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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그 화려한 시작

편집부 | 기사입력 2018/03/20 [12:22]

[현장 취재]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그 화려한 시작

편집부 | 입력 : 2018/03/20 [12:22]


왕궁 수문장 교대행사

[내외신문=김윤정 기자]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행하기 위해 수문군들이 덕수궁 대학 문화 광장으로 도착하고 있습니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3시 30분이 되자 안내요원들의 정리가 시작되고 大漢門 뒤편에서 작은 북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북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옛 궁궐을 수호하던 수문군들이 발맞추어 大漢門 앞에 도열하였다.

둥~ 둥~ 둥~

수문군들의 정열이 정비되자, 수문장 교대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세 번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붉은 의복을 입은 수문군이 두들기는 북소리는 도심일대를 울렸다. 매일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덕수궁의 수문장 교대의식을 관람하기 위해 약 5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들과 서울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날의 암호를 확인하는 ‘군호하부’ 절차와 이를 확인하고 궁성문의 열쇠가 담신 함을 전달하는 인계 절차가 행해졌다. 이어 두개의 수문군들이 교대하며 새로 도착한 수문군의 신원을 확인하는 ‘군호응대’가 실시되었다.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 댔다.

어느새 大漢門 앞을 가득채운 시민들은 엄숙한 가운데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초엄~’

여섯 번의 북수리가 울리며 열쇠함 인계를 감독하는 초엄이 시작되었다. 낮게 울리는 수문장의 신호에 맞춰 수문군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세 번 울리는 두 번째 북신호는 순장패를 인수인계하는 중엄의 신호이다.

이어 두 번의 북소리는 수문군과 교대군이 얼굴을 맞대고 정렬하여 군례를 행함으로써 임무를 교대하는 삼엄의 과정이다. 초엄, 중엄, 삼엄을 알리는 나발과 나각, 북신호에 따라 수문군의 교대의식이 진행되었다. 높이 든 깃발과 수문군들의 진지한 표정은 행사의 무게를 더해주었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수문장 교대의식은 40분간 지속되었다.

개방된 공간에서 열리는 조선의 행사

덕수궁의 大漢門 앞마당에서 진행되는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덕수궁의 정기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40여분 간 진행되는 행사이지만, 덕수궁에 입장하지 않고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덕수궁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들은 물론 바쁜 서울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이 행사를 지켜본다. 가던 길을 멈추고 교대의식을 관람하던 이집트의 한 관광객에게 짧은 영어로나마 소감을 물어보았다.

-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문장교대의식은 어떠한가?

“매우 인상 깊다. 특히나 수문장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정말로 아름답다.”

-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인가?

“아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중간부터 지켜봤다.”

이 관광객은 행사가 끝나자 무료로 수문장 의상을 대여해 입고 수문장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계속해서 nice를 외쳐대던 이집트 관광객은 짧은 행사이지만 매우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단순한 볼거리에만 그쳐

많은 외국인들과 서울 시민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문장 교대의식. 하지만 이 행사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大漢門 앞 간이 의상대여소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신국일(26)씨를 만나보았다.

- 수문장교대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옛 조선의 행사를 서울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 상당히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떠한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적인 것이란 그저 불고기나 한복에 그칠지 모른다. 하지만 수문장 교대의식은 직접 볼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한국 문화 이벤트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즐거워한다. 저기 뒤편 호텔(시청 앞 광장에 위치한 SEOUL PLAZA HOTEL)에 묶는 외국인들은 시간에 맞춰서 행사를 보러 몇 번씩 나오기도 한다.”

- 많은 관광객들에게 확실히 좋은 경험이지만, 부족한 면은 없나?

“10년 정도 된 오래된 행사인데, 아직까지 행사에 관한 안내 팜플렛도 비치되어 있지 않다. 또 용어 위주의 설명은 행사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데 한계가 있다. 요즘엔 일본인 관광객이 더 많은데, 영어 통역만 되고 있다. 일부러 정보를 찾지 않는 이상, 외국인들에게 수문장 교대의식의 정확한 의미와 과정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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