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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주변 맹학교 학부모, 2주째 보수 집회 막아서…“빨갱이 아닙니다...오지 마세요”

김준환 기자 | 기사입력 2019/12/28 [22:04]

청와대 주변 맹학교 학부모, 2주째 보수 집회 막아서…“빨갱이 아닙니다...오지 마세요”

김준환 기자 | 입력 : 2019/12/28 [22:04]

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매주 토요일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하고 있는 보수 집회 참가자들을 2주 연속 막아섰다. 이들은 28일 오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에서 수개월째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신한은행 효자동지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맹학교 학생들의 교육권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2시에 나와 청와대 인근 집회금지 서명을 받은 맹학교 학부모들 및 인근 주민들은 오후 3시가 넘자 본격적으로 보수단체 행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행진을 막았던 이들은 이날 집회 장소를 경복궁역 방향으로 한 블록 전진한 곳으로 잡았다.

오후 330분이 넘자 광화문역 인근에서 1차 집회를 마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 집회가 경복궁역을 지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주 대치 상황에서 국본 집회 참가자로부터 빨갱이등의 원색적인 욕설을 들은 맹학교 학부모들은 이날 저희 빨갱이 아니고 이 동네 사는 부모들입니다. 제발 오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도로 중간을 막아섰다.

맹학교 학부모들과 인근 주민들이 행진을 막자 국본 집회 참가자들은 정당하게 행진 신고를 했다법을 무시하고 무단 점거하는 저들을 경찰이 정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못생긴 아줌마 비켜라”, “이북 가서 살아라등의 비난과 욕설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에 맹학교 학부모 측은 여긴 우리 동네다. 제발 그만해달라시끄러워 못 살겠다.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외치며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 도로 중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약 30여분간 대치했다.

맹학교 학부모 측은 국본 집회 측에 마이크를 끄고 대화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대치에도 국본 집회 측이 물러서지 않자, 맹학교 학부모 측은 내부회의를 거친 뒤 마이크와 음악을 끄고 행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4시가 넘자 맹학교 학부모 측이 길을 비켜주는 대신 국본 집회 선두에 서서 청와대 방면 행진을 이어갔다. 국본 측은 음악을 끄고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국본 측이 다시 음악을 켜고 마이크 소리를 올리자 맹학교 학부모들이 다시 이들을 막아섰다. 국본 측은 저들이 불법으로 길을 막고 있으니 여기서 진행하겠다며 음악 소리를 최대로 올린 채 집회를 이어갔다.

국본 측은 맹학교 학부모들이 막아서고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1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5시쯤 물러났다. 이들은 물러서는 와중에도 맹학교 학부모들을 향해 욕설과 함께 문재인 앞잡이”, “간첩등으로 비난했다.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500가량 떨어져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보통 하루 23차례 주변 상황을 소리로 파악해 스스로 이동하는 `독립 보행` 교육을 받는데, 학부모들은 매일 계속되는 집회 소음과 교통 통제 등으로 인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집회 금지를 요구해왔다.

학부모들은 지난 21일에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자제를 촉구했다.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관계자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청와대 주변 집회 때문에 지난 3년 내내 고통을 받아왔다교육권을 침해하는 집회·소음이 계속되는 한 매주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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