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성규 인천시장직 인수위원장 첫 메시지 “산하기관장 교체는 새 시정 출범의 최소 조건” “새 시장이 출범하면 협조하는 게 맞다” 산하기관장 거취 문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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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하는 맹성규 위원장 (인수위 제공) |
맹성규 인수위원장은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산하기관장 거취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새로운 시장이 출범하면 협조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민선 9기 인천시 출범을 앞두고 기존 산하기관장들의 임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인천시 산하기관은 시정의 실핏줄과 같다. 시장이 정책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실제 사업을 집행하고 예산을 운용하며 시민과 만나는 현장은 공사, 공단, 출자·출연기관이다. 도시개발, 교통, 관광, 환경, 시설 관리, 문화, 복지 등 시민 생활과 맞닿은 핵심 분야가 이들 기관을 통해 움직인다.
따라서 산하기관장이 새 시장의 정책 철학과 전혀 다른 방향을 고수하거나, 이전 시정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대변할 경우 새 행정은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른바 ‘순장조’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순장조란 시장이 교체될 경우 산하기관장과 임원의 임기도 함께 정리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뜻한다.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핵심은 선출권력과 산하기관 운영 책임의 일치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시장을 바꿨는데, 정작 주요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장들은 이전 시장 체제에서 임명된 인사로 그대로 남는다면 새 시정의 책임정치가 흔들릴 수 있다.
맹 위원장이 언급한 대표 사례는 부산시다. 부산시는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 임기에 관한 조례’를 통해 현 시장이 연임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새 시장 임기 개시 전 해당 기관장과 임원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 조례는 시장 교체기에 산하기관장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누구는 버티고, 누구는 사퇴하고, 누구는 정치적 압박을 받는 식의 혼란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맹 위원장은 “부산시는 임기 관련 조례를 통해 다툼 없이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며 “중앙정부도 마찬가지고 산하기관장이 임기 내 나가는 것에 대한 규칙을 제대로 세워두면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천시의 현행 조례가 제도적 정리에는 미흡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인천시도 지난해 9월 ‘인천시 출자·출연 기관의 장의 임기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 조례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조례는 시장이 새로 선출되는 경우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신임 시장 임기 개시 전날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부산시 조례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부칙이다. 인천 조례는 시행 전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는 종전 임기에 따른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 조항 때문에 이미 임명된 일부 기관장들은 새 시장 출범 이후에도 임기를 유지할 수 있다.
맹 위원장은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인천시는 조례를 만들긴 했는데 부칙을 통해 일부 기관장들은 안 나가도 되도록 엉뚱하게 해놨다”며 “조례를 바꾸려면 부산처럼 바꿨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제도는 만들었지만, 실제 시장 교체기에 적용될 수 없도록 예외를 남겼다면 조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현재 인천의 경우 출자·출연기관장 5명의 임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사·공단까지 포함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인천관광공사, 인천교통공사, 인천도시공사, 인천시설공단, 인천환경공단 등 주요 공사·공단의 사장과 이사장은 모두 지난해 임명됐다. 이들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3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법적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단순히 새 시장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사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임기 보장이 곧 정치적·행정적 무풍지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장은 민간기업의 전문경영인과 다르다. 공공기관장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동시에 시민이 선출한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을 집행할 책임도 진다.
선거를 통해 시정 방향이 바뀌었는데도 산하기관장이 기존 노선을 유지하거나 새 시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시민의 선택은 행정 현장에서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
순장조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제도는 특정 인사를 찍어내기 위한 칼이 아니라,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기관장 거취 논란을 줄이기 위한 룰이다. 제도가 없으면 사퇴 요구는 정치적 압박으로 비치고, 버티기는 자리 지키기로 비판받는다.
그 사이 행정은 멈칫하고, 시민은 피해를 본다. 명확한 규칙이 있으면 새 시장도 불필요한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고, 기관장들도 임명 당시부터 자신의 임기 조건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물론 순장조가 무조건적인 해법은 아니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기관까지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면 행정의 연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 기관장이 단지 전임 시장 시절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된다면 공공기관이 선거 전리품처럼 취급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 교체가 아니라 기준 있는 정리다. 기관의 성격, 직무의 정치성, 정책 집행 책임, 임명 시점, 성과 평가, 새 시정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인천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단순한 인사 교체론에 머물지 않는다. 인수위가 인천도시공사를 방문해 비공개 보고를 받은 과정에서 본부장 등 이른바 ‘알박기 인사’ 제보가 현안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장 교체를 앞두고 특정 인사를 임기직 자리에 배치하거나 조직 내부에 영향력을 남기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새 시정의 권한을 사전에 제약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맹 위원장 역시 “아직 어떤 방식으로, 어느 범위 산하기관까지 들여다볼지조차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에 알박기 인사 문제가 촉발된 만큼 어떤 방향으로 논의하면 좋을지 함께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수위가 즉각적인 일괄 교체를 선언했다기보다는, 산하기관과 공사·공단의 인사 구조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 시정의 성공 여부는 시장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의 정책 구상은 산하기관을 통해 현장 사업으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기관장의 태도와 역량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인천처럼 도시개발, 교통망 확충, 관광 활성화, 환경 정책, 공공시설 운영 등 대형 현안이 많은 도시에서는 산하기관의 협조 체계가 곧 시정의 속도다. 기관장이 새 시장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행정은 겉돌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순장조 논의는 ‘누구를 내보낼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책임행정을 세울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인사 갈등을 줄이려면 임명 단계에서부터 임기 종료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새 시장의 임기와 핵심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일정 부분 연동하되, 전문성이 강한 기관은 별도의 평가와 보호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정치적 책임성과 행정 전문성을 함께 살리는 설계가 필요하다.
인천시의 현행 조례는 이런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례 본문에는 시장 교체 시 기관장 임기를 정리하는 규정을 뒀지만, 부칙으로 기존 임명자에게 예외를 인정하면서 실제 적용 범위를 좁혔다. 제도는 있으나 결정적 순간에는 작동하지 않는 구조다.
맹 위원장이 부산 사례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은 시장 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조례로 정리했지만, 인천은 조례를 만들고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민선 9기 인천시 출범을 앞두고 산하기관장 거취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쟁점이 됐다.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사·공단 사장과 이사장 문제까지 포함하면 인수위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무리한 압박은 법적·정치적 역풍을 부를 수 있고, 아무런 정리 없이 출범할 경우 새 시정의 추진력은 약화될 수 있다. 인수위가 어떤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느냐가 향후 논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이번 논의가 단순한 자리 교체 논란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시민이 선거를 통해 선택한 새 시정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행정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민주적 책임정치의 일부다.
동시에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순장조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선거 결과와 행정 집행 사이의 엇박자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맹성규 인수위원장의 첫 메시지는 그래서 무겁다. “새로운 시장이 출범하면 협조하는 게 맞다”는 말은 단순한 인사 신호탄이 아니라, 민선 9기 인천시가 어떤 원칙으로 권한과 책임을 재정렬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가깝다.
인천시 산하기관장 거취 문제는 이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제도의 문제, 관행의 문제, 책임행정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새 시정 출범을 앞둔 인천에서 ‘순장조’ 논의가 다시 불붙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