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레깅스 몰카 무죄” 법원, 판결문에 피해 여성 사진 실어 논란

“사진 기록 가능성 있으면 누가 재판받겠나”법조계도 비판…“2차 피해 막을 방안 마련해야”

박순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1/03 [20:21]

“레깅스 몰카 무죄” 법원, 판결문에 피해 여성 사진 실어 논란

“사진 기록 가능성 있으면 누가 재판받겠나”법조계도 비판…“2차 피해 막을 방안 마련해야”

박순정 기자 | 입력 : 2019/11/03 [20:21]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오원찬 부장판사)1028, 레깅스 입은 여성을 불법 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해당 판결문에 몰래 촬영된 피해자 사진을 함께 실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을 공적인 기록에 남겨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정부지법은 판결문에 피고인이 휴대전화기로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하였다고 공소사실을 기술하면서 해당 영상을 캡쳐한 사진을 함께 실었다. 이 사진에는 피해 여성의 뒷모습 전신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의정부지법이 공식 누리집에 올린 판결문엔 해당 사진이 빠져 있지만 피고인에게 송부된 원본엔 사진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다른 판사들도 내부 열람 시스템을 활용해 검색해볼 수 있다.

유죄인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사람의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촬영하였고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되는데다 스키니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점, 피해자의 진술이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움을 무죄의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피해 여성의 옷차림을 상세히 기술하며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그리고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 전부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 최은순 젠더법학회 회장은 신체 부위나 옷차림에 따라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를 따지는 판결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이란 점을 재판부가 인정하면서도 해당 영상을 캡쳐한 사진을 판결문에 실은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결과를 떠나 사진을 첨부하는 건 초상권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해당 사진이 특정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인데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사진을 함께 올려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정 변호사는 판결문 열람 제한 조치를 하더라도 피고인은 원문 등사가 가능해 추가로 유포될 가능성도 있다판결문이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역할을 하지 않도록 판사 대상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