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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찾아낸 향유고래의 ‘음성 알파벳’…인류는 고래와 대화할 수 있을까

8,719개 ‘코다’ 분석해 156가지 유형 식별…리듬·속도·미세한 변주가 결합된 소통 구조 확인
무작위 클릭음 아닌 맥락적·조합적 체계…무리마다 서로 다른 방언과 정체성도 담아
다만 ‘고래 언어 번역’은 아직 미래의 과제…특정 소리의 정확한 의미는 밝혀지지 않아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6/08/22 [10:15]

AI가 찾아낸 향유고래의 ‘음성 알파벳’…인류는 고래와 대화할 수 있을까

8,719개 ‘코다’ 분석해 156가지 유형 식별…리듬·속도·미세한 변주가 결합된 소통 구조 확인
무작위 클릭음 아닌 맥락적·조합적 체계…무리마다 서로 다른 방언과 정체성도 담아
다만 ‘고래 언어 번역’은 아직 미래의 과제…특정 소리의 정확한 의미는 밝혀지지 않아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6/08/22 [10:15]

[내외신문/전용욱 기자] 향유고래가 내는 딱딱거리는 클릭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약 9천 개에 이르는 소리를 분석한 결과, 향유고래의 의사소통에는 리듬과 속도, 미세한 시간 변화와 추가 클릭이 결합된 정교한 구조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가 고래의 언어를 완전히 해독했다”거나 “‘나는 북쪽으로 오징어를 잡으러 간다’는 문장까지 번역했다”는 주장은 현재 연구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지금까지 확인된 핵심은 고래의 말뜻이 아니라, 고래의 소리가 인간의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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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유고래와 인간이 대화하는 모습 (AI활용)    

 

8,719개 클릭음 속에서 발견한 156가지 ‘코다’

 

국제 연구진이 참여한 ‘프로젝트 CETI’는 동부 카리브해 도미니카 인근에 사는 향유고래 가족들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낸 8,719개의 ‘코다(coda)’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했다. 코다는 향유고래가 사회적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짧은 클릭음의 연속을 말한다.

 

2024년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다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기본 박자인 ‘리듬’, 전체적인 클릭 속도인 ‘템포’, 대화 상황에 따라 클릭 간격을 늘이거나 줄이는 ‘루바토’, 기존 코다에 클릭을 덧붙이는 ‘장식음’이다.

 

이 네 요소는 서로 자유롭게 결합하며 다양한 소리 유형을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분석 자료에서 최대 156개의 구별 가능한 코다를 식별하고 이를 ‘향유고래의 음성 알파벳’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156개의 글자나 156개의 번역 가능한 단어를 발견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한된 음향 요소를 조합해 많은 발성을 만드는 체계가 확인됐다는 뜻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연구

 

상대의 리듬을 따라가며 대화하는 고래들

더욱 주목되는 점은 향유고래가 혼자 정해진 소리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래들은 대화 상대의 클릭 속도와 미세한 시간 변화를 따라 하거나, 대화의 흐름에 맞춰 추가 클릭을 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무작위로 발생하지 않고 대화 맥락에 따라 조직적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상대방의 말투나 속도에 맞춰 말하는 것처럼 향유고래도 서로의 리듬을 조절하며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향유고래의 소리에는 개체와 가족, 더 큰 사회집단인 ‘보컬 클랜’의 정체성도 담긴다. 집단마다 선호하는 코다가 다르고 고유한 방언을 문화적으로 전승한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26년에는 지중해 동부와 서부의 향유고래 사이에서도 뚜렷한 방언 차이가 관찰돼, 고래의 발성이 유전만이 아니라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진화를 통해 변화할 가능성이 다시 제시됐다.

 

프로젝트 CETI 연구 현황

 

‘언어의 구조’는 찾았지만 ‘말의 뜻’은 아직 모른다

 

이번 발견의 의미는 AI가 고래의 문장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했다는 데 있지 않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향유고래의 클릭음이 맥락과 조합 규칙을 갖춘 매우 표현력 높은 의사소통 체계라는 점이다.

 

각 코다가 먹이의 위치나 위험, 이동 방향, 감정 등을 정확히 무엇으로 표현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래들이 수백㎞ 떨어진 무리와 해군 음파탐지기 훈련에 관한 경고를 주고받았다는 주장이나, 2023년 이후 인간을 상대로 새로운 소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현재 공개된 대표 연구에서는 입증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CETI는 수중 마이크와 드론, 흡착식 생체기록장치 등을 이용해 ‘누가, 언제, 어떤 행동을 하면서 어떤 소리를 냈는가’를 함께 축적하고 있다. 앞으로 특정 코다와 행동의 관계를 확인하고, 녹음된 소리를 고래에게 들려준 뒤 반응을 검증하는 재생 실험이 이뤄져야 의미 해독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다.

 

프로젝트 CETI 공식 설명

 

AI가 열어젖힌 문은 분명하다. 언어와 문화가 인간만의 전유물이라는 오랜 생각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인류는 아직 고래에게 질문할 수 없지만, 이제야 고래의 소리가 ‘들을 가치가 있는 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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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내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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