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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남겨진 배설물, 인류 최초의 우주 생명 실험으로 쓰인다.

50년 넘게 달 표면에 방치된 인간 미생물, 생존 여부가 미래 우주 거주의 단서로 떠오르다

아르테미스 시대, 달 탐사는 ‘방문’에서 ‘체류’로 전환…폐기물 회수 연구도 새 과제로 부상

달 앞면과 뒷면의 차이, 달 소용돌이와 자원 활용까지…달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학의 현장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6/03 [07:33]

달에 남겨진 배설물, 인류 최초의 우주 생명 실험으로 쓰인다.

50년 넘게 달 표면에 방치된 인간 미생물, 생존 여부가 미래 우주 거주의 단서로 떠오르다

아르테미스 시대, 달 탐사는 ‘방문’에서 ‘체류’로 전환…폐기물 회수 연구도 새 과제로 부상

달 앞면과 뒷면의 차이, 달 소용돌이와 자원 활용까지…달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학의 현장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6/0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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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에 남긴 배설물과 폐기물은 한때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러나 반세기 뒤, 그 안의 미생물 흔적은 달의 극한 환경에서 지구 생명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여줄 과학적 자산이 됐다. 향후 회수된다면 달·화성 거주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달에 버려진 폐기물, 반세기 만에 과학적 자산이 되다

인류가 달에 남긴 것은 성조기와 발자국만이 아니었다.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이어진 여섯 차례의 유인 달 착륙 과정에서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 여러 장비와 폐기물을 남겼다. 그중에는 대변, 소변, 토사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담긴 폐기물 봉투도 있었다. 당시에는 단순한 ‘짐’이었다. 지구로 되가져오는 것보다 달에 두고 오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달 착륙선은 극도로 제한된 질량 조건에서 운용됐다. 우주인이 달에서 이륙해 달 궤도선과 다시 결합하려면 착륙선의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표본과 필수 장비는 가져와야 했지만, 폐기물은 그렇지 않았다. 연료와 안전을 고려하면 버리고 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렇게 인류 최초의 달 탐사는 과학의 영광과 함께 인간의 가장 일상적인 흔적까지 달 표면에 남겼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폐기물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달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지구 생명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실험 표본이 된 것이다. 특히 인간의 배설물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포함돼 있다. 대변의 상당 부분은 장내 미생물과 세포 잔해, 유기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이 미생물들은 달 표면에서 50년 넘는 시간 동안 완전히 사라졌을까. 아니면 일부라도 휴면 상태로 남아 있을까.

 

달 표면은 생명체에게 거의 사형장에 가깝다. 대기는 사실상 없고, 물도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낮과 밤의 온도 차는 극심하며,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은 표면을 그대로 때린다. 지구의 토양, 대기, 자기장 속에서 살아가던 미생물이 이런 환경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생물의 생명력이 인간의 직관을 여러 차례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도 일부 미생물은 극한의 건조, 냉동, 방사선, 고염도, 고온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어떤 미생물은 대사 활동을 거의 멈춘 채 오랜 시간 휴면 상태를 유지한다. 달에 남겨진 배설물 속 미생물이 완전한 생명 활동을 이어갔을 가능성은 낮더라도, 세포 흔적이나 유전물질, 혹은 극히 일부 생존 개체가 남아 있다면 그 자체로 우주 생물학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 달 기지와 화성 거주 계획 때문이다. 인류가 달이나 화성에 장기 체류하려면 물, 산소, 식량,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때 미생물은 핵심 기술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폐기물을 분해하고, 토양을 개량하고, 식물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며, 생명 유지 시스템의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달에 남겨진 아폴로의 폐기물은 의도치 않은 장기 노출 실험이 된 셈이다.

 

다만 실제 회수는 간단하지 않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주요 관심 지역은 달 남극이다. 달 남극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기지 건설과 자원 활용의 핵심 후보지로 꼽힌다. 반면 아폴로 착륙지는 대부분 지구와의 교신이 쉬운 달 앞면의 비교적 저위도 지역에 있다. 아르테미스 임무가 과거 아폴로 착륙지로 일부러 이동해 폐기물 봉투를 수거할 가능성은 당장 높지 않다.

