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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이 지하경제 확대 부추긴다

이승재 | 기사입력 2013/07/23 [06:50]

5만원권이 지하경제 확대 부추긴다

이승재 | 입력 : 2013/07/23 [06:50]


정부가 지하경제를 규제하겠다는 강경드라이브 정책을 펼치자, 최근 캐쉬이코노미(cash economy)가 확대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캐쉬이코노미는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캐쉬이코노미란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에 의한 거래가 아니라 주로 현금, 즉 화폐로 이루어지는 경제를 말한다. 당연히 경제주체들은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되고 경제 내에 필요한 현금의 양도 많아진다.

지하경제란 정부의 규제를 피해 보고되지 않는 경제를 가리킨다. 현금을 활용한 거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록이 남지 않아 조세 당국이 세원을 발굴하고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경기 대응 및 복지 확대 등의 수요로 인해 재정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하경제가 확대될 경우 세수 부족, 재정 악화, 세율 인상, 지하경제 확대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캐쉬이코노미 비중의 증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21일 Cash Economy의 증가에 따른 지하경제의 확대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그 요인으로 화폐 발행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하 경제에 풀려 있는 현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2005년에서 2008년까지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5~6%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새로운 고액권 지폐인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2009년 말 21.4%까지 상승했다. 10만원권 수표를 대신해 5만원권 지폐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권 발행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들어 급증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즉, 지난해 말 11.7%까지 낮아졌던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올해 5월말 14.9%로 3.2%포인트 높아졌다.

게다가 풀린 화폐가 회수되지 않고 있다

화폐 환수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시중에 풀렸다가 돌고 돌아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화폐 순환 사이클에서 빠져 경제주체들의 지갑, 금고 등 어딘가에 고여 있는 현금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화폐 환수율은 76.4% 수준에 불과하다. 2007년과 2008년에 95%대,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에도 80%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70%대 환수율은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화폐의 퇴장’ 현상은 고액권 화폐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만원권 지폐의 환수율은 52.3%로서, 지난해 5만원권 지폐의 환수율 61.7%보다 9.4%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새어 나가고, 사라지는 화폐가 늘어나면서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화폐의 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 발행액에서 다시 거둬들인 화폐 회수액을 차감한 화폐 순발행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3조 7천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가 올해 계속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전체 화폐 순발행액은 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6년간의 연 평균 화폐 순발행액 규모인 4조 6천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카드를 이용한 거래도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등)를 이용한 지급결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3.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개인 신용카드 사용이 더욱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개인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급결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8% 증가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동안에는 2.4% 증가에 그쳐 5.6%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세수 확보 및 역진성 완화를 이유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 및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9년 도입된 이후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통해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원 공개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제도를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확대가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은 도리어 지하경제 확대 및 이로 인한 세수 감소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줄어듦에 따라서 현금거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그 만큼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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