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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스님의 시집 『화살이 꽃이 되어』… “땅 위의 생명은 너나없이 아름다운 선물”: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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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스님의 시집 『화살이 꽃이 되어』… “땅 위의 생명은 너나없이 아름다운 선물”

하상기 기자 | 기사입력 2022/11/17 [12:05]

보우스님의 시집 『화살이 꽃이 되어』… “땅 위의 생명은 너나없이 아름다운 선물”

하상기 기자 | 입력 : 2022/11/17 [12:05]

▲ 보우스님

 

혼란한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두 번이나 하고 있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관음정사주지 보우 스님이 시집 화살이 꽃이 되어(작가마을시인선 56)를 출간했다. 보우 스님은 지난 2014년에도 문단의 어른들과 지인들을 미리 찾아본 뒤 국태민안의 천일기도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 20209월 무렵, 차기 대권후보들의 활개와 특정 권력층의 기득권 싸움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불안을 느껴 다시 천일기도를 시작했다. 해제일은 오는 1225일이다. 천일기도는 하루 3회이고 새벽과 낮과 저녁 시간이다. 법당에서 천 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기도를 올리는 것은 아주 힘든 수행이다. 또한 보우 스님은 천일기도에 들어가면서 새롭게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편들을 쓰기 시작했고 200편 중, 이번에는 80편 먼저 골라 시집을 펴내게 되었다. 보우 시인의 시집 화살이 꽃이 되어는 제목이 암시하듯 세상의 불균형들을 소통과 화합의 꽃으로 변주하는 불교적 세계를 바탕에 둔 선사(禪師)적 서정시들을 주로 묶어냈다. 그러나 시적 외형은 그다지 불교 색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스님의 시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서정시에 가깝다.

 

▲ 보우스님 시집 표지     ©하상기 기자

 

보우 시인은 하늘이 무너지고/태양도 가려져/달빛이 으스러진다/밤도 낮도 없어지는/암흑의 골만 깊어간다”(허물어진다)라고 하면서 나라 지도자들의 기만을 탄식과 안타까움으로 노래하고 있다. “싱그런 유월의 아침 밤꽃 향기/창살 흔들며 알싸한 심장 도려내듯/고통으로 다가오는 유월의 님/칠순을 바라보는 흘러가는 세월 앞에/포성이 들리듯이 오늘 또 아물지 않은/아픈 상처”(유월의 일기)를 되새기며 동족상잔의 기억을 상기하면서 나라의 앞날을 우려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조해훈 고전평론가는 그의 이번 시집을 선사로서 수행 과정에서 느낀 서정(抒情)을 드러낸 게 많다. 이는 일반 시인들의 시와는 다른 모습임이 분명하다. 일련의 시편들에 선취(禪趣)가 물씬 풍긴다.”고 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을 통해 보우 시인이 관통하는 시 세계는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편 모든 종교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나 종교도 사람을 떠나버리면 올바를 수 없다며 모든 시는 사람과 세상을 위한 당면의 시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숲길을 가며에서 시인은 세상의 일에 감사하며, 언제나 마음을 낮춰라(下心)라는 화두를 던진다.

 

개미허리 같은

산길을 자국 내며 간다

작은 풀잎 밟힌 자리

벗어나기 바쁘게

풀잎 일어서는데 아이쿠

괜시리 미안하여 온다

좋아라고 간 숲길

말 못 하는 풀잎 상처를 주고

순간 면상 화끈거린 태양 같은

자연 앞 겸손 바닥나는 지금

손에 잡힐 듯 나뭇잎 만지작인다

잎들은 산들바람 흔들며 반겨주는데

너희들에 줄 것이라곤

이산화탄소밖에 없어

숲에 들어 신선한 산소를 선물 받는

염치도 이런 염치가 있을까 보다

대꾸 없는 풀잎 햇살 반사되어

반짝반짝 말을 하듯 이야기 분주하고

돌아서 오는 길 숨 쉬는 숲을 보니

귀한 선물 숲은 지구의 마지막 허파니까

 

- 숲길을 가며전문

 

시인은 작은 풀잎 밟힌 자리/ 벗어나기 바쁘게/ 풀잎 일어서는데 아이쿠/ 괜시리 미안하여 온다라며, 쓸모없다고 여기는 작은 풀잎을 밟은 데 대한 미안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불가의 어떤 규율 때문만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풀잎을 밟는 행위에 대해 그처럼 민감한 것은 그의 본래 심성이 그러함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잎들은 산들바람 흔들며 반겨주는데/ 너희들에 줄 것이라곤/ 이산화탄소밖에 없어라고, 구도자인 산인(山人)으로서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자연에 대한 그의 부드럽고 한없이 너그러운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선사는 시인이 잎들에 줄 것이라곤 호흡하며 내뿜는 이산화탄소밖에 없다고 한다. 단지 자연에 대한 애정만이 아니라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기에 이른다. ‘돌아서 오는 길 숨 쉬는 숲을 보니/ 귀한 선물 숲은 지구의 마지막 허파니까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과 원래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은 서로의 품성이 당당하게 그 자리에 있음을/ 몽돌 아니 태산 같은 바위도 다를 바 없네/ 발끝에 풀잎도 그 밑을 기어가는 미물들도/ 하늘 아래 땅위 함께 숨 쉬는 모든 생명의 내 이웃의 벗/ 그래서 아름답기 그지없는 선물 중의 선물이었다.’라며,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읊고 있다. 땅 위의 생명은 너나없이 아름다운 선물 중의 선물로 그는 인식하고 있다. (조해훈 시인. 고전평론가 )

 

보우 시인은 1992시세계로 등단했다. 속가명이 있으나 법명인 보우(普友)를 시명(詩名)으로 함께 쓰고 있다. 퇴수(退受)는 법호이다. 계간 사이펀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실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그 산의 나라, 다슬기 산을 오르네, 목어는 새벽을 깨우네, 눈 없는 목동이 소를 몰다., 한 시집 감천에서 매창을 보네등이 있으며 현재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관음정사주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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