G(속 쓰리지)’라고 한다. Kagan이라는 사람은 학습자의 인지양식을 충동형과 숙고형으로 나누었는데 충동형은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하는 유형이다. 숙고형이 2G처럼 느리게 많은 생각을 하여 답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동형은 4G를 닮은 것이다.(물론 기기의 발전을 인성과 비유한 것이니 오해는 없길 바란다)


?둘째, Fast food에서의 인간성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음식은 전통적으로 Slow food이다. Fast food에는 사랑과 배려가 없는 음식이다. 영혼과 철학이 없다. 음식에는 만드는 사람의 영혼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아픈 이를 위한 음식, 사랑하는 이를 위한 음식, 존경해야 할 사람을 위한 음식...등등 ‘배려’가 있는 것이 음식의 속성이다. 그러나 Fast food는 표준화되어 있다. 공장의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혼없는 음식이다.

 

표준화된 음식은 공식이 있다. 예를들면 ‘Burger'가 기본이고 그 안에 햄을 넣으면 "ham burger", 달걀을 넣으면 “egg burger"이다. 표준화된 음식에는 정성과 사랑도 없고 창의력도 없다. 이런 음식은 인간의 사고마저도 획일화 시키고 성질을 급하게 만든다. 인내심을 길러주지 않는다.

 

배고픔에 대한 욕구지연도 성격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음식은 Slow이다. 한식을 보자!

 

한식에는 첫째, 인내심을 길러준다. 밥을 지을 동안 기다려야 한다(30~40분). 기다림은 설레 임이다. 기다리는 동안 이 밥을 먹는 사람이 좋아할까  등의 설레 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계획적으로 만들어 준다. 밥을 짓는 동안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준다.

 

둘째, 사랑을 심어준다. 밥이 되는 동안에 밥짓는 이의 사랑이 들어간다. 정성과 사랑(영혼)이 없는 밥은 맛이 없다. 밥상이 차려졌다고 무조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다. 예(禮)를 갖추어야 한다. 어른 먼저 숟가락을 들어서는 않된다. 어른에 대한 예가 아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禮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사랑을 베푼다.

 

정약용은 윗사람의 아랫사람에 대한 베품을 慈(자혜로움)로 보았다. ”아버지 진지 잡수시래요“ 하면 아버지께서는 ”이 일 끝내고 갈테니 어여 먼저 먹어“라고 하신다. 이때 ’옳다구나!‘하고 먼저 수저를 들었다가는 된통 혼나게 된다. 아버지가 오실 때 까지 기다리다 어린 아이는 밥상 앞에서 졸고 만다. 이때 아버지가 오셔서 아이를 깨워 밥을 먹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꼭꼭 씹어 먹어라. 체할라!“라고 하신다. 막 잠에서 깬 아이가 허겁지겁 먹다가 탈날까봐. 이것이 사랑이다.

 

세째 Slow food에는 협동심도 길러준다. 어머니가 밥을 짓도록 돕기 위해 나무 장작도 마련하여야 하고 물도 길러다 드리고 장독대에 가서 장도 갖고 와야 한다. 인간애와 배려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 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Slow food'이다.

 

?Slow food에는 철학이 있다. 철학이란 지혜로움(智)을 구하는 학문이다. 먹는 사람의 기질을 바꿀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한다. KTX같은 Fast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느려서 한참을 바라볼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미련 맞은 무궁화호 같은 Slow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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