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3도 오르면 주요 해안도시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세계 최고층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뉴욕 ‘자유의여신상’ 등에 바닷물 출렁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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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세계 인구의 10%인 8억 명의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서 좀 더 높은 고지대로 옮겨가야만 한다. 그 결과는 살 땅을 확보하기 위하여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변할 것이다.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치명적 결과일 것이 뻔하다. 과거의 세계대전이나 미래의 핵전쟁보다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비극이 지구 전체에 휘몰아칠 것이다.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 민간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즈음하여 ‘지구 온도 3도 상승할 때의 전 세계 196개 도시 침몰 예상도’를 시물레이션 형식의 이미지로 내놓았다. 이 이미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예측 결과와 해안 저지대 지역별 고도 등을 종합해 시각화한 것으로, 지구 온도의 상승폭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도시의 모습들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인류가 전 지구적 비극을 막고자 그야말로 인류애(人類愛)를 발휘하여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19세기 중엽)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했을 때는 해수면 상승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지금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게 시물레이션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도 오르면 상황이 급변하고 만다. 돌발적 변곡점(變曲點)에 이른다. 물론 이 연구작업은 해수면 상승 결과에 국한되어 나머지 기후변화 부작용들은 고려되지 아니하였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석탄 연료 사용의 급증 등 세계의 산업화 징후는 18세기 초부터 시작되었으나 지구의 온도 측정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19세기 중엽부터이므로 이른바 ‘산업화 이전’의 개념은 19세기 중엽 1850년대를 기준점으로 하는데,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1.2도 가량 오른 것으로 정설화되어 있다.
불과 1.1도~1.2도의 평균기온 상승으로 지구는 이미 ‘기후변화의 몸살’을 아주 극심하게 앓기 시작하자 전 세계 195개 국가 기후전문가들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었고, 이 상승 목표는 다시 ‘1.5도’로 수정되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1.5도 상승 제한 목표’는 이미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기후전문가들의 의견으로 굳어져 가는 형세이다. 아마도 수십 년 내에 ‘1.5도 마지노선’이 붕괴되면서 70여 년 뒤의 금세기 말쯤이면 ‘3도 상승’의 파국적 결말이 초래될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클라이밋 센트럴’의 ‘196개 도시 침몰 예상 시나리오’가 공개되어 그 충격파가 참으로 대단하다.
우선 중동 오일달러의 막강한 파워를 상징하는 사막의 신흥도시 두바이(UAE)에 세워진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할리파(828m. 지상163층)는 저층부 여러 개 층이 완전히 바닷물에 잠긴다. 도로나 가로수, 그리고 저층 건물들은 수몰돼 흔적조차 없어지고, 고층 건물들만이 바닷물 위로 삐죽삐죽 솟아 나와 괴이한 ‘수중도시’ 유적지로 변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자유의 여신상, 호주 오페라하우스, 영국 버킹엄궁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의 아랫도리가 바닷물에 푹 잠겨있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면 세계 인구의 약 10%인 8억 명이 사는 도시들이 침수돼 ‘인류 대탈출’의 극심한 혼돈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예측불허의 ‘땅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도(14억4천만. 1위), 중국(14억3천만. 2위), 인도네시아(2억8천만. 4위), 베트남(1억. 16위) 등 아시아 ‘인구 대국’들의 해안 저지대 침몰 상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지극히 심각할 것이라고 한다.
‘클라이밋 센트럴 보고서’와는 별도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의 세계기후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끔찍한 전망이다.
히브리어 성경 <출애굽기>의 본래 명칭은 <엑소더스. Exodus>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로부터의 대탈출을 뜻한다. 인류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언젠가 상상불허의 <엑소더스>가 벌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