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차별과 혐오 장사로 미래산업을 막아서는 낡은 정치광주에서 DJ에게 듣고 싶었던 말, 이재명에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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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남해안을 헬기에서 내려다 보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이재명 대통령은 전남·광주 통합과 호남 첨단산업 투자 구상을 두고 “국토균형발전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갈 위대한 항해”라고 밝혔다. 무등산과 영산강의 생명력이 하나로 이어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희망의 돛을 올렸다고 했다. 호남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남부권 발전을 이끌 초광역 성장축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또한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해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말까지 꺼냈다. 호남 없이 나라도 없다는 역사적 격언을 미래산업 전략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 것이다.
그는 호남이 개발에서 배제돼 온 아픈 역사가 오히려 산업용지, 전력, 재생에너지, 미래산업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개발론이 아니다. 불균형 발전의 악순환을 끊고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국가전략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두고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알맹이 없는 투자 계획”, “4류 정치가 글로벌 1류 기업의 팔을 비틀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그의 말은 얼핏 전문적 지적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력만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전략 전체를 재단할 자격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고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총괄한 인물이 아니다. 그의 주된 경력은 모바일, 스마트폰, 갤럭시 사업이다. 쉽게 말해 휴대폰을 만들고 팔던 부문을 이끌었던 경영자다. 그런데 지금 그는 HBM,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RE100, 국가 산업 재배치 문제를 두고 마치 반도체 산업 전체를 꿰뚫는 전략가처럼 단정하고 있다.
고동진 의원
모바일폰 기획과 판매를 이끌던 사람이 HBM과 첨단 반도체 생태계, 국가 산업 배치 전략에 대해 얼마나 깊이 알고 있기에 호남 투자를 그렇게 쉽게 깎아내리는가.
더구나 고 의원이 이끌던 삼성 모바일 부문도 세계 시장의 변화를 완전히 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산업은 이미 단순한 기기 경쟁을 넘어 운영체제, 플랫폼, 인공지능, 콘텐츠, 결제, 데이터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폐쇄형 생태계를 강화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질서를 장악했으며,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주기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삼성 모바일은 세계적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독자적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하지 못했다. 삼성페이, 빅스비, 타이젠, 스마트싱스 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시장 판도를 뒤집는 결정적 플랫폼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삼성 스마트폰은 많이 팔리는 하드웨어로 남았지, 애플처럼 생태계를 지배하는 회사가 되지는 못했다. 이것은 단순한 실적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 흐름을 읽는 전략의 한계다.
심지어 고동진 체제의 삼성 모바일은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라는 치명적 사고도 겪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발화, 리콜, 단종으로 이어진 사건은 삼성 브랜드 신뢰에 큰 상처를 남겼다.
사후 수습을 했다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제품 안전과 품질 관리는 모바일 사업 책임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그런 인물이 이제 와서 호남 반도체 투자를 두고 기업이 정치에 끌려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오만하다.
본인이 몸담았던 모바일 부문에서도 플랫폼 전쟁의 본질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고, 갤럭시 노트7 사태도 막지 못했던 사람이 국가 미래산업 전략을 향해 훈계하듯 말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전력, 용수, 인력, 물류,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중요하다. 호남 반도체 투자 역시 구체적 계획과 단계별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간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1극 체제를 넘어 3극 5특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절실함에 직면해 있다. 특히 호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해 발전량이 넘쳐나 오히려 발전을 중지시키는 일이 빈번할 정도로 에너지 여력이 충분하다.
이러한 조건은 RE100 시대에 반도체 산업과 결합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지역 산업 재편과 RE100, 재생에너지, 균형발전, 첨단산업 분산 배치라는 큰 흐름을 외면한 채 이를 모두 “정치쇼”로 몰아붙이는 것은 산업전략이 아니라 수도권 기득권 논리에 가깝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외면하는 국민의힘 역시 이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특정 지역과 특정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HBM, 패키징, 데이터센터, 전력망, 재생에너지, 글로벌 공급망, 인재 양성, 지역 산업 생태계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국가 전략이다.
이를 용인과 판교 중심의 기존 생태계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낡은 지도 한 장으로 미래의 전쟁터를 해석하려는 태도다.
지금 벌어지는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국토를 보고 미래산업을 재배치하려는 세력과, 기존 권력지형과 사소한 이익을 지키려는 세력의 충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 전체를 보고 있다. 수도권 과밀, 지방 소멸, 에너지 전환, 산업 재편, 청년 일자리, 지역 균형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으려 하고 있다.
반면 일부 세력은 호남 투자가 나오자마자 “정치쇼”라는 딱지를 붙인다. 영호남 차별로 정치적 이익을 얻고, 세대 간 갈등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지역 소외를 자기 권력의 먹잇감으로 삼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스타벅스 논란에서 보듯 차별과 혐오를 상품처럼 팔아 이익을 얻는 정치도 여전히 살아 있다. 지역을 갈라 이익을 보고, 세대를 갈라 이익을 보고, 혐오를 자극해 정치적 장사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더 이상 그런 낡은 장사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호남 반도체 투자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늦게 시작된 정상화다.
호남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굽이굽이마다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산업화의 혜택에서는 오랫동안 뒤로 밀려났다. 이제 그 땅을 AI, 에너지, 모빌리티, 반도체, 문화관광이 결합한 남부권 성장축으로 세우겠다는 것은 균형발전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광주와 전남을 따로 떼어놓고 작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초광역 성장권으로 묶어 대한민국 남부권의 새로운 엔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첨단 미래산업, 인공지능, 에너지, 모빌리티, 글로벌 문화관광이 결합하면 호남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와 경쟁하는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다.
고동진, 안철수 의원들의 과거의 이력 즉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은 과거 대기업 명함으로 설계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정세를 읽는 눈, 기술 패권의 변화를 해석하는 통찰, 지역균형과 에너지 전환을 함께 묶는 전략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투자는 정치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수 있느냐의 시험대다. 호남을 소외의 땅으로 남겨둘 것인가, 미래의 중심으로 세울 것인가의 갈림길이다.
특히 호남사람들은 광주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호남이 더 이상 차별의 상징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이제 이재명 대통령에게 들었다.
이 싸움은 호남만의 싸움이 아니다.
국토 전체를 보고 대한민국을 다시 설계하려는 정치와, 지역 차별과 혐오 장사로 작은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의 싸움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후자에게 맡길 수 없다.
호남의 대도약은 지역의 복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살리는 균형발전의 출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