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험사기 급증에 범정부 TF 출범…“AI 범죄는 AI로 막는다”AI 보험사기, 범정부 대응체계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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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신종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다.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진단서, 진료비 계산서, 차량 파손 사진, 신분증 등을 AI로 위·변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존 보험사기 탐지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오후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 킥오프 회의를 겸한 보험조사협의회를 개최했다. 보험조사협의회는 보험업법 제163조에 근거해 운영되는 정부와 유관기관 협의체로, 효율적인 보험사기 조사와 대응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TF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경찰청,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보험개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민간 전문가도 논의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TF를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영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2025년 기준 1조1,571억 원에 달했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약 9조 원으로 추산된다. 보험 분야별로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등이 포함된 장기손해보험이 4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자동차보험 22.4%, 생명보험 21.8%, 일반 손해보험 11.2%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21년 9,434억 원에서 2022년 1조818억 원, 2023년 1조1,164억 원, 2024년 1조1,502억 원, 2025년 1조1,571억 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적발 인원은 2025년 10만5,743명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누수가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키우고, 보험사기 과정에서 건강보험 급여까지 청구되는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영 보험금과 공적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함께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TF 출범의 배경이다.
최근 보험사기는 단순한 허위 청구를 넘어 의료기관, 정비공장, 브로커, 모집인 등이 결탁하는 조직적·지능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결합하면서 보험 가입, 사고 처리, 보험금 청구 등 보험 전 과정에서 위·변조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에는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을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을 활용한 위·변조가 주를 이뤘다. 이 경우 폰트, 자간, 이미지 흔적 등 물리적 단서를 통해 탐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이미지 픽셀 자체가 새롭게 생성되기 때문에 기존 탐지 방식으로는 위조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 출력과 재촬영을 반복할 경우 탐지 난도는 더욱 높아진다.
실제 사례도 확인됐다. 부산의 20대 A씨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촬영한 뒤 생성형 AI에 업로드해 입원·퇴원 기간을 늘린 위조 서류를 만들었다. A씨는 2024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11개 보험사에 반복 청구해 총 1억5천만 원을 편취했고, 부산지법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진단서를 위·변조하고, 실제 병원에 내원한 사실이 없음에도 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비 계산서를 조작한 정황도 제시됐다.
금융당국은 현재도 신용정보원, 보험개발원, 개별 보험사 등이 AI 기반 보험사기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 간 정보 칸막이와 분절적 대응으로 실시간 정보 공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원천 데이터와 보험업권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는 기반도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TF는 법·제도 분과, 데이터 분과, 인프라 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주요 과제는 보험사기 혐의 정보의 집중·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보험사기 탐지를 위해 추가로 집중·공유할 정보 선정, 보험업권과 유관기관 간 실시간 정보공유 방안 마련, AI 기반 보험사기 패턴 분석 및 위험지수 개발 등이다.
정부는 한국신용정보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전 보험권 보험사기 방지 통합 인프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보험 계약, 보험금 지급, 면책 등 보험신용정보를 집중하고, 공모 위험지수 생성 등 AI 분석과 빅데이터 결합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보험개발원이 운영 중인 AOS 시스템도 자동차보험 분야의 허위·과다 청구 방지에 활용된다. AOS는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 차량 손상 사진을 바탕으로 수리비 견적을 자동 산출하고, 현장 출동 직원이 촬영한 사진과 정비업체 제출 사진을 비교하는 기능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보험사기 방지체계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권익 침해 방지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사기 혐의 정보, 공모자 정보, 설계사 인적 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다뤄질 수 있는 만큼 법적 근거와 정보 활용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간 TF를 운영한 뒤 오는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 플랫폼 구축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를 차질 없이 구축해 활용하면 사전 예방, 실시간 탐지, 사후 조치 등 전방위적으로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보험료 하락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의 편익을 국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