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 먹혔다…강남은 꺾이고 외곽은 오른다초고가 주택 세 부담·규제 강화에 강남 매수심리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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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돈은 사라지지 않는다.
강남에서 빠진 수요는 다른 지역을 찾는다.
최근 수원 매교에서는 지난 5월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7억원에 사기로 가계약한 매수인에게 집주인이 계약을 깨자고 요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불과 3개월 사이 시세가 약 1억2천만원 오르자 매도인이 가계약금 배액에 해당하는 약 3천만원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매도인은 기존 7억원이 아니라 7억4천만원에 다시 계약하자고 제안했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8억원 이상에 다시 매물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례는 지금 수도권 부동산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남을 포기한 돈이 수원·용인·광명·과천·하남과 인천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하지만 이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강남 몇 개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던 주택 수요가 수도권 전체로 분산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을 이해하려면 먼저 ‘서울 평균 집값’이라는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용 84㎡, 이른바 국민평형 기준 서울 전체 평균 가격은 약 13억원대다.
하지만 강남구와 서초구는 20억원 후반에서 30억원을 넘나들고 송파 역시 20억원에 육박하거나 넘어가는 수준이다.
이들 지역이 서울 평균을 크게 끌어올린다.
반면 강남3구를 제외하면 서울 상당수 지역의 전용 84㎡ 가격은 약 1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용산·성동·마포·광진 등 일부 핵심지역을 제외하면 동대문·성북·강서·은평·노원·관악·금천·강북·도봉 등은 강남권과 전혀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서울은 하나의 부동산 시장이 아니다.
강남 초고가 시장과 비강남 실거주 시장이 사실상 다른 시장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서울 평균이라는 숫자가 이 두 시장을 하나로 묶어 보여줬다.
강남 아파트가 30억원을 넘어서면 마치 서울 전체 아파트가 30억원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시장은 그렇지 않다.
강남 집값은 단순한 지역 가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남이 오르면 서울 전체 매도인이 가격을 올린다.
서초가 30억원이면 마포는 20억원을 요구하고, 마포가 20억원이면 노원은 12억원을 요구하는 식이다.
강남은 서울 부동산의 일종의 ‘가격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강남 집값의 상승 기대가 꺾이면 서울 전체 시장의 가격 기대도 낮아질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강남 포기 전략’의 효과가 나타난다.
투자자가 강남 아파트를 보며
“30억원을 주고 살 가치가 있을까.”
“보유세와 금융비용까지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10억원대 서울 아파트나 경기 핵심지역 두 채가 낫지 않을까.”
라는 판단을 하기 시작하면 강남 매수 경쟁 자체가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강남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고, 결국 서울 전체의 기대가격까지 내려간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일반적인 풍선효과와 반대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강남의 상승세가 꺾이는 사이 수원과 경기·인천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강남·서초 등 초고가 주택시장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일부 하락하는 반면, 수원 매교를 비롯한 수도권 외곽에서는 매수세가 강해지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강남 가격만 조정되고 수원·용인·광명·인천 가격이 급등한다면 정책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수원 사례처럼 3개월 사이 1억원 이상 오르면서 기존 계약까지 깨려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투기 수요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번 흐름은 단순한 풍선효과라기보다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가깝다.
강남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따르는 세금과 금융비용, 규제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수원과 경기·인천의 대체 주거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남은 내리고 수원은 오르는 현재의 흐름을 안정시키려면 특정 지역의 가격만 억누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공급이다.
이제는 세금과 규제만으로 시장을 누르는 정책에서 벗어나 실제 주택 공급으로 가격 상승 기대를 끊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정책 선택이 등장한다.
강남·서울 안에 공급해야 할까.
아니면 경기도와 인천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만들어야 할까.
서울 집값을 빨리 안정시키려면 서울 안의 공급이 먼저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과 인접지역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가 필요하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서울 도심에 새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수요가 강남인데 인천 외곽에 아파트 10만 채를 짓는다고 강남 수요가 그대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직장과 학교, 병원, 교통, 문화시설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택은 동일한 상품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의 공급이 늘어야 그 지역 가격이 안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강남 재건축을 무조건 투기정책으로 보는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1천가구짜리 노후 단지를 재건축해 1,500가구나 2천가구로 늘릴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도심 공급이다.
증가한 물량 가운데 일정 부분을 일반분양이나 장기임대, 공공기여 물량으로 확보한다면 강남의 희소성을 낮출 수도 있다.
재건축을 막으면 새 아파트는 줄어들고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강남 가격을 잡겠다고 공급까지 막으면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을 지켜주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투기는 막되 공급은 늘리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기·인천 공급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도권 전체 집값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려면 경기와 인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다만 단순히 아파트만 지어서는 안 된다.
GTX와 광역철도, 직장, 학교, 병원, 문화시설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걸리는 5억원짜리 아파트와 서울에서 30분 만에 갈 수 있는 7억원짜리 아파트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교통과 일자리가 붙으면 경기·인천 아파트는 강남과 서울의 실질적인 대체재가 된다.
그 순간 서울 집값에 가장 강력한 압력이 생긴다.
“서울 아니어도 살 만하다”는 생각이 퍼지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에는 직접 공급, 경기·인천에는 대체도시 공급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아직 부동산 가격이 완전히 잡혔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서울 전체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방향은 이전과 조금 다르다.
가장 먼저 올라가던 강남 초고가 시장의 상승 동력이 약해지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변화다.
강남이 계속 오르면 서울 전체가 따라 오른다.
반대로 강남 상승 기대가 꺾이면 서울 전체의 가격 기준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서울 도심 공급까지 본격화되고 경기·인천에서 충분한 주택이 공급된다면 외곽지역의 상승도 결국 공급에 의해 제어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은 강제로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굳이 저 가격에 살 필요가 없다.”
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강남 한 채에 30억~50억원을 넣는 것보다 서울 비강남이나 경기·인천의 좋은 주거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 강남 프리미엄은 약해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의미가 있다.
‘강남을 못 사게 만드는 정책’에서 ‘강남을 굳이 사고 싶지 않게 만드는 정책’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 전략이 현재 시장에서 조금씩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퍼즐은 공급이다.
강남과 서울에는 필요한 만큼 새 주택을 공급하고, 경기와 인천에는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교통·일자리 인프라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강남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이 서울 전체로 퍼지고, 현재 상승 중인 수도권 외곽 역시 공급 증가와 함께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결승선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강남 불패에 처음으로 ‘굳이 강남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