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황금시대’를 알아본 월가?, 공매도의 대가 파미콰디르까지 한국에 사무소 낸다?.... 위기인가 기회인가?세계 자본의 심장 NYSE가 한국을 주목하다…린 마틴 방한이 던진 자본시장 개혁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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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준 의원 초청 뉴욕증권거래소 린 마틴 사장과 김남준 의원(사진=의원실 제공) |
NYSE가 공개한 상장기업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NYSE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약 28조8천억 달러에 이른다. 해외 기업의 존재감도 막강하다. 48개국에서 53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NYSE에 상장돼 있다.
따라서 NYSE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 자본이 어떤 원칙으로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역사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역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30년을 넘는 시간 동안 미국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다시 세계 최대의 경제·금융 강국으로 변했다.
철도와 철강, 자동차와 석유를 거쳐 반도체와 인터넷, 인공지능으로 산업의 주역이 바뀌는 동안에도 NYSE는 미국 기업이 대규모 장기자본을 조달하는 핵심 시장으로 살아남았다. 오늘날에는 전자거래 시스템인 ‘NYSE Pillar’를 중심으로 주식과 옵션시장의 거래 인프라까지 통합하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을 단순히 ‘돈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NYSE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뉴욕증권거래소가 200년이 넘도록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에 머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본과 기업을 연결하는 시스템, 투자자 보호, 가격 발견, 시장 유동성,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이라는 제도적 토대가 존재한다.
NYSE는 지금도 미국 주요 거래소 가운데 독특하게 실제 거래장을 운영하면서 전자거래 기술과 지정시장조성자(Designated Market Maker·DMM) 제도를 결합하고 있다. 특히 개장과 종가 결정 과정에서는 첨단 전자시스템뿐 아니라 인간의 시장 판단까지 활용하는 구조를 유지한다.
세계 금융이 완전히 디지털화되고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초 단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주문을 주고받는 시대에도 NYSE가 인간의 판단을 시장 시스템 안에 남겨두고 있는 이유가 있다.
시장은 단순한 컴퓨터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은 ‘신뢰’를 거래한다.
기업은 미래의 가능성을 담보로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기업과 시장의 규칙을 믿고 자신의 돈을 맡긴다. 거래소는 이 두 신뢰가 충돌하지 않도록 가격을 발견하고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거대한 인프라다.
그래서 NYSE의 위상은 거래량이나 시가총액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NYSE는 미국 자본주의가 세계의 돈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관문이다.
세계의 기업들이 뉴욕에 상장하려 하고 세계의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미국 자본시장의 규칙 안에서 투자자의 권리가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가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그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선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8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 린 마틴 NYSE 그룹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준 의원의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짧은 방한 일정에도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의 수장이 대한민국 국회를 찾아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장면이 아니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린 마틴 사장과 한국의 인연이다.
마틴 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표단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맞이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 담당해 온 역할과 한미 양국의 관계를 논의했으며, 이번 서울 방문을 당시 대화의 ‘의미 있는 연장선’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중요한 말을 던졌다.
자신은 한국 자본시장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서울에 왔다는 취지였다.
이 발언을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만 넘겨도 될까.
세계 자본은 정치적 구호보다 숫자를 먼저 본다.
기업의 이익을 보고,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정책의 방향을 보고, 시장의 제도를 본다. 돈은 감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장기자본은 냉정할 정도로 미래의 현금흐름과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계산한다.
그런 월스트리트가 한국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 ▲ 월스트리트에서 ‘암살자(The Assassin)’라는 별명까지 얻은 투자자 파미 콰디르가 해외 첫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 (사진=구글) |
여기에 또 하나 흥미로운 움직임이 겹쳤다.
기업의 회계부정과 구조적 문제를 추적해 공매도하는 전략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암살자(The Assassin)’라는 별명까지 얻은 투자자 파미 콰디르가 해외 첫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공매도 전문투자자로 이름을 알린 그가 한국에서만큼은 기업의 하락에 베팅하는 ‘숏’이 아니라 상승 가능성을 찾아 투자하는 ‘롱’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거래소의 수장이 한국 자본시장과의 파트너십을 이야기하고, 월스트리트의 전문투자자가 서울에 직접 사무소를 열어 한국 기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에는 시기가 묘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 경제정책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활성화다.
부동산으로 집중된 국민 자산을 기업과 산업으로 이동시키고, 주식시장을 단순한 투기의 공간이 아니라 국민의 장기적인 자산형성과 기업의 성장자본을 연결하는 통로로 바꾸겠다는 방향이다.
여기에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 제도 개혁이 맞물린다면 한국 증시는 과거와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 월스트리트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질문은 단순하다.
세계 자본은 한국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뒤따른다.
이재명 정부가 이야기하는 자본시장 개혁과 생산적 금융의 방향이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황금시대’의 입구에 들어서는 것인가.
반대로 제도개혁에 실패하고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만족한다면 지금 한국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본의 관심은 또다시 빠져나갈 것인가.
월스트리트가 한국을 바라보는 지금은 그래서 기회인 동시에 시험대다.
뉴욕증권거래소의 230년 역사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기업만으로 좋은 자본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기술만으로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될 수도 없다.
자본시장의 마지막 경쟁력은 ‘신뢰’다.
린 마틴 사장이 국회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NYSE가 230년 넘게 세계적인 장기 자본형성의 중심지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투자자 보호, 제도적 신뢰에 관한 선택들이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방산, 배터리, 바이오, K-콘텐츠가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디지털금융이라는 새로운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기업은 이미 상당 부분 만들어졌다.
남은 질문은 이 기업들을 세계의 장기자본과 연결할 시장을 한국이 만들 수 있느냐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황금시대가 열린다면 그 출발점은 어쩌면 공장이나 수출항이 아니라 자본시장일 수도 있다.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을 제조업과 수출이 이끌었다면 다음 성장 단계에서는 자본시장이 혁신기업과 국민의 자산을 연결하는 거대한 혈관 역할을 해야 한다.
부동산에 잠겨 있던 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그 돈이 혁신기업으로 흘러가고, 기업의 성장이 다시 국민의 금융자산 증가로 돌아오는 구조다.
바로 그 구조가 만들어질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래된 단어를 역사의 뒤편으로 밀어낼 수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 11번지에서 230년 동안 세계 자본의 흐름을 지켜본 NYSE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한국의 ‘황금시대’를 먼저 알아본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투자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바라보는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계의 돈은 가능성이 없는 곳을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 한국 앞에 놓인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걷어내고 세계 자본을 한국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동시에 시장의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 그 자본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냉혹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바라보기 시작한 월스트리트.
한국 자본시장에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