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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에서 CS까지 금융 불안 가속, 우리도 신속 대응책 세워야: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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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에서 CS까지 금융 불안 가속, 우리도 신속 대응책 세워야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3/20 [16:10]

SVB에서 CS까지 금융 불안 가속, 우리도 신속 대응책 세워야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3/20 [16:10]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시작된 금융 부실 리스크 불길이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로 번지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돌았던 CS 측이 연례보고서를 통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한 데다, 지난해 11월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추가 지원은 없다.”라고 밝히면서 추가 유동성 공급을 거부한 데 따라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15일(현지 시각) 취리히 증시에서 장중 30.8%까지 폭락했다가 장 막판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CHF(약 70조 3,000억 원)을 CS에 지원하기로 하는 방침 발표로 24.2%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유럽 증시는 3~4%가량 급락했고, 미국 은행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세계 9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CS가 무너지면 SVB와 같은 중·소은행의 파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메가톤급 파장이 우려됐다. 다행히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비에스(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위스 두 번째 규모 은행 CS를 30억 스위스프랑(약 32억 3,000만 달러, 4조 2,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지난 3월 1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이 전하고 있다. 이로써 CS 파산으로 촉발될 수 있었던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에서 일단은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지난 3월 17일 CS 주가는 7%까지 급락했다. 이 은행의 최근 일주일간 예금 인출액은 일 평균 100억 스위스프랑이 넘었다. 스위스 당국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불길이 안 잡히자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유비에스(UBS)에 손을 내밀어, 주말 동안 매각 협상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UBS는 처음에 주당 0.25 스위스프랑(약 0.27달러, 353.12원),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제안했고 CS 측은 인수 가격이 낮아 은행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어 UBS가 20억 달러 이상을 제안하면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고, 지난 3월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동성 부족 등 부실 문제가 불거진 스위스 2위 은행 CS를 스위스 1위 은행 UBS에 매각하기 위해 스위스 정부가 비상 조처까지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날 UBS와 CS의 합의는 인수 가격 등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협상 끝에 극적으로 이뤄졌고,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가액이 30억 스위스프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17일 종가 기준 CS 주가는 주당 1.86스위스프랑(약 2달러, 2627.19원)이었는 데, 합의에 따라 CS의 주주들은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아울러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를 인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손실을 막기 위해 90억 스위스프랑(12조 7,000억 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스위스 국립은행은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1,080억 달러, 141조 2,000억 원)의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번 인수합병으로 CS 파산 시 나타날 세계 금융시장 충격을 조기에 막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미국 SVB 파산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의 뱅크런(Bank run │ 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 와중에 유럽 유수의 CS까지 파산 위기에 몰리는 일련의 ‘금융 리스크 전이’ 사태는 불과 열흘 새 벌어진 일들이다. 미국 14위 중소은행인 FRC는 정부를 대신해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씨티그룹(Citi Group), JP모간체이스((JPM), 웰스파고(WFC) 등 11개 민간은행이 300억 달러(39조 원)를 지원하는 긴급 수혈을 받았지만, 위기설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진전을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유례가 없는 위기 대응 방식이다. 

 

CS는 167년 역사의 세계 9대 투자은행으로 자산 규모가 무려 5,000억 달러(약 656조 원)에 달하고 전 세계 직원 수만도 50,000명에 이르는 대형 은행이었다. 무너지는 경우 벤처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국의 지역은행인 SVB 파산과는 비교도 안 될 규모의 파장이 쓰나미처럼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라 보였다. SVB처럼 초우량자산인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도, 안전과 신용의 상징인 스위스 은행도 모두 위기에 노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여 년 동안 부풀어진 자산 거품의 후유증에서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게 이번 사태의 교훈이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근본 원인이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데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유동성이 마르고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 자산의 평가 가치가 하락해 쌓인 부실이 금융권에 연쇄 충격을 불러오고 있다. 침체 국면의 거시 경제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지난 3월 14일(현지 시각)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CNBC 방송은 밝혔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도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코로나19 위기 때의 초저금리에 힘입어 급등했던 채권 등 자산 가격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급락하면서 일어난 후폭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급등했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거품 붕괴 파장이 이들 몇몇 은행의 파산에 국한될 것이란 기대는 요행을 바라는 희망 사항일 뿐으로 매우 비현실적이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 PF) 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만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 7,000억 원 규모로 2018년 말 94조 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에는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이 모두 포함됐다. 그야말로 뇌관 중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트리거(Trigger │ 방아쇠)로 작용할 기준금리 인상 폭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오는 3월 22일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이 위기 확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과도한 가계 부채는 불 속 앞의 섶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1,749조 3,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이미 거대하게 부풀어 있고, 지난 3월 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전세보증금 포함 시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규모가 2,925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설상가상으로 저축은행은 합산 연체액이 무려 3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3분기 연체율 역시 3%를 넘어 6년 만에 최악의 연체액 증가 등 불안 요인들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6일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평소에 자본을 적립해두는 경기대응완충자본적립제도의 현실화 등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는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들이닥칠 수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보듯 지금은 스마트폰 계좌 이체로 위기설이 불거진 지 36시간 만에 은행이 파산하는 ‘스마트폰 뱅크런(Smartphone Bank Run)’ 시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면밀하게 살피고 위기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액션 플랜(Action plan │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등 ‘블랙스완(Black Swan │ 예측 자체가 어려워 대응 곤란) 형 위기의 확산’에 대비한 만반의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만 한다. 

 

더불어 경제적 위기 상황이 발생 때 의례적으로 나타나는 한계기업(좀비기업) 문제도 챙겨야 한다. 소규모라서 상대적으로 외부 영향에 취약한 은행권도 방화벽을 두껍게 쳐야 한다. 지금 목도되는 국제 금융시장의 이변과 출렁거림이 쓰나미로 들이닥치는 ‘금융 리스크 전이’에 대비한 방파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장마철 논둑은 약한 곳에서부터 터진다. 어디가 약하고 취약한지 촘촘히 살피고 약한 고리를 강타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며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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