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국민의힘, 광주공항 반도체가 싫다면 솔직하게 반대하라...람사르습지는 아니다.용수·전력·군 공항 이전에 이어 장록습지와 람사르협약까지…과학적 검증 없는 ‘선택적 환경정치’로 광주의 미래 산업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광주공항 부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반대한다면 이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용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전력 공급이 어렵다고 말하고, 군 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더니 이제는 장록습지와 람사르협약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광주의 미래 산업을 둘러싼 논의가 사실과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정치적 반대를 위한 소재 찾기로 흐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환경 보호는 중요한 가치다. 장록습지 역시 광주가 책임 있게 보전해야 할 소중한 생태 자산이다. 그러나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와 특정 산업단지를 반대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다.
두 사안을 연결하려면 구체적인 위치와 수계,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 취수와 방류 계획, 지하수 변화, 비점오염원 발생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 없이 ‘람사르습지 인근 반도체 공장’이라는 자극적인 구도부터 만드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다.
장록습지는 광산구 서봉동 호남대학교 앞에서 황룡강을 따라 송대동 영산강 합류부까지 이어지는 하천습지다. 장록습지 우안에는 이미 평동산업단지와 농업지역이 자리하고 있으며, 좌안에는 선운지구와 광주 군 공항 등이 위치한다.
장록습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외딴 원시습지가 아니다. 산업단지와 농경지, 주거지, 도로, 공항 사이에서 오랜 시간 형성되고 유지돼 온 도심형 하천습지다.
광주공항 부지와 장록습지 일부 구간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주공항 부지 전체가 습지보호지역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또한 습지보호지역 경계 밖에 있다.
제시된 사진과 지리적 위치를 살펴봐도 장록습지는 광주송정역과 광주공항 부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형성돼 있다. 단순히 지도 위에서 가까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광주공항 부지의 개발이 장록습지를 직접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취수와 방류, 우수 배수, 지하수, 조명 등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과 실제 피해가 확인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환경영향은 측정과 모델링, 수질·퇴적물 조사, 생태계 변화 예측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아무런 조사 결과도 없이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장록습지가 훼손될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환경의 언어를 빌린 정치적 과장에 가깝다.
광주시민들이 과거 악취와 이른바 ‘똥물’을 떠올렸던 대표적인 지역은 치평동 제1하수처리장과 영산강 일대였다.
기압이 낮은 날이면 창문을 열고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는 시민들의 기억도 남아 있다. 장마철 오염수 유입과 하수관로 월류를 걱정했던 곳 역시 이 일대였다.
하지만 치평동 제1하수처리장과 황룡강 장록습지는 같은 장소가 아니다. 제1하수처리장은 영산강으로 처리수를 방류하고, 장록습지는 황룡강을 따라 영산강 합류부까지 이어진다.
넓게 보면 같은 영산강 수계에 속하지만, 제1하수처리장의 방류수가 장록습지 전체를 관통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치평동과 영산강 일대에서 경험한 과거의 악취를 장록습지 전체의 수질 상태로 확대 해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록습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광주공항 반도체 클러스터를 곧바로 반대하는 것도 논리적 비약이다.
습지와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다는 사실은 정밀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정말 장록습지의 환경을 걱정한다면 조사 순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장록습지 우안에는 이미 평동산업단지가 가동되고 있다. 농경지와 도로, 주거지역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평동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산업폐수와 비점오염원이 장록습지의 수질과 퇴적물, 수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농업지역에서 유입되는 질소와 인, 도로에서 흘러드는 기름과 중금속, 생활계 오염원의 영향도 같은 기준으로 조사해야 한다.
기존 산업단지와 농업지역, 도로와 생활계 오염원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아직 들어서지도 않은 반도체 공장만 장록습지의 최대 위협인 것처럼 지목한다면 이는 선택적 환경정치다.
오염 가능성을 따지려면 과거와 현재의 모든 오염원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의 발전계획을 막기 위해 환경 기준을 선택적으로 동원해서는 안 된다.
람사르습지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막기 위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람사르협약의 취지는 습지를 현 상태 그대로 봉인하고 주변의 모든 경제활동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습지의 생태적 특성을 보전하면서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데 있다. 습지 보호와 산업 발전을 무조건적인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태도는 람사르협약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장록습지를 보호하려면 더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법적 기준보다 강화된 폐수 방류 기준을 적용하고, 공업용수 재이용률을 높이며, 폐수 무방류 또는 최소 방류 시스템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면 된다.
습지와 산업단지 사이에 충분한 완충녹지를 조성하고, 우수와 오염수를 분리 처리하며, 지하수와 하천 수질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통합환경관리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산업단지 조성 전부터 장록습지의 수질과 생물종, 퇴적물 상태를 조사해 기준자료를 확보하고, 공사 과정과 가동 이후의 변화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환경단체와 주민, 전문가, 기업, 광주시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감시기구를 설치한다면 산업 발전과 생태 보전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환경규제를 무시해도 되는 산업이 아니다. 동시에 환경이라는 말만 꺼내면 입지 검토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산업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염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최고 수준의 방지시설과 관리기준을 적용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가 책임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광주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반도체와 첨단산업 투자가 집중됐지만 호남은 소비와 서비스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고, 지역 대학과 기업은 인재 부족과 투자 부족의 악순환을 겪었다. 광주공항 이전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구상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산업전환 전략이다.
이 사업을 비판할 수는 있다. 사업성이 부족하다면 사업성 자료를 제시하면 되고, 전력이 부족하다면 공급계획을 검증하면 된다. 용수 문제가 있다면 재이용수와 광역수계 활용 가능성을 놓고 논쟁하면 된다.
군 공항 이전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단계별 개발계획과 대체입지 문제를 따져야 한다. 장록습지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면 영향 경로와 오염물질, 피해 규모를 과학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반대의 근거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용수를 제기했다가 대응 방안이 나오면 전력을 말하고, 전력 대책이 논의되면 군 공항 이전을 꺼내고, 이제는 장록습지와 람사르협약을 앞세운다. 이러한 방식은 정책 검증이라기보다 사업을 막기 위한 명분의 순환에 가깝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에 묻는다. 수도권이나 충청권의 반도체 산업단지에도 같은 환경 기준을 적용했는가. 기존 산업단지가 습지와 하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같은 강도로 문제를 제기했는가. 광주가 반도체 산업을 추진하는 순간에만 장록습지가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호남의 반도체 산업이 싫다면 환경 뒤에 숨지 말고 분명하게 반대하라. 광주에는 첨단 제조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주장하라.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호남으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 그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하라.
다만 장록습지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며 광주의 미래 산업에 발목을 거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습지는 보호해야 하고 산업은 책임 있게 육성해야 한다. 두 목표는 충돌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과학적 검증과 엄격한 환경기준, 투명한 감시체계를 전제로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
광주공항 반도체 클러스터와 장록습지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않은 채 ‘람사르’라는 이름부터 앞세워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책임 있는 환경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환경을 명분으로 지역의 기회를 차단하는 정치가 될 수 있다.
광주의 미래는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시민적 합의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해야 할 일도 장록습지를 방패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진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광주 반도체를 반대한다면, 이제는 솔직하게 반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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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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