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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27 페이지]
강정희
스물일곱 여왕개미는 단 한 번의 결혼비행을 위해 삼월의 이른 봄바람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비행했다
비행 끝에 다다른 작고 어두운 동굴 그 고요한 품속으로 천둥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작고 여린 알을 낳았다 하나, 둘, 셋.
동굴 밖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까맣게 잊은 채 여린 숨소리를 감싸 안고 날카로운 오감은 오직 세 개의 생명을 지키고자 사용했기에 어둡던 동굴은 살며시 온기가 스며들었다
스물일곱의 여왕개미는 혼례 비행 했던 날개를 하루하루 눈물로 접어 동굴 밖 웃음소리 떨쳐내며 동굴을 궁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하나
속살처럼 여리디 여린 내 인생의 27페이지도 하늘을 솟아올랐던 그 기억만 안고 이제 60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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