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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길 / 심정숙 시인

편집부 | 기사입력 2017/12/07 [14:28]

세월의 길 / 심정숙 시인

편집부 | 입력 : 2017/12/07 [14:28]


우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세월은 왜 늙어가는 마법 안에

사람의 외형을 가두는가

 

청춘의 날개를 단

영혼의 황금 들판에 청보리가 익고

아득한 기억의 수집 장에

차곡히 쌓인 아름다운 시절은 묻혀들어

 

가슴 안에 품은 심장만큼

열정을 다하고픈 사랑

주름진 모습과 닮지 않은 아쉬움

하늘의 햇살이 익어가듯 꿈꾸고 싶은 인생

 

노을도 잠깐 바람도

찰나적으로 잠깐 일 듯 숨 가쁜 세월

떠나보낸 수많은 날보다

위태롭게 남은 짧은 날을 살려야 해

나이 들수록 곱게.

 

 

(작품 심사평)

 

순수 지평을 여는 신선한 감성

 

겨울호 신인문학상 응모작을 살펴보는데 문득 새삼스러움이 일었다. 시를 쓰는 마음이 과연 어떨까, 그리고 내 시는 독자에게 어떤 감명을 안겨 주는가 하는 생각.

그렇다. 시인은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맑히게 되고, 또한 그 作品은 문학의 어느 장르보다도 가장 정화된 언어예술이어서 독자의 당연한 흡인력을 요구받을 수밖에.

심정숙 님의 시는 한마디로, 감성이 맑고 신선해서 詩作의 순수 지평을 여는 審美眼이 뚜렷하다. 이는 평소 전통적 서정성과 모더니즘的 이미지가 아우러지는 데서 글감을 찾기에 그런 듯싶다. “가슴 안에 품은 심장만큼/ 열정을 다하고픈 사랑// …떠나보낸 수많은 날보다/ 위태롭게 남은 짧은 날들을 살려야 해/ 나이 들수록 곱게 곱게” (에서)

그런가 하면, 심정숙 님에게는 내면 의식으로 빚는 예민한 감응이 따스하고 풍요롭다. 이는 세세한 바람의 선율을 형상화하는 데서 비롯된다. “들창으로 쏟아져 들앉는/ 풍경 한 아름 품 좁게 껴안고/ 턱을 괴어 앉은 그림자// 비 쏟아내는 세상 밖 우듬지에/ 가둬 버린 머릿속은 맑음이다” (에서)

그렇듯 심리적 혼돈을 詩的 감성으로 그 의미를 창출해 내는 열정이 가상하다.

당선을 축하한다. 그리고 시인의 첫걸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

문학상심사위원회 이은별 吳容秀(글)

 

 

 

 

시가 나에게로 왔다.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접한 책으로 영혼의 배를 채웠습니다.

쉬지 않고 읽고 쓰며 삶의 무게를 내려놓던 자리에

시가 별이 되어 왔습니다.

서늘한 가슴의 뜨락에 떨어져 쌓인 그 별들이

어둡고 습한 심연의 방에 불을 밝혔습니다.

마음에서 꾼 꿈이 시인이 되는 것인 줄 인지하기 전에

이미 시를 만났던 시절부터 저는 묵언의 시인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시가 제게로 왔습니다.

초심으로 시와 함께 가고 싶은 길

그 길을 꽃으로 밝혀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와 축복을 드립니다.

 

 

심정숙 시인은 위 작품으로 푸른문학 2017년 겨울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다.

아호는 春雪이다.

회사원이며 「푸른문학」 운영이사, 울산의 시인들 회원,시와 달빛 문학회 정회원,시와 달빛 동인회 회원이다.

(상임고문 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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