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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정은숙 시인

편집부 | 기사입력 2017/12/07 [13:08]

生의 한가운데 / 정은숙 시인

편집부 | 입력 : 2017/12/07 [13:08]


삶의 달음질에 지쳐

무거운 고개를 들어 보니

주름진 구름 한 점

이마 위를 지나가네

 

갈 길 없는 배는

닻을 내려 무심히 떠 있고

길 잃은 바람은

방황의 늪을 휘돌아 사라지고

 

끝이 없는 길을 따라

낯선 길 떠난 사랑도

휘어진 고샅길 그 끝에 닿아

잡지 못한 바람 한 점 휘익

뺨을 치고 잦아드니

숨 고를 시간이 허락되고

나는 긴 절벽 담쟁이 넝쿨 푸릇푸릇

가늘고 희미한 삶을 바라보네

 

손가락 끝에 매달린 통증은

生의 전율, 벽을 긁는 숨결이

벗어놓은 뱀의 허물처럼

쇠락하여 펼쳐지고

 

황량한 회색빛 분을 바른 벽은

더 이상 푸르름을 경계하고

생명의 발 들임을 거부하네

의뭉스런 저 달은 말이 없네

 

그래도 중단할 수 없는 길

거기에 다시 설 수밖에

그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어느 경로로 가게 되는지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라 하여도.

 

(작품 심사평)

自我 素描 아우른 詩的 에스프리

정은숙 님의 신인문학상 응모작 10여 편에서 등 다섯 편을 당선작으로 가려냈다. 이들 작품에서는(選外作도 포함해서) 詩的 감성의 에스프리가 밝고 신선했다.

그 가운데서도 자연의 섭리에 自我의 素描를 잘 아우러 낸 는 유독 눈여길 만하였다. “삶의 달음질에 지쳐/ 무거운 고개를 들어 보니/ 주름진 구름 한 점/ 이마 위를 지나가네// …그래도 중단할 수 없는 길/ 거기에 다시 설 수밖에…”

그리고, 정은숙 님은 자신이 걸어온 세월의 흔적을 꼼꼼히 더듬는다. 한 줌의 바람도 풍경이 되는, 정답게 손짓하는 꽃길을 걸으면서 아른거리는 추억을 따라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운명을 품었던 꽃잎이/ 바람에 한 잎 두 잎/ 아름답고 곱게 떨어지는 날/ 우리도 저리 피고 질까”(에서), “이리 한순간의/ 희열이고 싶지는 않아// 그대 곁에서/ 두고두고 뭉근히 타는/ 장작으로 불타고 싶었지// …그리하여 재가 되는/ 그 순간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그대 곁을 지키고 싶었지”(에서) 이를테면 정은숙 님의 사랑은 ‘흰 구름 가는 길’을 따라 줄곧 걷고 싶어한다. 가슴속 고이 간직한 詩心이 맑고 신선하다.

당선을 축하한다. 그리고 꾸준한 정진을 기대한다.

문학상심사위원회 金年均 이은별(글)

 

당선 소감

?새로운 길 위에서

저는 노무사로 경영컨설턴트로 살아오면서 시를 쓴다는 일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SNS를 통해 많은 이들이 시를 쓰고 공유하는 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시작(詩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담은 글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었고, SNS를 통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주변 지인들의 성원은 저에게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푸른문학」의 신인문학상에 공모하여 당선이란 큰 선물을 받게 되어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함께 마음의 각오 또한 다잡아 보게 됩니다.

저는 이제 시인으로서 시인의 길이라는 새로운 길 위에 섰습니다. 앞으로 저의 마음의 눈을 통하여 세상과 인간 삶에 대한 생각들을 시상(詩想)으로 그려 보려 합니다. 또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길 앞에서 저에게 용기와 응원을 주신 우보 이광희 시인님과 지인들, 저의 글에 가능성의 문을 열어 주신 「푸른문학」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은숙 시인은 위 작품으로 푸른문학 2017년 겨울호에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공인노무사로 일하고 있으며 푸른문학 운영이사,시와 달빛 문학회 정회원이다.

(상임고문 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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