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리뷰] 고인을 향한 헌사이자 상실에 대한 강력한 위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다. 영화'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이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09 [22:48]

[리뷰] 고인을 향한 헌사이자 상실에 대한 강력한 위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다. 영화'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이소영 기자 | 입력 : 2022/11/09 [22:48]

 ※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18년 영화 '블랙팬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와칸다'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대중매체 속에서 주문화가 아니었던 아프리카 문화를 세련되고 강렬하게 알린 영화 '블랙팬서'는 2018년 당시 역사상 아홉 번째로 매출이 높은 영화이자 2018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흥행작으로 영화가 지닌 문화의 힘을 압도적으로 보여준 메가히트작이었다.

 

또한 '블랙팬서'는 슈퍼히어로 영화로는 처음으로 제91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에 후보로 올랐으며, 아카데미 의상상, 음악상, 미술상을 거머쥐었다. 제25회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는 영화부문 캐스트상과 스턴트 앙상블상을 수상하였고, 제24회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에서는 12개의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미술상, 의상상, 시각 효과상을 수상했다. 

 

개봉한지 두 달만에 속편 제작을 확정하고 '북미 기준 가장 속편이 기대되는 영화 1위'로도 꼽혔던 영화의 운명은 고작 2년여만에 방향을 잃는다. 영화 '블랙팬서'의 주인공 '트찰라'로 호연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 8월 28일에 대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  영화 <'블랙 팬서> 포스터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상징이자 주인공이었으며 감독과 함께 작품을 완성시켰던 이의 공백은 작품을 넘어 흑인 커뮤니티에도 강한 충격을 일으켰다. 이미 채드윅 보스먼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가 2020년 당시 초고로 완성된 상태였기에 속편이 제작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리캐스트(Re-cast) 운동까지 불거지던 2021년, 시나리오의 수정을 걸쳐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2022년 11월 9일 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관객과 만났다.

 

 

 

  • 암흑같은 슬픔에 깔려 있으나 감정을 존중함으로서 찬란히 빛나는 작품

 

 영화 <'블랙 팬서> 스틸컷 배우 채드윅 보스만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국왕이자 국가의 수호자이자 전사 '블랙 팬서'였던 트찰라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시작으로 1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1편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여 이 비극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여정을 관객들이 쫓는다.

 

영화는 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감추거나, 그의 생존을 가장하지 않는다. 와칸다에서 치러지는 장례식을 보여주고  캐릭터들의 비탄을 전면에 드러낸다. 실제 배우의 추모현장에 있는 기분을 전달하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블랙팬서'이자 왕인 트찰라의 사망으로  쌓인 비극은 분명 작품에 짙게 머물지만 그 색은 서서히 옅어진다. 

미국과 UN총회의 의장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초강대국 와칸다의 모습은 1편보다 조금 더 다양하게 그려진다. 와칸다인들은 고통에 빠져있지 않고, 그들의 문화처럼 '죽음은 끝이 아니며 또 다른 시작'임을 보여주며 살아간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배우 안젤라 바셋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여왕 라몬다 역에 안젤라 바셋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명배우의 연기는 비극을 짊어졌으나 국가를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블랙팬서'로 지목되었던 슈리의 정체성은 영화 '블랙팬서'처럼 국가의 수호자나 전사가 아닌 과학자임을 뚜렷히 한다. 그녀의 무기는 팬서의 힘이 아닌 그녀의 지식이며, 그녀의 지식은 전쟁을 종결낼 강력한 실마리가 되어준다. 

