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후보 공약도 공공자산이다...선거 뒤 사라지는 정책의 기록, 이제는 보존해야 한다중앙선관위, 당선자 공약만 공개… 낙선 후보 공약은 선거 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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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낙선한 국민의힘 강범석 후보는 속도보다 주민 수용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폐기물 운반 차량의 이동 경로와 폐기물 반입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통제하는 TMS, 즉 운송관리시스템 확대를 통해 환경 관리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무소속 김용섭 후보는 최대한 많은 주민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그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현안을 두고 후보별로 행정 속도, 주민 수용성, 절차적 투명성이라는 서로 다른 해법이 제시된 것이다.
옹진군수 선거에서도 낙선 후보의 공약은 지역의 미래 산업과 주민 이익 환원 방식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 지점을 남겼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어떻게 군민에게 돌려줄 것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방안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정민 옹진군수 당선자는 ‘주민이익공유제’를 약속했다. 어민 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출자펀드’를 조성해 에너지 수익을 도서지역 복지와 교통망 확충 재원으로 환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낙선한 국민의힘 문경복 후보는 해상풍력 수익을 군민에게 직접 연금 형태로 돌려주는 ‘풍력 연금’을 공약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을 지역 주민의 지속적 소득으로 연결하겠다는 제안으로, 향후 에너지 전환과 지역 상생 모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는 정책이다.
이처럼 낙선 후보들의 공약은 단순한 선거용 문구로만 보기 어렵다.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요구를 듣고, 각계 전문가와 논의하며 정책을 구체화한다. 공약은 개인 후보의 소유물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정책적 결과물이자 공론장의 산물이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자료가 사라진다면, 유권자들이 비교·검토했던 정책 정보와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 역시 함께 폐기되는 셈이다.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낙선 후보 공약 보존은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사라지지 않는다. 청라소각장 이전, 청소년 복지, 노년층 지원, 공공주택, 공공 키즈카페, 해상풍력 수익 환원 같은 현안은 당선자와 낙선자를 가리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다. 따라서 선거 이후에도 각 후보가 제시한 정책을 비교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자료를 보존하는 것은 지역 행정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낙선 후보가 상당한 득표를 얻은 경우, 그 공약에는 일정한 유권자 지지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당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더라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해당 정책 방향에 공감했다면, 당선자는 이를 무시하기보다 행정 운영 과정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거는 승자독식의 절차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놓고 다양한 제안을 펼치는 공론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낙선 후보 공약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들의 공약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 공약을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각계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 도출해낸 공공자산”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낙선 후보들의 공약도 보존해 이를 토대로 정책 연구를 활성화하고, 좋은 공약은 당선자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정책 경쟁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 이후야말로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시기다. 당선자의 공약만 남기고 낙선자의 공약을 삭제하는 현재 방식은 유권자의 정책 선택권과 지역사회의 정책 기억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
낙선 후보의 공약은 패자의 기록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또 다른 선택지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정책 아이디어와 주민 요구를 공공의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행정과 연구, 시민 감시의 자료로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약은 사라지는 구호가 아니라 축적돼야 할 공공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