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가 천궁-II를 서둘러 들여오는 이유호르무즈 해협 불안과 중동 미사일 위협 고조가 조기 배치 압박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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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궁 실험 모습(자료 =국방부 제공) |
아랍에미리트, UAE가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인 천궁-II, M-SAM-II의 조기 추가 배치를 서두르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수송 불안이 커지자, UAE는 기존 해상 운송보다 비용이 큰 항공 수송까지 동원해 천궁-II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UAE는 당초 계약상 납품 일정보다 앞당겨 천궁-II 포대와 요격 미사일을 받기 위해 한국 측에 조기 인도를 요청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UAE가 C-17 대형 수송기를 한국에 보내 천궁-II 체계와 요격탄 수송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장비 도입이 아니라 중동 방공망 재편의 신호로 풀이된다.
UAE는 2022년 한국과 약 35억 달러 규모의 천궁-II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은 한국 방산 수출 역사에서 상징성이 큰 대형 수출 사례로 평가됐다. 천궁-II는 항공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위협까지 대응할 수 있는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로, 걸프 지역의 방공 수요와 맞물리며 전략 무기로 부상했다.
미국·이스라엘 방공망의 공급 한계가 만든 ‘K-방공’의 기회
UAE가 천궁-II 조기 배치를 서두르는 핵심 배경에는 중동 미사일 위협의 현실화가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 주요 에너지 수송로의 불안정성은 걸프 국가들에 방공망 보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만들고 있다.
기존 중동 방공 질서는 미국산 패트리어트와 이스라엘 방공체계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안보 위기, 미군 자체 방어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패트리어트 등 주요 요격체계의 공급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역시 자국 방어가 우선인 상황에서 UAE 등 주변국에 충분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이 틈에서 천궁-II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력, 납기 신뢰성, 성능, 중동 맞춤형 협력 가능성을 종합하면 UAE 입장에서는 한국산 방공체계가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선택지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천궁-II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현재의 공급망과 안보 상황에서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천궁-II는 한국의 국방과학기술과 민간 방산기업의 제조 역량이 결합된 체계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요격탄, 레이더, 발사대, 교전통제체계 등을 구성한다. 단순한 미사일 한 발이 아니라 탐지·추적·판단·요격이 연결된 종합 방공 시스템인 셈이다.
한국 방산, ‘납기와 신뢰’로 중동 안보 파트너가 되다
UAE의 천궁-II 조기 추가 배치는 한국 방산의 위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 방산은 가성비와 빠른 생산능력을 앞세운 후발 수출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천궁-II 사례는 한국이 중동 국가의 실시간 안보 수요를 보완하는 전략 파트너로 올라서고 있음을 상징한다.
방산 수출에서 중요한 것은 성능만이 아니다. 위기 때 약속한 장비를 제때 공급할 수 있는가, 고객국의 긴급한 안보 요구에 맞춰 운송과 후속 지원을 할 수 있는가가 결정적이다. UAE가 자국 수송기를 동원해 조기 확보에 나선 장면은 천궁-II가 단순한 수입 무기가 아니라 중동 방공망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방산의 과제도 분명하다. 천궁-II 수요가 늘어날수록 생산능력 확충, 핵심 부품 국산화, 숙련 인력 확보, 공급망 안정화가 더욱 중요해진다. 미사일 방어체계는 한 번 수출하고 끝나는 장비가 아니라 지속적인 탄약 공급, 정비, 업그레이드, 훈련 지원이 따라야 하는 장기 산업이다.
향후 L-SAM, L-SAM-II, 장사정포 요격체계, 드론 대응 체계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다층 방공망이 완성되면 한국 방산의 수출 경쟁력은 한 단계 더 커질 전망이다. 천궁-II가 중고도 방공망의 중심이라면, L-SAM은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로 역할을 확장하게 된다.
결국 UAE의 천궁-II 조기 추가 배치는 세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중동의 미사일 방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둘째,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 방공 체계만으로는 걸프 국가들의 즉각적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 셋째, 한국 방산은 이제 값싼 대체재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선택받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천궁-II는 중동의 하늘에서 한국 방산의 기술력과 납기 신뢰성을 동시에 증명하는 강철 명함이 되고 있다. 방산 수출의 무게중심은 이제 가격에서 신뢰로, 장비에서 동맹형 파트너십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