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주체는 개인투자자보다 증권회사였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 5대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총 7조7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1832억원보다 144%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코스피 상승과 주식·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증가가 증권사에 수수료 수익을 안겼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이 늘면서 신용융자 이자수익도 급증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보유자산 평가이익과 ETF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운용이익까지 더해졌다. 투자자는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했지만 증권사는 투자자의 매수와 매도, 대출과 금융상품 가입 과정마다 수익을 얻었다.
거래가 늘면 수수료, 빚투가 늘면 이자
증권회사의 수익 구조는 투자자의 거래 활동과 직접 연결된다. 투자자가 주식이나 ETF를 사고팔 때 증권사는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시장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거래만 활발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월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1월 약 27조원에서 5월과 6월 각각 5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은 625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6%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도 3497억원으로 41% 증가했다. 개인 주식거래 시장점유율이 약 25%인 키움증권은 2분기에만 4519억원의 주식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주식 투자 열기는 증권사의 이자수익까지 키웠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거래가 늘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2분기 신용공여 이자손익은 13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 순이자수익으로 5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개인투자자에게 신용융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와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거래다. 그러나 증권회사에는 거래수수료와 대출이자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수익원이다. 증권사 실적이 좋아졌다는 발표 뒤에는 빚을 내 투자시장에 뛰어든 개인들의 부담이 놓여 있는 셈이다.
스페이스X 평가이익이 만든 2조원 실적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2조90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만 1조9052억원으로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은행의 분기 순이익을 모두 넘어섰다.
그러나 이 실적의 상당 부분은 반복적인 영업활동보다 스페이스X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에서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세전이익 2조5287억원 가운데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은 1조6242억원으로 64%를 차지했다. 상반기 누적 스페이스X 평가이익은 2조5659억원에 달했다.
스페이스X 평가이익을 제외한 상반기 세전이익은 1조3204억원이다.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해외법인 실적도 개선됐지만 ‘은행을 넘어섰다’는 외형적 성과의 상당 부분이 특정 해외자산의 가격 상승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평가이익은 현금이 실제로 들어온 확정이익과 다르다. 주가가 하락하면 다음 분기에는 평가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 증권사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금융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투자자는 위험을 지고 증권사는 시장을 통행료화했다
5대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은 4조50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1조9052억원, 한국투자증권이 9464억원, 키움증권이 6806억원, NH투자증권이 4894억원, 삼성증권이 4882억원을 벌었다.
이 같은 실적은 증권사가 생산적 금융이나 혁신기업 투자만으로 성장한 결과가 아니다. 주식과 ETF 거래 증가에서 수수료를 받고, 신용융자에서 이자를 받으며, 고객자산 증가를 금융상품 판매수익으로 연결한 결과다. 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료 통행망으로 만든 셈이다.
삼성증권의 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은 1년 사이 30만5000명에서 57만2000명으로 88% 증가했다. 개인 고객자산은 356조원에서 652조원으로 확대됐고 금융상품 판매수익은 225% 증가한 1154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상승으로 고객자산이 불어나자 증권사의 관리·판매 수익도 함께 커졌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수익은 투자 시점과 종목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지수가 상승해도 모든 투자자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고점에 진입하거나 신용융자를 이용한 투자자는 작은 주가 조정에도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수수료와 이자를 확보한다.
증권업계의 최대 실적을 자본시장 성장의 성과로만 포장해서는 안 된다. 증권사가 벌어들인 7조8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이 혁신기업과 중소기업, 모험자본 공급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시장 활황을 이용해 수수료·이자·평가이익을 확대하는 데 머문다면 증권사는 자본시장의 성장 엔진이 아니라 투자자 거래에 의존하는 거대한 수수료 산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7월 평균 거래대금은 약 37조원으로 6월보다 26% 감소했다. 거래 열기가 식으면 증권사 실적도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상반기 실적은 증권사가 은행을 완전히 넘어섰다는 증거라기보다 증시 활황의 과실이 금융회사에 얼마나 빠르고 집중적으로 귀속되는지를 보여준 기록에 가깝다. 투자자가 위험을 부담하는 동안 증권회사만 확실하게 돈을 번 상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