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 부족이다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은 청년 인구 유출이다.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기업이 없다면 지역 정착을 요구하는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현실을 정확하게 짚었다. 부산대에는 202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엔진이 공동 참여하는 채용조건형 학부 계약학과가 신설된다. 경상국립대와 국립창원대는 대학원 계약정원제를 통해 조선·해양, 항공우주·방산, 미래모빌리티, 차세대에너지 분야의 석사급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학생은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대학에서 배우고, 기업은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게 된다. 대학 교육과 취업 사이의 단절을 줄이고 청년들에게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학협력보다 한 단계 진전된 모델이다.
지역대학을 살려야 지역산업도 성장한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산업의 위기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역대학은 신입생 모집뿐 아니라 우수한 교수와 연구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대학의 연구·교육 역량이 약화하면 기업도 필요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수도권이나 해외로 연구개발 기능을 이전하게 된다.
부산·경남은 조선·방산·원전·우주항공 산업이 밀집한 대한민국 제조업의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산업시설만 있다고 지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 제조업을 운영할 기술인력과 연구개발 인재가 함께 축적돼야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협약은 대학을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산업의 인재 공급망이자 연구개발 거점으로 재정립했다. 대학과 한화 계열사는 현장교육, 특강, 세미나, 재직자 재교육, 해외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 공동 연구개발까지 함께 추진한다. 교육과 채용을 넘어 기술혁신과 기업 성장으로 연결되는 지산학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인재 육성이 최고의 지방소멸 대책이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도로와 건물을 짓고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청년이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면 시설과 지원금만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회성 보조금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와 안정적인 경력 경로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기업은 인재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늘어난 고용과 소득이 다시 지역 소비와 정주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선순환이 형성되면 지역대학의 경쟁력과 기업의 투자 매력도 함께 높아진다.
부산·경남과 한화 3사의 인재동맹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정부가 기업을 유치하고 대학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며 기업이 채용을 책임지는 구조는 지역 청년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제공한다. 기업에는 전문인력 확보의 안정성을, 지역에는 인구와 산업 기반을 지키는 힘을 준다.
성과를 지속하려면 계약학과 입학생에 대한 장학금과 주거 지원, 졸업 후 채용 기준의 투명성,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일자리 확대, 정주환경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대기업 취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역 중소·중견기업으로 인재 양성의 범위를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다.
지역의 미래는 지역 청년에게 달려 있다. 청년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정책은 떠나지 말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산·경남의 이번 협약은 지역인재 육성이야말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