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생태하천에 나타난 열대어 ‘구피’, 복원 하천과 생태계 파괴 동물 방류의 문제점관상용 어종 무단 방류가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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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피를 방류하는 그림(ai활용) |
과거 복개돼 있던 하천을 생태공간으로 되살린 굴포천은 시민들에게는 산책과 휴식의 공간이자, 도심 속 생물들이 다시 자리 잡는 생태 회복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관상용 어종과 외래종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복원된 하천이 새로운 생태 교란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1동행정복지센터 앞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구간에서는 작은 물고기 3마리가 얕은 물가를 헤엄치는 모습이 확인됐다. 수초가 자란 물가 주변에서 발견된 이 물고기들은 몸통이 검은색 계열을 띠고, 꼬리에는 주황색과 파란색 무늬가 퍼져 있었다. 관상용 열대어로 널리 알려진 구피였다.
구피는 가정 수족관에서 흔히 키우는 어종이다. 크기가 작고 색이 화려하며 번식이 쉬워 초보자들도 많이 기른다. 그러나 바로 그 ‘쉽게 번식한다’는 특성이 자연 하천에서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구피는 한 번 환경에 적응하면 빠른 속도로 개체 수를 늘릴 수 있고, 먹이 경쟁을 통해 토종 어류나 수서생물의 서식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작은 물고기 한두 마리의 문제가 아니라, 하천 생태계의 먹이망과 서식 질서를 바꾸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굴포천에서 구피가 발견된 지점은 지난해 12월 복원 공사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개방된 상류 구간이다. 과거 콘크리트와 도로 아래로 가려져 있던 물길을 다시 드러내고, 물고기와 조류, 수생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복원 하천은 단순히 물길을 되살리는 사업이 아니다. 도시의 열섬을 완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며, 주민들에게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공공 생태 인프라다. 그런 점에서 이곳에 관상용 열대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부평시장 인근에서 수십 년간 수족관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발견된 물고기 사진을 보고 “근친교배로 태어난 구피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피가 산란기에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다니는 특성이 있어 여러 마리가 함께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하수도나 배수로를 통해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가정에서 키우던 물고기를 누군가 하천에 방생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선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키우던 물고기를 더 이상 기르기 어려울 때, 일부 사람들은 “자연으로 보내준다”는 생각으로 하천이나 연못에 풀어놓는다.
그러나 이는 방생이 아니라 생태계 투기다. 수족관 속 생물은 자연 하천의 생물과 다르다. 병원균을 옮길 수도 있고, 토종 생물과 먹이를 두고 경쟁할 수도 있으며, 포식자와 피식자의 균형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 물고기에게 자유를 주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하천에는 낯선 침입자를 던지는 일이 된다.
구피는 열대어이기 때문에 국내 하천에서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구피는 수온이 15도 이상 유지돼야 생존할 수 있다. 겨울철 하천 수온이 크게 낮아지는 국내 환경에서는 자연적으로 장기 정착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안심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도시 하천은 하수, 지하수, 생활배수, 온배수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일부 구간의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도심 하천의 미세한 온도 환경이 달라지는 점도 변수다. 지금은 몇 마리의 발견에 그칠 수 있지만, 반복적인 유입이 이어지면 생태계에 부담은 누적된다.
굴포천 일대에서 외래종과 관상용 동물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굴포천 지방하천 구간에서 생태계교란종인 늑대거북이 발견됐다.
올해 3월에는 생태하천 구간에서 붉은귀거북이가 나타나 부평구 환경보전과가 포획한 뒤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인계했다. 늑대거북과 붉은귀거북은 모두 국내 생태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외래종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토종 어류, 양서류, 수서곤충 등을 먹이로 삼거나 서식지를 점유하면서 기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복원 하천에서 외래종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은 관리 체계의 빈틈을 보여준다. 하천 복원은 공사가 끝났다고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물길이 열리고 수초가 자라고 물고기가 돌아오는 순간부터 진짜 관리는 시작된다. 생태계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어떤 종이 새로 들어왔는지, 토종 어류는 안정적으로 서식하는지, 외래종이 번식하고 있는지, 시민들의 이용 행태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도심 하천은 사람의 생활권과 매우 가깝다. 산책로와 주거지, 시장, 상가, 도로, 배수시설이 하천과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외래종 유입 가능성이 자연 하천보다 높다.
가정에서 기르던 물고기, 거북, 수초 등이 하천으로 버려질 수 있고, 비가 많이 내릴 때 배수로를 통해 다양한 생물이 유입될 수도 있다. 시민 접근성이 높은 만큼 교육과 안내도 중요하다. 단순히 “방생 금지”라는 문구를 붙이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방생이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리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부평구는 굴포천 복원 구간과 지방하천 구간 등에 무단 방생 자제 안내문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생태하천이 복원된 뒤 생태계가 서서히 조성되는 시기인 만큼 관상용 물고기나 외래종이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내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래종 발견 신고 체계, 정기 모니터링, 시민 참여형 생태 조사, 학교·지역단체 연계 교육, 수족관 업계와의 협력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족관과 반려동물 판매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관상어를 판매할 때 “하천이나 연못에 절대 방생하지 말라”는 안내를 의무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생물의 수명, 번식력, 처리 방법, 양도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더 이상 기르기 어려운 생물을 무단 방류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의 회수·입양 연계 시스템도 검토할 만하다. 버려진 생물이 하천으로 향하지 않도록 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다.
이번 구피 발견은 작은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복원 하천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일종의 경보음이다. 굴포천은 오랜 시간 도시 개발의 그늘에 가려졌다가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온 물길이다.
그런 하천에 어떤 생명이 들어오고, 어떤 생명이 밀려나는지는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구피 3마리가 헤엄친 장면은 단순한 이색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취미와 소비, 무책임한 방생 문화가 자연에 남기는 흔적이다.
생태하천은 인간이 만든 공간이지만,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물고기와 새, 곤충과 식물, 미생물까지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작은 생태권이다. 복원된 하천을 지키는 일은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의 행동을 바꾸고, 외래종 유입을 막고, 토종 생물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꾸준히 관리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굴포천의 구피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생태하천을 단순한 산책로로 볼 것인가, 아니면 회복 중인 생명 공동체로 대할 것인가. 답은 행정의 관리와 시민의 습관 속에서 드러난다. 무심코 풀어놓은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하천 전체의 질서를 흔들 수 있다. 복원된 굴포천이 진정한 생태하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더 촘촘한 감시와 더 깊은 시민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