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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인데 왜 안 덥지?” 이상한 선선함 뒤에 숨은 태풍의 경고

찬 공기가 한반도를 누르는 동안 남쪽 바다는 열과 수증기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 10년 데이터가 보여준 태풍 변화의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폭우와 급강화다

선선한 유월의 공기는 잠깐의 선물일 뿐, 한반도는 더 강한 물폭탄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6/26 [08:22]

“6월 말인데 왜 안 덥지?” 이상한 선선함 뒤에 숨은 태풍의 경고

찬 공기가 한반도를 누르는 동안 남쪽 바다는 열과 수증기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 10년 데이터가 보여준 태풍 변화의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폭우와 급강화다

선선한 유월의 공기는 잠깐의 선물일 뿐, 한반도는 더 강한 물폭탄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6/26 [08:22]

[내외신문/전용현 기자] 태풍은 더 많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더 위험해졌다

6월 말의 서울이 이상하리만큼 선선하다는 감각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계절의 리듬이 어긋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여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쪽 바다에 열과 수증기를 저장한 채 잠시 문밖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당장의 체감온도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지난 10년 동안 태풍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리고 이 선선한 6월의 공기 뒤에서 어떤 태풍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가.

 

일본 기상청 RSMC 도쿄 태풍센터의 서북태평양 태풍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의 핵심 변화는 ‘태풍이 단순히 더 많이 생긴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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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과 서태평양의 태풍, 그리고 현재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 상황은 개별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기후 시스템 안에서 맞물려 움직이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사진=픽사베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서북태평양에서 열대폭풍급 이상으로 발달한 태풍성 저기압은 연도별로 26개, 27개, 29개, 29개, 23개, 22개, 25개, 17개, 26개, 27개였다. 10년 평균은 25.1개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년값 25.1개와 같다. 겉으로 보면 “태풍 수는 그대로”다. 그러나 이 평온한 평균이야말로 함정이다. 태풍의 위험은 개수보다 강도, 이동 경로, 발생 시기, 강수량, 체류 시간에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넓게 보면 태풍 발생 수는 해마다 크게 출렁였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29개로 평년보다 많았고, 2023년에는 17개로 크게 줄었다.

 

이후 2024년 26개, 2025년 27개로 다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 흐름은 “해마다 더 많은 태풍이 온다”는 단순한 설명을 허락하지 않는다.

 

태풍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적게 생겨도 강하면 재난이 되고, 멀리서 지나가도 수증기 통로를 열면 폭우가 된다.

 

한반도 입장에서는 태풍의 전체 발생 수보다 ‘얼마나 강한 상태로 북상하는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어느 위도까지 올라오는가’, ‘태풍 전면의 수증기가 장마전선과 결합하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태풍은 이제 지도 위에서 몇 개의 원으로 세는 사건이 아니다. 바다의 열, 대기의 습기, 고기압의 위치, 전선의 정체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복합 재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태풍 변화의 핵심은 ‘개수의 정체, 위험도의 상승’이다. 태풍 발생 수는 평년 언저리에서 움직이지만, 고위험 태풍의 잠재 위협은 커지고 있다. 서북태평양 태풍의 잠재 위협을 분석한 연구는 강한 위협을 주는 태풍군이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해양 하층의 온도 상승, 즉 바다 속에 저장된 열이 태풍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바다는 표면만 데워지는 것이 아니다. 깊은 층까지 데워지면 태풍이 지나가며 바닷물을 휘저어도 쉽게 식지 않는다. 태풍 입장에서는 연료통이 얕은 접시에서 깊은 솥으로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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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말에 발생한 태풍 가에미는 일본, 필리핀, 대만, 중국을 강타하며, 거의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로 묘사되었습니다. 태풍은 최대 시속 227km(141mph)에 달하는 강력한 돌풍으로 대만을 강타했으며, 그 구름 띠는 서태평양 대부분을 덮고 있는 형국이다(사진=기상청 분석자료)

 

 

바람보다 무서운 물, 태풍의 위험은 폭우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모든 지역에서 태풍 수를 일률적으로 늘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강한 태풍의 비율, 가장 강한 태풍의 최대풍속, 태풍 동반 강수량이 온난화와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는 국제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가 더워질수록 강한 열대저기압의 비율과 최대 강수율이 증가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홍콩천문대가 정리한 IPCC AR6 기반 설명 역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강한 열대저기압의 비율, 가장 강한 열대저기압의 최대풍속, 평균 및 최대 강수율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이 변화는 태풍의 피해 양상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태풍 하면 강풍 피해를 먼저 떠올렸다.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이 떨어지고, 항구의 배가 묶이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최근 태풍의 위험은 점점 물로 이동하고 있다.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아도 남쪽 바다의 막대한 수증기를 한반도 쪽으로 끌어올리면 장마전선, 저기압, 지형 효과와 결합해 극한 호우를 만든다. 태풍의 눈이 오지 않아도 태풍의 수증기는 온다.

 

최근 연구는 열대저기압의 강한 비구름 영역이 전 세계적으로 바깥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태풍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폭우 위험이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한반도에 특히 민감하다. 산지가 많고 하천 유역이 짧으며, 대도시의 포장 면적이 넓은 한국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질 경우 침수, 산사태, 하천 범람, 지하공간 사고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태풍의 또 다른 변화는 ‘빠른 강화’다. 예전 태풍은 며칠에 걸쳐 세력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하루 이틀 사이에 중심기압이 급격히 낮아지고 풍속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례가 더 자주 주목된다. 높은 해수면 온도, 높은 중층 습도, 낮은 연직시어가 맞물리면 태풍은 천천히 걷지 않는다. 해수면 위에서 검은 엔진을 켠 듯 단숨에 몸집을 키운다.

