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어오르는 서해 갯벌, 조개가 사라지면 어촌과 생태계가 함께 무너진다얕은 수심과 넓은 조간대, 강한 햇볕에 노출되는 서해안 갯벌은 고수온 피해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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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도 갯벌 체험 관광 |
서해안 갯벌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갯벌이 바다와 육지의 위험을 동시에 받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은 한여름 강한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바닷물 온도가 28∼30도에 이르면 갯벌 표면과 얕은 퇴적층의 온도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경기도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해 표층 수온은 지난 55년 동안 평균 1.19도 상승했다. 2024년 여름 경기 해역은 평년보다 2.1∼3도 높았고 일부 해역은 28.8도까지 올랐다. 고수온 특보도 41일간 이어졌다. 이후 경기지역 바지락 생산량은 최근 5년 평균 137t에서 35t으로 약 75% 감소했다. 경기도는 바지락이 수온 30도 이상인 상태가 9일 이상 이어지거나 하루 기온 차가 10도 이상인 날이 11일 이상 계속되면 폐사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고 설명했다.
조개는 물고기처럼 수온이 낮은 해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바지락과 굴, 가무락, 새꼬막 등은 한곳에 정착하거나 갯벌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고온이 계속되면 그대로 견뎌야 한다. 수온이 높아지면 조개의 대사량과 산소 소비량은 증가하지만 따뜻한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량은 줄어든다. 갯벌 내부에 유기물과 폐패각이 쌓여 있으면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추가로 소비돼 조개가 묻혀 있는 퇴적층부터 저산소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집중호우로 인한 급격한 저염분, 폭염 뒤 강우에 따른 수온 변동, 먹이 부족과 병원체·기생충 감염이 겹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실제 서해안 갯벌의 바지락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여름철 고온기에 기생충 감염 부담이 큰 개체일수록 갯벌 표면으로 올라오는 현상과 폐사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온이 단독으로 조개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약해진 생리 상태와 질병, 서식환경 악화가 중첩된다는 의미다.
![]() ▲ 갯벌에서 채취한 조개와 먹거리 |
바지락은 서해안 어촌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품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바지락은 서해안 패류 생산량의 약 82%를 차지한다. 국내 생산량은 1980년대 연간 약 8만4천t에 이르렀으나 이후 2만∼5만t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안 개발과 간척, 기후변화에 따른 갯벌환경 변동, 어장 노후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패류가 사라지면 조개 채취에 의존하는 어업인의 소득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조개류는 바닷물을 걸러 유기물과 미세입자를 섭취하고, 갯벌 속을 움직이며 퇴적층에 산소가 들어가도록 돕는다. 어린 물고기와 게, 철새에게는 먹이원이 된다. 패류 개체군의 급격한 감소는 갯벌 먹이망과 물질순환, 퇴적환경을 함께 흔들 수 있다.
서해 갯벌은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자연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가 지원한 연구에서는 국내 갯벌이 약 1천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매년 약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승용차 약 11만 대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갯벌 보전은 수산업 대책인 동시에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정책이라는 뜻이다.
바지락 생산량 감소를 종패 살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소가 부족하고 퇴적층이 오염됐으며 지온이 생존 한계를 넘어서는 어장에 어린 조개를 계속 뿌리면 생존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종패 공급에 앞서 조개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 전남 벌교 갯벌 항공사진, 남해안 대표 꼬막 생산 지역 (전남지역도 해수온 상승으로 폐사가 늘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
대응의 출발점은 어장별 수온이 아니라 ‘지온’을 포함한 정밀 관측이다. 같은 해역이라도 갯벌의 높이와 경사, 퇴적물 입자, 노출 시간에 따라 조개가 받는 열은 달라진다. 수온·지온·염분·용존산소·황화수소를 함께 측정하고, 위험 기준을 넘기 전에 어업인에게 알리는 갯벌형 고수온 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장경운과 모래살포, 폐패각 수거도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 갯벌을 갈아 굳은 퇴적층을 풀어주면 산소 공급과 배수가 개선될 수 있다. 적정한 모래살포는 지나치게 세립화된 저질을 바지락이 살기 좋은 모래펄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어장마다 퇴적환경이 다르므로 획일적인 경운과 대규모 모래 투입보다 시험구 운영과 사후 생존율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
품종 다변화도 중요한 축이다. 갯벌 깊은 곳에 서식해 상대적으로 고수온 영향을 덜 받는 상합을 비롯해 우럭조개, 새조개, 가무락, 개체굴 등 지역 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외부 종자를 살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수온과 저염분에 견디는 지역 적응형 종자 생산, 적정 입식 밀도 설정, 살포 시기 조정까지 연결해야 한다.
마지막 과제는 어업인의 생존을 보장하는 제도다. 고수온 피해는 어민 개인이 관리하기 어려운 기후재난이다. 바지락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대상에 포함하고, 피해 조사 기준에 수온뿐 아니라 지온·저산소·저염분을 반영해야 한다. 피해 발생 후 종패를 지원하는 사후복구 중심 정책도 어장환경 개선과 소득 보전을 결합한 예방형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해안 갯벌의 변화는 조개 몇 종의 문제가 아니다. 패류가 견디지 못하는 갯벌은 어촌공동체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상합과 새조개 같은 대체 품종을 찾는 일, 갯벌을 갈고 모래를 뿌리는 일, 지온을 관측하는 일은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한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조개가 살아갈 수 있는 갯벌을 지켜 어촌경제와 생태계, 탄소흡수 기능을 함께 보전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