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가 공기업 통합론, 효율 앞세우다 경쟁력 흔드나인천공항·인천항만공사 통합 논의에 지역 경제계 우려 확산
|
![]() ▲ 인천경제청 전경(송도 G타워)(사진제공=IFEZ) 하상기 기자 |
[내외신문=전용욱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효율화를 명분으로 공항·항만 분야 공기업 통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천 지역사회와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가 있다. 두 기관은 인천 경제는 물론 국가 물류·교통 인프라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500여 개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을 점검하고 통합 대상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항·항만 분야 공기업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 경쟁력 약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재정 효율화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공기업이 기관별로 나뉘어 운영되면서 인사, 회계, 기획, 지원 기능 등이 중복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공항 분야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의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항만 분야에서는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4대 항만공사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항 운영체계를 통합하면 국가 전체 차원의 노선 유치, 시설 투자, 공항별 기능 배분이 가능해지고 지방공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항만공사 통합 역시 항만 간 과잉 경쟁을 줄이고, 화물 종류별 기능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 ▲ 인천국제공항 전경 (사진=인천공항공사) 내외신문 |
그러나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이 같은 통합론이 각 기관의 기능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일률 추진될 경우 오히려 국가 경쟁력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항 분야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 강조된다. 인천공항은 국제선 네트워크 확대와 환승 수요 확보,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공항이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방공항 운영과 공공서비스 제공 기능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인천공항의 수익과 투자 여력이 지방공항 적자 보전이나 신공항 건설 비용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이나 지방공항 운영 적자 보전에 인천공항의 재원이 활용될 경우, 인천공항이 추진해야 할 제5활주로와 제3여객터미널 등 5단계 확장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 중국 상하이푸동공항, 베이징공항, 일본 하네다·나리타공항 등과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규 노선 유치와 환승 경쟁력 강화, 항공물류 인프라 확충이 중요한 시점에서 재정 여력이 분산되면 허브공항 전략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공항 운영기관 통합이 곧바로 지방공항 활성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지방공항에 운수권이나 인센티브를 배분하더라도 충분한 배후 수요가 없다면 노선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통합만으로는 지방공항 활성화와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항만 분야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인천항만공사가 통합 항만공사 체제에 편입될 경우 인천항의 주요 전략사업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항은 수도권 수출입 물류를 처리하는 관문항이자, 중고차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인천항은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해 왔지만, 최근 관련 인프라 조성이 늦어지면서 부산, 평택, 군산 등 다른 항만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대 항만공사가 하나로 통합되면 통합 항만공사 내부에서 부산항, 울산항, 여수광양항 등과 예산과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자동차 수출 인프라가 이미 조성된 다른 항만으로 기능 배분이 이뤄질 경우,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더 늦어질 수 있다.
![]() ▲ 인천항만공사 (사진=인천항만공사 제공) |
인천 신항 활성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천항은 수도권 배후 수요를 기반으로 신규 항로 유치와 배후단지 개발을 추진해야 하지만, 통합 이후 부산항 중심의 컨테이너 정책이 강화되면 인천항은 독자적 성장 전략을 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항만공사 제도는 항만별 특성과 현장성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구조다. 각 항만공사가 지역 산업과 물류 수요에 맞춰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를 일률적으로 통합할 경우 중앙정부의 기능 배분 논리가 현장 수요보다 우선될 수 있고, 지역 산업과 연계한 항만 개발 전략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공공기관 효율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인천공항과 인천항은 단순한 지역 공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통합 여부는 공론화와 정밀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관 통합이 아니라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항만공사 간 해외사업소 공동 운영, 공동 포트세일즈, 전산·회계 시스템 표준화, 공동 구매, 정보 플랫폼 연계 등은 현행 체제 안에서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공항 분야 역시 운영기관을 물리적으로 합치는 방식보다 노선 전략, 시설 투자, 지방공항 지원 정책을 별도 조정기구를 통해 협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문제는 효율화 자체가 아니라 효율화의 방식이다.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을 줄이고 재정 운용을 합리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천공항의 글로벌 허브 경쟁력과 인천항의 수도권 관문항 기능이 약화된다면 이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인천 지역사회는 이번 논의가 밀실에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은 단순한 조직 통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물류 전략, 지역경제, 산업 경쟁력, 미래 인프라 투자와 직결된 사안이다. 정부가 진정한 효율화를 원한다면 통합이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을 것이 아니라, 기관별 전문성과 지역성, 국가 전략적 기능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