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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대안학교 은평뉴타운 이전, 주민 반발로 난항…“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박순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07 [18:36]

탈북민 대안학교 은평뉴타운 이전, 주민 반발로 난항…“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박순정 기자 | 입력 : 2019/12/07 [18:36]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대상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은평뉴타운 부지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충분한 동의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지나치게 지역 이익을 우선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탈북 청소년 대안 학교인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이다. 조 교감은 "우리 여명학교 교사들이 국민 여러분과 주민들께 무릎 꿇고 호소하오니 여명학교가 통일의 상상 기지인 은평구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장애 학생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해 여론을 움직였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릎을 꿇어줄 어머니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은평구청, SH공사 등은 은평뉴타운 내 일부 부지를 학교 용도로 바꿔 현재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여명학교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계부처는 주민을 상대로 이전안을 담고 있는 '은평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공람 절차를 마친 뒤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진행, 의견을 모으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여명학교는 서울에 있는 탈북 청소년 학교다. 교사 16명이 17~25세 학생 89명에게 고교 교과목을 가르치고 수능 시험 준비도 돕고 있다. 2010년 학력 인정 대안 학교로 인가받아, 졸업하면 바로 고졸 학력을 인정받는다.

여명학교는 중구 남산동 현 교사(校舍) 임대 계약 만료(20212)가 다가오자 신축 이전을 추진했다. 현재 부지가 남산 자락에 있어 대중교통편이 불편하고 운동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고른 땅이 은평구 진관동의 2143.3.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과 협의해 터를 매입하는 행정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중학교 과정까지 신설해 학생 규모도 2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은평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익시설이 들어서야 할 부지의 용도를 충분한 동의도 없이 변경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청회 이후 지역 카페 등을 중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은평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카페에는 "주민들 의견은 하나도 물어보지 않는다", "지금 학교도 부족한데 은평뉴타운과 무관한 학교를 유치한다" 등 불만이 올라왔다.

학교 측은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6일 올라온 여명학교의 청와대 청원은 대응 성격도 있다. "(주민들) 학교가 부족한 상황에 일반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가 들어오는 게 불편한 마음이 있다 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와 주민 편익 시설을 지원해달라"고 청와대에 청원했다. 이어 "학교 건물을 작더라도 예쁘고 따뜻하게 짓고, 어려운 이웃들을 솔선해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반대한다면 여학생만 기숙시키고 규모도 줄이겠다"는 구체적 약속도 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이 다니는 대안학교라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생기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정책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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