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얼굴 - 김남주 이민호 시인
꽃이여 피여 피여 꽃이여 새벽의 언덕에서 폐허에서 겨울과 봄의 중턱에서 박토에서 황혼의 언덕에서 죽어버린 별이여
아직도 식지 않은 잿더미를 헤집고 남몰래 푸른 고환 한 짝을 간직하였네 숱 많은 머리결과 부엉이 눈과 옥수수 댓잎 같은 누런 입 냄새를 덮어둔 채
바위에 불알 두 쪽 올려놓고 돌멩이로 그냥 내리치는 것만 같애 마지막 말 불씨만을 싸안고 서둘러 도망쳤네
티벳 승려의 불타는 육신에서 팔레스티나 유카리나무 아래 죽어가는 어린 영혼에서 용산에서 11월의 거리에서 모든 고통에서 신의 이름을 지우고 그대 아직도 죽으러 가는 별이여
피다 꽃이다 꽃이다 피다
이민호 1994년 문화일보로 등단 시집 『참빗 하나』, 『피의 고현학』, 『완연한 미연』, 『토포포엠_그 섬』평론집『한국문학 첫 새벽에 민중은 죽음의 강을 건넜다 』『도둑맞은 슬픈 편지』연구서 『김종삼의 시적 상상력과 텍스트성 』『낯설음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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