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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에게 일자리 줄 묘안 찾고 있어요”

이승재 | 기사입력 2011/09/05 [08:06]

“새터민에게 일자리 줄 묘안 찾고 있어요”

이승재 | 입력 : 2011/09/05 [08:06]

2003년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청소용역업체 ‘함께 일하는 세상’은 사회적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연매출 40억원가량을 올리는 이 업체는 친환경 청소법으로 업계에 명성이 자자하다. 모 재벌집 안방까지 도맡아 청소할 정도다. 향후 이 업체는 새터민(탈북자)에게도 벌이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주축으로 연 매출 40억원을 올린 회사가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청소용역업체인 ‘함께 일하는 세상’의 얘기다. 지난 2003년 아파트 입주청소로 시작한 이 업체는 현재 서울·경기·인천의 10여 개 자활공동체가 모여 만든 청소용역 연합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은 지난 2009년에는 웅진그룹의 가정용 청소사업부문 ‘인스케어’까지 인수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사회적기업이 대기업 사업부문을 인수한 셈이다. 본사가 있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초·중학교, 관공서와 병원, 기업용 빌딩 등으로 사업을 점점 키우고 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을 창업한 사람은 이철종(37)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기초생활수급자 3명과 같이 ‘함께 일하는 세상’을 창업했다. 이철종 대표의 입에서는 국내 최고(最高) 높이의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함께 일하는 세상’에서 청소를 맡았던 국내 유명 건물들이 줄줄 나왔다.

경기·인천지역 청소용역연합기업으로 발돋움
청소용역업체의 대표지만 사실 이철종 대표는 청소용역업이나 친환경, 사회적기업과는 별반 인연이 없었다. 전공인 전자통신보다 철학이나 사회학 같은 데 조금 더 관심을 두는 정도였다.

“군 제대 후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졌어요. 대학 중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세차장, 신문배달, 전단배포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죠. 한때 인쇄기획소도 운영했는데 돈 버는 일에는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대표는 26세이던 지난 2000년 경기도 시흥의 한 자활센터에 들어가 사회활동가로 변신했다.

그러던 중 자활센터에서 알게 된 기초생활수급자 3명과 함께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처음 따낸 일감은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입주청소. 이후 시흥 여성회관과 종합병원 청소용역을 따내며 회사를 키워 갔다. ‘사회적기업’이라 관공서 청소의 경우 일정 부분 배려도 있었지만, 창업 후 5년간은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이후 이철종 대표는 ‘친환경’을 앞세워 청소용역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 업체는 산성세제 대신 중성세제, 물청소 대신 건식(乾式)청소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표는 “물을 닦는 데 드는 수고도 덜고, 세균으로 인한 2차 오염, 건물노화를 막는 효과적 방법이란 판단으로 건식청소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장실 청소. 락스는 종종 화장실·욕실 청소용으로 쓰인다. 물에 몇 백배 희석해 사용해야 하지만 대개 물만 대충 부은 다음 사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세상’은 화장실 청소때 ‘락스’를 쓰지 않는다. 강알칼리성의 살균 표백제인 락스는 건물표면을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연 중화제를 사용한다. 천연 중화제로 찌든 때를 벗겨 내는 것이다.

친환경청소 전문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아
건물주들은 “왜 청소를 했다면서 락스 냄새가 안 나느냐”며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건물수명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고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데 한동안 애를 먹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친환경 청소법으로 ‘함께 일하는 세상’은 청소전문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청소단가도 경쟁업체들에 비해 10~30퍼센트 비싸다.

이 대표는 “고가의 수입 청소장비를 직도입하는 등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지만 품질과 서비스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단가를 낮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라 인건비를 줄일 수도 없다. 전체 직원 중 50~60퍼센트는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이다. 물론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고용을 더 늘리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서비스 마인드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엄연히 있는 만큼 이를 고객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기업용 빌딩 청소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장기적 목표다. 초·중학교와 관공서에 몰려 있는 일감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중견기업 이상의 빌딩 청소는 퇴직 임원들이 운영하는 용역업체들이 맡는 것이 관행화돼 있어 시장진입이 쉽지 않다”면서도 “품질과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은 다른 사회적기업을 키우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함께 일하는 세상’은 업계 최초로 ‘직업훈련개발시설’로 지정됐다. 이틀에서 2주일까지 청소훈련과 방문교육을 실시한다. 고용보험을 통해 교육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최근에는 방문교육만 40건에 달할 정도다.

직업훈련도 병행… 또 다른 사회적기업 키우기도

지난 7월에는 청소용역업계에 종사하는 27개 사회적기업들을 한데 모아 ‘청소대안기업연합회’란 사단법인도 설립했다. 이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연합회는 청소업계 내의 정보공유와 교육은 물론 새로운 청소기업 발굴 육성에도 관여한다. 또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과 불합리한 제도적 관행을 개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새터민(탈북자)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탈북청년들에게 고층빌딩 유리창 닦기 등 특수청소 영역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고층빌딩 유리창 닦기 같은 외벽청소의 경우 20일 정도만 일하면 약 4백만원가량의 목돈을 수중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벌이가 괜찮다”고 말했다.

“고층빌딩 외벽청소는 고난도의 기술과 강한 체력이 받쳐 줘야 합니다. 타워팰리스 외벽은 올라갔가가 밥 먹고 내려오면 하루가 훌쩍 지날 정도로 일이 고돼요. 대신 탈북청년들은 체력도 받쳐 주고 수익에 대한 도전욕구가 강합니다. 위험을 무릅쓰려는 의지도 강한만큼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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