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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 음악회 /이동훈 시인

조기홍 | 기사입력 2017/04/18 [06:15]

삼릉 음악회 /이동훈 시인

조기홍 | 입력 : 2017/04/18 [06:15]


삼릉 음악회 /이동훈 시인

바위에 새기고 땅에 묻은 천 년을
흔들어 깨울 듯
남산 삼릉 입구가 법석법석하다.
트럼펫과 색소폰이 제법 어울려도
등산객 발길은 한 곡조에 머물렀다가
다음 곡조에 떠나기 십상이고
좌판 벌이고 앉은 할머니
홍시 몇 소쿠리 내놓고 요지부동이다.
있다가, 이미자 나오면 좋아하실 거예요.
시끄러우면 소리 좀 줄일까요?
할머니는 가타부타 말이 없고
시무룩한 중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허리에 퍼더앉은 돌부처
목 없이도 둥그스름하기만 하다.
산 허리질러 설렁설렁 내려오니
오늘도 기다리네~ 동백 아가씨~*
노랫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곳에
빈 소쿠리를 들고 춤추는 할머니
홍시로 볼가심 했는지
연주자 입가에 노을 한 점 번지는 저녁녘
젖몸살하던 삼릉도 뒤로 눕는다.
 
* ‘동백 아가씨’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이동훈 시인은 2009 월간 '우리시'로 등단
시집으로 '엉덩이에 대한 명상'(2014)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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