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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누가 ‘괴물’인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편집부 | 기사입력 2015/12/31 [14:27]

(공연리뷰)누가 ‘괴물’인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편집부 | 입력 : 2015/12/31 [14:27]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빅터의 생명창조 /사진제공 : (주)랑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쉬이 내쳐서는 안 된다, 생명이란. 설사 만들어냈다 하여도.신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생명은 다만 원했다. 있는 모습그대로 자신을 봐주기를. 신이 되고 싶어 한 인간과 인간을 동경한 괴물의 슬픈 엇갈림, 뮤지컬 이다.
19살의 소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처녀작 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 소설 중 하나이다. 19세기부터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까지 다양한 변주의 소재가 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은 2014년, 초연으로 ‘제8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및 올해의 창작뮤지컬,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을, 국내 유일의 창작뮤지컬 시상식 ‘예그린 어워드’까지 휩쓸며 ‘괴물 같은 작품’이란 애칭을 얻었다.?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구하게 된다. 의기투합해 실험에 매진하지만 종전으로 연구 지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연구실을 프랑켄슈타인 성으로 옮겨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간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피조물이 창조되지만 홀연 사라지고 만다. 3년 후, 빅터 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이 나타나 복수가 시작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집착한다. 생명을 창조하고 싶어 한 그의 꿈이 시작된 것은 상실로 부터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넘어 생명을 향한 꿈은 눈부셨으나 결국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파멸로 이끌고 가버린다. 그가 생명을 창조했기 때문에.?
전 배역이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이 작품의 1막과 2막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막이 빅터와 앙리를 중심으로 한 생명창조, 꿈을 향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2막은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의 세계로 내던져져 괴물이 되어가는 피조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난 괴물(최우혁) 공연장면
서늘한 목소리, 복수를 예고하는 괴물의 모습은 스산하기 이를 데 없다. 어째서일까, 그 스산함 속에 쓸쓸함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인간을 동경한 괴물.......팔, 다리, 몸통, 머리까지 모두 짜깁기해 만들어졌으나 그의 마음만은 온전했는데. 그가 끝없는 고통 속에서 인간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고 부르는 ‘나는 괴물’ 넘버는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물 역의 배우가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역량에 찬사를 보낸다.?
빅터와 앙리가 함께 꾸었던 꿈. 다만 눈부신 이상에 지나지 않았던 꿈은 운명처럼 이어진 사건들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꿈의 결정체는 그의 이상과는 달랐다. 생명을 창조하길 원했다면 그 이후도 생각했어야 했다. 그 후를 생각지 않음으로 그는 자신보다 고독하고 더욱 서글픈 생명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로 그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피조물은 ‘괴물’이 되어야했으니 어쩌면 그것이 더 큰 비극이 아닐까.?
그의 창조주는 그를 ‘사랑’하지 않고 원하던 존재가 아니라고 그저,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의 복수는 처절하고 슬프다. 정말 서글픈 것은 그가 그의 의지로 내민 첫걸음이 설렘 가득한 빛을 향하지 못하고, 핏빛으로 얼룩진 복수의 길이라는 것. 그래도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그에겐 오히려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을 만든 그 손에 운명을 맡긴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몰입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뮤지컬이 창작뮤지컬이라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흐름에 설명이 너무 많아 오히려 작품의 긴장도가 떨어지고 과한 영상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특히 엔딩에서 빅터가 관객석에 등장하는 것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뮤지컬 은 괴물 같은 작품이다.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무시무시한 저력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초연에서 대활약한 류정한, 이건명 배우의 부재가 아쉽지만 더 깊어진 연기력으로 든든히 작품을 지키고 있는 유준상이 빅터와 자크역을 맡았으며 뮤지컬계의 기린아 전동석과 베테랑 박건형이 같은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빅터의 진실한 친구 앙리와 슬픈 괴물 역에 초연에 이어 박은태, 한지상, 그리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최우혁, 빅터의 누나 엘렌과 자크의 무서운 아내 에바 역에 서지영과 이혜경, 빅터의 약혼녀 줄리아와 괴물이 구해준 까뜨린느 역에 안시하와 이지수, 줄리아의 아버지 슈테판시장과 페르난도 역에 관록의 이희정, 빅터의 집사 룽게와 자크의 심복 이고르 역에 홍경수 등이 함께 한다.?
정말 우리의 작품이 해외로 나가는 길이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눈부신 작품, 뮤지컬 은 2016년 2월 28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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