 

진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 편서풍, 상층 기압골, 해수면 온도, 몬순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 조합이 과거보다 더 흔들린다는 점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으로 얼마나 확장하는지, 일본 남쪽 해상에서 장마전선이 어디에 놓이는지, 한반도 북쪽의 찬 공기 덩어리가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에 따라 태풍의 길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최근 태풍 예보에는 ‘예상보다 서쪽으로’, ‘예상보다 북쪽으로’, ‘예상보다 느리게’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붙는다.

 

생과 영향의 리듬은 더 불규칙해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 자료를 보면 2020년에는 7월 태풍 발생이 없었고, 2023년에는 연간 발생 수가 17개에 그쳤다. 반대로 2024년에는 9월에만 8개가 발생했다. 월별 분포가 들쭉날쭉해진다는 것은 재난 대비의 달력도 흔들린다는 뜻이다. “이맘때쯤이면 이 정도”라는 과거 감각은 점점 낡은 나침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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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수년 사이 폭염과 태풍이 동시에 덮치는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국민의 삶이 ‘자연의 재앙과의 동행’ 이라고 불리고 있다. (태국 교민 사이트 사진)

 

선선한 6월은 여름의 부재가 아니라 지연된 위험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6월 말의 선선함은 더 의미심장해진다. 지금 시원하다고 해서 여름 에너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찬 공기가 한반도 주변을 일시적으로 누르고 있으면 북태평양고기압과 정체전선의 북상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남쪽 바다는 계속 데워지고,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는다. 기온이 오를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은 증가한다. 태풍은 이 수증기를 끌어올리는 거대한 펌프다. 따라서 선선한 6월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경고다. 도시가 식어 있는 동안 바다는 조용히 끓고 있을 수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온난화도 무시할 수 없다. 기상청은 한국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표층 염분 감소가 향후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강한 태풍의 빈도 증가 가능성과 관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수온은 태풍의 에너지원이고, 표층 염분 감소는 바닷물의 층상 구조를 강화해 표층 고수온을 유지시키는 요인이 된다. 쉽게 말하면 바다가 덜 섞이고, 표면의 뜨거운 물이 오래 남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태풍은 이 얇지만 뜨거운 막 위에서 힘을 얻는다.

 

지난 10년의 태풍을 숫자로만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위험의 문법은 분명히 바뀌었다. 과거의 태풍은 “몇 개가 왔는가”로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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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개의 태풍이 일본열도 바로 밑에서 생성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 사진)

 

이제의 태풍은 “얼마나 뜨거운 바다를 지나왔는가”, “얼마나 많은 수증기를 품었는가”, “얼마나 빠르게 강해졌는가”, “얼마나 천천히 움직였는가”, “직접 상륙하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비를 뿌렸는가”로 읽어야 한다. 태풍은 바람의 재난에서 물의 재난으로, 남쪽 바다의 사건에서 한반도 내륙의 홍수 위험으로, 여름철 이벤트에서 기후위기의 압축 파일로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재난 대응 방식도 바꾸라고 요구한다. 과거에는 태풍 진로 원뿔 안에 들어가는지가 중요했다. 이제는 태풍 전면 수증기대, 장마전선 위치, 하천 수위, 산사태 취약지, 도시 배수 용량을 함께 봐야 한다. 태풍 중심이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도 수도권에 물폭탄이 떨어질 수 있고, 일본 규슈 쪽으로 향하는 태풍이 한반도 남부에 폭우를 밀어 넣을 수 있다. 지도 위 태풍의 중심만 따라가는 시대는 끝났다. 태풍의 숨결, 즉 수증기 흐름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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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잦아지면서 어장은 회복할 시간을 잃고 반복적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이제 태풍은 일시적 재해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어업 구조를 시험하는 변수다. 엘니뇨와 라니뇨의 영향도 태풍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기사청 분석 자료)

 

그렇다면 “6월 말인데 왜 안 덥지?”라는 질문의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한반도 상공의 찬 공기, 북태평양고기압의 지연, 정체전선의 남하, 해양 고수온, 대기 정체가 동시에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선선함이 여름의 부재가 아니라 여름 에너지의 지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날씨는 잠시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남쪽 해상에서는 태풍과 폭우의 재료들이 쌓이고 있다. 하늘은 조용하고, 바다는 바쁘다.

 

지난 10년 태풍 데이터가 던지는 결론은 분명하다. 태풍은 더 많이 온다기보다 더 낯설게 온다. 숫자는 평년인데 피해는 평년이 아닐 수 있다. 발생 수는 그대로인데 강도와 비, 진로와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는 더 이상 태풍의 변방이 아니다. 뜨거워진 서북태평양, 흔들리는 북태평양고기압, 불안정한 장마전선, 고밀도 도시 인프라가 만나는 위험의 교차로다.

 

지금의 선선한 바람을 누리는 일은 죄가 아니다. 다만 그 바람을 “올여름은 괜찮다”는 착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유월의 서늘함은 여름이 도망간 흔적이 아니라, 더 뜨거운 계절이 잠시 몸을 낮춘 그림자일 수 있다. 태풍은 이제 바다 위에서만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방심 속에서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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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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