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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잊혀지나... ”

윤의일 | 기사입력 2012/06/22 [00:07]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잊혀지나... ”

윤의일 | 입력 : 2012/06/22 [00:07]


[6월, 그 값진 희생] 유해발굴 국군전사자 안장식

북한서 발굴한 2명의 전사자 등 10인 편히 잠들다

6월20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25전쟁 전사자 10위(位) 합동안장식'에서 고 박갑손 일등중사의 동생 박부산씨는?조금 전?형의 유해를 묻은 무덤 앞에서 비석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히 말했다.?

박 중사는?1951년 4월23일 강원도 화천에서 전쟁 중에 전사했다.?하지만 그의 시신은 당시 수습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전쟁터에 가매장돼 있다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의해 2009년 10월 발견됐다.?유전자 감식 결과가 동생 박씨에게 통보된 것은 지난 1월18일, 60여 년 동안 안고 살았던 마음속 응어리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날?국군 전사자 10구가 총성이 멎은 전쟁터에서 외롭게 묻혀 있다가 60년 만에 호국의 성지인 현충원에 편안히 잠들었다. 안장된 유해는?류광연 일등상사, 빈흥식 이등상사, 손만조·박갑손 일등중사, 최정준·손현수 하사, 함철식·이광수·김용수·이갑수 일병이 이날 영면했다.

김용수·이갑수 일병은?미국에 의해 북한지역에서 발굴돼 지난달 25일 조국의 땅에 귀환한?국군 전사자 12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돼?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이들은 6.25 당시 국군으로 입대해 미 7사단에 배속됐던 카투사로,?함경남도 개마고원 인근 장진호(湖)?전투에서?전사했다.

고 이갑수 일병의 아들 이영찬씨는 “아버지가 남한 땅이 아니라 북한에서 전사하신 것으로 알고 전혀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어머니와 같이 묻어드릴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 일병의 유해는 1978년 작고한 그의 아내 변윤옥씨 유해와 함께 합장됐다.

이날 육군은 6·25전쟁 당시 전시 상훈법에 따라 일선 사단장으로부터 약식증서만 교부받고 실제 훈장을 받지 못한 빈흥식 이등상사 유족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전수했다

 

빈 이등상사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11월 입대해 8사단 21연대 소속으로 영·호남 공비토벌작전, 노전평지구 전투, 금성지구 전투 등에 참전했다. 중공군의 7월 공세를 방어하던 중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열흘 전인 7월 17일 강원도 철원지역에서 전사한 것으로 확인돼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빈 이등상사를 대신해 무공훈장을 품에 안은 동생 빈창식 씨는 “돌아가신 지 60여 년 만에 형님의 유골을 찾았고, 늦었지만 현충원에 편안하게 모실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형님이 화랑무공훈장을 받으신 것도 뒤늦게 알았으나 나라를 지키려고 용감히 싸우셨다는 것을 후대들에게 자랑스럽게 전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장식을 주관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은?“선배들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총을 들었으며,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조국의 안위와 바꾸고 호국의 꽃으로 쓰러졌다”면서?“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 어딘가에서 후배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13만 호국영령을 끝까지 찾아내어 모실 수 있도록 유해발굴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육군은 지난해까지 6·25전사자 합동안장식을 해마다 연말에 대전현충원에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6월·12월 두 차례 거행할 예정이다.

한편,?3년 넘게 벌어진 6.25전쟁 동안 16만명이 넘는 국군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현충원에 안장된 전사자는 3만명이 채 되지 않으며 13만명의 전사자는 아직까지?찾지 못했다.?이 중 9만명은 남한 땅에, 나머지 4만명은 북한 땅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6.25 전쟁 50주년이던 2000년 4월부터 국군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해 지난 12년간 6500여구의 유해를 찾았으나, 신원이 확인돼 유족에게 돌아간 경우는 79구에 불과하다. 유해발굴감식단은 현재 유족들로부터 2만여 명 분의 유전자 샘플을 확보한 상태이며, 유해에서 채취한?유전자와 계속해서 확인 중이다

윤의일 기자 news06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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