이 외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오코예, 나키아, 음바쿠 등 영화 '블랙팬서'에서 등장한 다수의 캐릭터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배우 테노치 우에르타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가상국가 '탈로칸', 새로운 안타고니스트 '네이머'의 등장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중심 이야기는 심해의 국가인 '탈로칸'과 전쟁이다.  비브라늄을 갖고자 하는 서구세력이 깊은 해저에 자리잡고 있는 비밀 국가 '탈로칸'의 비브라늄 채굴시도를 하게 되면서 전투가 시작된다. 이번 작품에 새롭게 등장한 심해의 숨겨진 나라 '탈로칸'의 아름다운 풍광은 2년에 가까운 개발기간과 400페이지에 달하는 프로덕션 가이드로 제작진의 노력이 드러난다.메소아메리카 문명 중에서도 마야 문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미술과 의상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영화 '블랙팬서'의 안타고니스트가 와칸다에서 버려졌던 '은자다카'였다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안타고니스트는 '네이머'다. 날개달린 뱀의 신 '쿠쿨칸'으로 불리는 '탈로칸'의 왕인 네이머는 자신의 백성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다른 나라의 멸망은 쉽게 언급하는 양면적인 인물이다. 

 

 

  • 2018년의 수상을 증명하는 압도적인 음악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91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루드비히 고란손이 이번에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음악 페르소나의 역할을 했다. 긴 러닝타임으로 자칫 호흡이 느려질 수 있는 작품에 긴장감과 유연함을 덧붙였고, 두 가상 국가의 문화의 매력을 완벽하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공식 예고편 캡쳐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탈식민주의와 새로운 시작점에 선 소년

 

2018년 영화 '블랙팬서' 개봉 당시 비브라늄을 기반으로 강성한 와칸다는 아프리칸이 꿈꾼 낙원이었다.  비록 영화일 지언정 식민주의와 포스트 식민주의에서 탈피를 부르짖는 문화적 격려였다.  이번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에서는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에서 탈식민주의가 조금 더 두드러진다. 

 

 

이번 영화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에서는 프랑스가 자주 등장한다. UN지부에서 비브라늄의 공유에 관하여 여왕 라몬다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국가가 프랑스였고, 와칸다 구호기구를 침략한 용병들 역시 프랑스와 유착 집단으로 밝혀진다. 나키아의 거주지로 그려진 아이티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인데, 이 특정의 나라가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바로 본편과 쿠키에서 등장한 트찰라와 나키아의 아들 '투생' 때문으로 여겨진다.

 

놀라울만큼 배우 채드윅 보스만과 꼭 닮은 아역배우가 작중 내 투생을 연기한다. 6살난 이 어린 왕자의 존재는 나키아와 슈리만이 아는 극비로,자신의 고모인 슈리와 조우하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이펙트를 선사한다.

 

투생이란 이름은 각본을 겸한 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아이티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던 '프랑수아 도미니크 투생 루베르튀르(François-Dominique Toussaint Louverture)'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투생 루베르튀르는  아이티 건국 영웅으로 수많은 흑인 투사들 중의 하나였고, 프랑스의 식민지에 노예 제도 폐지 선언을 도왔으며, 산도밍고(현 아이티)의 독립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아직 여섯살의 어린 나이이기에 마블이 구상한 작품들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쉽게 그려지지 않지만, 장차 어린 왕자가 채드윅 보스만이 연기한 '트찰라'와 다른 새로운 '트찰라'를 연기할 기대를 품게 만든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의 서사를 이끄는 슈리역의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는 지난 진행된 화상 언론 간담회에서 '슈리'를 '용감함'이라고 함축하며 "영화 '블랙팬서'에서는 왕의 여동생으로서 언제나 창의적이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혁신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트리는 역할이었으나 이번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에서는 오빠를 잃은 상실감, 슬픔, 고통의 감정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기"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갑작스레 찾아온 비극을 받아들이되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가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이는  마블이 보여준 단순한 오락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진중함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11월 9일 개봉하여 현재 전국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2세이상 관람가. 161분. 

 

 

 

 

 

 

 

이 기사 좋아요
내외신문 문화부 기자. 뮤지컬,공연,콘서트,영화 시사회 스틸 전반 촬영 및 기사 담당.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