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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일 만에 확정된 노웅래 전의원의 무죄…‘잘못된 기소’가 한 정치인의 시간을 빼앗는 법

2022년 압수수색·체포동의안에서 2026년 검찰 상고 포기까지

법원 “위법수집증거”…1·2심 무죄에도 정치적 상처는 되돌릴 수 없어

노웅래 “다시는 조작기소·조작수사로 억울한 피해자 없어야”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8/31 [09:48]

1372일 만에 확정된 노웅래 전의원의 무죄…‘잘못된 기소’가 한 정치인의 시간을 빼앗는 법

2022년 압수수색·체포동의안에서 2026년 검찰 상고 포기까지

법원 “위법수집증거”…1·2심 무죄에도 정치적 상처는 되돌릴 수 없어

노웅래 “다시는 조작기소·조작수사로 억울한 피해자 없어야”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8/31 [09:48]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뇌물·불법 정치자금 사건이 약 3년 9개월 만에 무죄로 완전히 종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26년 8월 28일 노 전 의원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무죄가 선고된 데 이어 검찰이 대법원 판단까지 구하지 않으면서 노 전 의원의 무죄는 최종 확정됐다.

 

노 전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의 3년 9개월, 1372일이었다”며 “조작기소, 조작수사의 정치검찰에 굴하지 않고 이겨낸 것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1372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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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만원대 불법 정치자금 혐의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14일 서울,노웅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고 있다.사진/이두수 작가     김봉화 기자

 

2022년 11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사건

 

사건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22년 11월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그해 11월 노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자택에서 약 3억원의 현금을 발견했고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현금과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당시 이 현금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노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노 의원은 해당 현금이 검찰이 주장하는 뇌물과 관계없는 돈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적용한 핵심 혐의는 노 의원이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발전소 납품, 물류센터 인허가, 태양광 사업,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2022년 12월, 국회까지 뒤흔든 체포동의안

 

검찰은 같은 해 12월 노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만큼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가 필요했다.

2022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석 271명 가운데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검찰이 확보했다는 녹음파일 등을 거론하며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취지로 체포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녹음돼 있다는 취지의 설명과 이른바 ‘돈봉투 부스럭 소리’가 알려지면서 여론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노 의원은 당시부터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이미 사실상의 ‘사회적 유죄판결’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압수수색, 현금다발, 체포영장, 녹음파일이라는 단어가 연일 언론을 뒤덮었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내려지기도 훨씬 전이었다.

 

2023년 3월, 검찰 결국 불구속 기소

 

검찰은 2023년 3월 29일 노 의원을 뇌물수수, 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사업가 박씨가 노 의원에게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노 의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 결백을 밝히겠다고 맞섰다.

 

재판은 장기간 이어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노 전 의원에게 징역 4년, 벌금 2억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정치에서 재판의 시간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2024년, 재판 도중 찾아온 총선…4선 의원의 공천 탈락

 

재판이 진행되던 2024년은 제22대 총선의 해였다.

민주당은 2024년 2월 22일 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을 전략지역구로 지정했다. 사실상 현역인 노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후 민주당은 마포갑에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다.

 

노 의원은 이에 반발해 당 대표실에서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9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지만 결국 총선 출마는 좌절됐다.

 

물론 민주당의 공천 결정에 검찰 기소가 어느 정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 하나는 있다.

 

노웅래라는 정치인은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가 아니라 재판 중인 피고인 신분에서 총선을 맞았고, 결국 4선 의원으로 지켜온 지역구에서 출마 기회를 잃었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적 원칙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기소 자체가 사실상의 형벌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5년 11월, 법원의 첫 판단은 ‘무죄’

 

사건 발생 약 3년 뒤인 2025년 11월 26일, 서울중앙지법은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핵심은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핵심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다른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또 이를 토대로 확보된 진술증거 역시 2차적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의 증거 취득 과정에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이 수년 동안 유지했던 공소사실은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2026년 8월, 항소심도 무죄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2026년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 역시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핵심 녹음파일 등에 대해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고, 일부 증거 판단에서는 1심과 차이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수년간 유지해온 주장이 두 차례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2026년 8월 28일, 검찰 상고 포기…무죄 최종 확정

 

그리고 2026년 8월 28일 검찰은 결국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법원이 압수물과 임의제출 증거의 적법성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점과 상고했을 경우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노웅래 전 의원 사건은 최종 무죄로 끝났다.

2022년 11월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조작기소’ 여부를 넘어 반드시 물어야 할 것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법원이 “검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

‘조작기소’, ‘조작수사’는 노웅래 전 의원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핵심 증거 일부가 위법하게 수집됐으며, 그 증거를 제외하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두 차례 판단한 것이다.

 

형사사법기관이 적법절차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기관이 영장 범위를 벗어나 증거를 수집하거나 다른 사건에서 얻은 자료를 적법한 절차 없이 새로운 사건에 이용한다면 수사 대상자는 자신의 삶 전체를 방어하는 데 수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무죄를 받아도 잃어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선거는 다시 치를 수 있어도 지나간 선거는 돌려놓을 수 없다.

공천을 잃고, 직업을 잃고, 명예가 훼손되고, 가족이 고통받은 뒤 수년 후 내려지는 무죄판결만으로 모든 피해가 원상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그 점에서 ‘잘못된 기소’는 단순한 법률적 오류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인에게는 정치생명을 빼앗을 수 있고, 기업인에게는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평범한 시민에게는 직장과 가정을 흔들 수 있다.

 

수사의 목적은 ‘유죄 만들기’가 아니라 진실 발견이어야

 

검찰은 막강한 국가권력을 행사한다.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을 형사법정에 세울 수 있다.

그만큼 높은 절제와 책임도 요구된다.

 

기소율이나 유죄율이 수사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수사의 목적은 특정인을 유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도 함께 살펴야 하고,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 수집에서도 영장주의와 적법절차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노웅래 사건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 역시 이것이다.

 

국가는 한 사람을 기소할 때 그 기소가 틀렸을 경우 그 사람이 치르게 될 대가까지 생각하고 있는가.

노 전 의원은 무죄 확정 직후 “다시는 조작기소, 조작수사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3년 9개월의 재판 끝에 내려진 무죄가 한 개인의 명예회복에서 그친다면 사건의 교훈은 반쪽에 불과하다.

잘못된 수사와 기소를 막는 통제장치, 위법한 증거수집에 대한 책임, 피의사실 공표와 수사과정의 여론몰이를 막는 제도, 무죄 확정자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 문제까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

 

기소는 판결이 아니다. 의혹은 유죄가 아니다.

노웅래 사건은 이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잊을 수 있는지를 1372일에 걸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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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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