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유럽 덮친 ‘열돔’,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마른 대륙의 폭염과 습한 한반도의 폭염, 양상은 달라도 위험은 같다

유럽은 고기압 정체·가뭄·냉방 취약성이 문제, 한국은 폭염·열대야·극한호우 동시화가 변수

기후위기는 이제 ‘더운 여름’이 아니라 도시·에너지·복지 체계를 흔드는 재난이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7/06 [09:38]

유럽 덮친 ‘열돔’,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마른 대륙의 폭염과 습한 한반도의 폭염, 양상은 달라도 위험은 같다

유럽은 고기압 정체·가뭄·냉방 취약성이 문제, 한국은 폭염·열대야·극한호우 동시화가 변수

기후위기는 이제 ‘더운 여름’이 아니라 도시·에너지·복지 체계를 흔드는 재난이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7/06 [09:38]
본문이미지

▲ 열돔은 대기 상층의 강한 고기압이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뜨거운 공기를 뚜껑처럼 가두는 현상이다. 지표면은 계속 달아오르고, 구름과 비가 줄면서 땅은 더 마른다. 마른 토양은 다시 열을 더 쉽게 방출해 폭염을 키운다. 말 그대로 대륙 위에 거대한 유리뚜껑이 덮인 셈이다. (사진=내외신문) ai활용    

 

유럽 전역을 덮친 열돔 현상이 다시 기후위기의 경고등을 켜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 지역에서는 최근 수년간 폭염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올해도 기록적 고온과 가뭄, 산불 위험이 겹치며 시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유럽에서 위험 수준의 고온, 가뭄, 해양 고온, 빙하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열돔은 대기 상층의 강한 고기압이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뜨거운 공기를 뚜껑처럼 가두는 현상이다. 지표면은 계속 달아오르고, 구름과 비가 줄면서 땅은 더 마른다. 마른 토양은 다시 열을 더 쉽게 방출해 폭염을 키운다. 말 그대로 대륙 위에 거대한 유리뚜껑이 덮인 셈이다.

 

올해 유럽 폭염은 단순한 일시적 고온을 넘어 ‘지속성’에서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2026년 5월 서유럽 폭염이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평가됐고, 약 1억2천400만명이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의 폭염은 더 이상 지중해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독일·프랑스 등 북서유럽까지 파고드는 구조적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전통적으로 여름이 비교적 건조하고 냉방 인프라가 한국보다 약한 지역이 많다.

 

독일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이 낮다는 보도처럼, 유럽 사회는 오랫동안 “여름은 견디는 계절”이라는 생활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기후가 바뀌면서 이 생활 방식 자체가 취약점이 되고 있다. 병원, 요양시설, 노후 주택, 저소득층 주거지가 폭염의 첫 번째 피해 지점이 되고 있다. 

본문이미지

▲ 폭염에 은행에 몰려 있는 사람들(사진=내외신문 db)    

 

한국의 폭염은 유럽과 성격이 다르다.

 

유럽이 ‘마른 열기’와 가뭄, 산불 위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면, 한국은 장마와 북태평양고기압, 높은 해수면 온도, 도시 열섬이 결합한 ‘습한 폭염’이 핵심이다.

 

낮 기온만 높은 것이 아니라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누적되면서 건강 피해가 커진다. 한국 기상 당국도 올해 평년보다 더운 여름과 폭염·열대야 가능성을 경고했고, 주변 해역의 높은 수온이 폭염뿐 아니라 집중호우 위험까지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폭염의 가장 큰 특징은 ‘불쾌지수형 재난’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40도는 건조한 화덕에 가깝다면, 한국의 35도는 습기 찬 찜통에 가깝다.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더 높아지고,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 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건설현장 노동자, 배달·물류 노동자, 농어촌 고령층, 쪽방·반지하 거주자, 냉방비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게 폭염은 생활 불편이 아니라 생존 문제다.

 

또 하나의 차이는 ‘폭염과 폭우의 동시화’다.

 

유럽의 열돔은 장기간 맑고 건조한 날씨를 만들며 가뭄과 산불을 키우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한국은 뜨거워진 바다에서 공급되는 수증기가 대기 불안정과 만나면 짧은 시간에 강한 비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상청이 올해 폭염·열대야 관련 경보 체계를 강화하고 극한호우 대응 체계를 손질한 것도 이런 복합재난 가능성 때문이다. 

 

문제는 기후위기가 이미 도시 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찌르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오래된 석조 건물과 냉방 취약성이, 한국은 콘크리트 밀집도와 아스팔트 열섬, 높은 인구밀도, 에너지 빈곤이 폭염 피해를 키운다. 폭염은 모두에게 같은 온도로 오지만, 모두에게 같은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에어컨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그늘에서 일하는 사람과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사람과 뜨거운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여름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유럽의 실패와 시행착오에서 배워야 한다.

첫째, 폭염을 단순한 여름철 불편이 아니라 재난으로 다뤄야 한다.

둘째, 냉방 지원을 복지가 아니라 생명 안전 인프라로 봐야 한다.

셋째, 도시계획 단계에서 그늘, 바람길, 녹지, 물순환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노동시간 조정과 폭염 작업중지권을 현장에서 작동시켜야 한다.

다섯째, 집중호우와 폭염을 따로 보는 행정 칸막이를 넘어 복합재난 체계로 대응해야 한다.

 

본문이미지

▲ 유럽의 열돔은 장기간 맑고 건조한 날씨를 만들며 가뭄과 산불을 키우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한국은 뜨거워진 바다에서 공급되는 수증기가 대기 불안정과 만나면 짧은 시간에 강한 비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상청이 올해 폭염·열대야 관련 경보 체계를 강화하고 극한호우 대응 체계를 손질한 것도 이런 복합재난 가능성 때문이다.    

 

유럽의 열돔은 먼 나라의 기상이변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여름이 향해갈 수 있는 미래의 예고편이다. 차이가 있다면 유럽은 마른 대륙의 열기 속에서 타들어가고, 한국은 습한 공기와 뜨거운 바다 사이에서 끓어오른다는 점뿐이다. 기후위기는 이제 계절의 변덕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시험하는 거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다.

 

올여름 폭염 대책은 온도계를 보는 행정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사람을 살리는 도시, 에너지를 나누는 복지, 노동자를 지키는 현장, 물과 그늘을 되살리는 도시계획으로 옮겨가야 한다. 열돔은 하늘의 뚜껑이지만, 피해를 줄이는 열쇠는 결국 땅 위의 정책에 있다.

이 기사 좋아요
기자 사진
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