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김 가공시장 진출’ 논란…어업인 보호인가, 민간시장 무임승차인가
수협·목포수협 670억 원 규모 김 가공공장 추진…대기업과 600억 원 공동출자해 유통·판매까지 확대
김 가공·수출업계 “위판정보 가진 수협이 직접 수매하면 불공정”…수협 사업 전면 불참 선언
수협 “가공 물량은 전체의 2.8%…물김 폐기 막고 가격 하락에서 어업인 보호하기 위한 견제 장치”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8/25 [07:03]
김 수출이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은 가운데 수협중앙회의 김 가공·유통시장 직접 진출을 둘러싸고 기존 김 가공·수출업계와 수협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수협의 사업 확대가 물김 가격 하락을 막아 어업인을 보호하는 공익적 개입인지, 아니면 이미 민간업체들이 개척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무임승차’인지에 있다.
670억 원 가공공장에 대기업 합작사업까지
수협중앙회는 목포수협과 함께 약 670억 원 규모의 김 가공공장을 건립하는 데 이어, 대기업과 600억 원을 공동 출자해 조미김 생산과 유통·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전국 김 가공·수출업체 관계자들은 수협중앙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업체들은 수협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김 수매를 포함한 수협의 모든 정책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김수출협회 등은 민간업체들이 오랜 기간 해외시장을 개척해 ‘K-김’ 수출 기반을 만든 상황에서 수협이 시장 호황을 틈타 직접 생산과 수출에 나서는 것은 무임승차라고 주장한다.
위판 관리자가 직접 구매자로…공정성 논란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물김 원초 확보 경쟁이다. 수협은 산지 위판을 관리하면서 물량과 가격 등 핵심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수협이 직접 구매자로 위판에 참여하고 대기업과 손잡을 경우, 중소 가공업체와의 경쟁 조건이 처음부터 불공정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갯병과 해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로 물김 생산량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협의 시장 진입은 원초 가격 상승과 중소업체의 경영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시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수협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은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협 “2.8% 물량으로 가격 견제…어업인 보호”
수협의 입장은 정반대다. 정부의 물김 양식장 확대 정책에 맞춰 가공·저장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홍수 출하 때 물김이 폐기되고 산지 가격이 폭락해 어업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협은 직접 가공할 마른김 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약 2.8%에 불과하고, 원초 가격이 급등할 경우에는 수매를 자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민간업체가 물김 가격을 지나치게 낮추려 할 때 적정 가격을 지키는 이른바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협은 어업인 지원기관이면서 동시에 위판정보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면 구매정보 차단, 위판과 가공사업의 회계·조직 분리, 원초 수매 상한 설정, 중소업체와의 공동운영 등 구체적인 공정경쟁 장치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수협은 이달 말 목포에서 대기업과 합작한 조미김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어업인 보호’와 ‘민간산업 생태계 보호’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투명한 상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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