 

그러나 위치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폴로 착륙지는 이미 잘 기록돼 있고, 달 궤도 탐사선들이 착륙선 하부 구조물과 탐사 장비, 이동 흔적까지 촬영한 바 있다. 미래에 과학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면, 별도의 로봇 탐사선이나 회수 임무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그때 달에 버려진 ‘가장 인간적인 쓰레기’는 우주 생명 연구의 가장 기묘한 보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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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과 자기 축을 기준으로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맞물리면서, 지구에서는 달의 같은 면만 보인다. 이를 동주기 자전이라고 한다.    

 

달은 왜 한쪽 얼굴만 보여주는가…앞면과 뒷면의 다른 역사

 

달을 둘러싼 대중적 호기심은 폐기물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지만, 여전히 많은 오해와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왜 우리는 달의 한쪽 면만 보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구에서 달을 보면 늘 비슷한 무늬가 보인다. 검은 바다와 밝은 고원이 어우러진 익숙한 얼굴이다. 이는 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과 자기 축을 기준으로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맞물리면서, 지구에서는 달의 같은 면만 보인다. 이를 동주기 자전이라고 한다.

 

일부 음모론은 이를 두고 달이 인공 구조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설득력이 낮다. 동주기 자전은 태양계에서 흔한 현상이다. 목성과 토성 주변의 여러 위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행성과 위성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위성의 자전 속도가 공전 주기와 맞춰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달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친 것으로 이해된다.

 

또 하나의 오해는 달 뒷면에 관한 것이다. 지구에서는 달 뒷면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그곳에 무엇인가 감춰져 있다는 상상력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달 뒷면은 이미 여러 탐사선에 의해 촬영됐고, 지도화됐다.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달 궤도 탐사선은 달의 앞면, 뒷면, 남극, 북극을 반복적으로 관측했다. 달 뒷면은 비밀의 장막 뒤에 숨은 공간이 아니라, 관측 기술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알려진 지질학적 현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달 앞면과 뒷면의 모습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달 앞면에는 검게 보이는 넓은 평원이 많다. 이를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 실제 바다는 아니고, 과거 달 내부에서 분출한 용암이 거대한 충돌 분지를 채우며 굳어진 현무암질 평원이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검은 무늬가 바로 이 지역이다.

 

반면 달 뒷면에는 이런 검은 바다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신 밝은 고지대와 수많은 크레이터가 빽빽하게 분포한다. 단순히 달 뒷면이 우주 공간을 향해 있어 운석을 더 많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약 38만 km로 상당히 멀기 때문에 지구가 달 앞면을 완벽한 방패처럼 보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과학계는 달의 내부 구조와 열적 진화, 방사성 원소 분포 차이에 주목한다. 특히 칼륨, 희토류 원소, 인이 풍부한 이른바 크립(KREEP) 성분은 달 앞면의 바다 주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 성분들은 열을 만들어내는 방사성 원소와 관련돼 있어, 과거 달 내부에서 마그마가 만들어지고 분출하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한 가설은 거대한 충돌 사건과 관련된다. 달 남극 부근의 사우스폴-에이트켄 분지는 태양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충돌 분지다. 이 충돌이 달 내부 물질의 분포에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특정 성분이 달 앞면 쪽으로 집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물질들이 열을 만들고 마그마 분출을 촉진하면서 달 앞면에는 넓은 바다가 형성됐고, 뒷면은 상대적으로 밝은 고지와 크레이터 지형이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달은 지금은 지질 활동이 거의 멈춘 천체로 보인다. 지구처럼 판이 움직이고 화산이 활발히 분출하는 세계는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달은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고, 충돌과 내부 열, 마그마 활동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조용한 달의 얼굴은 거대한 충돌과 용암, 냉각과 침묵이 쌓여 만들어진 지질학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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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지역은 달 남극이다. 이곳의 영구 음영 지역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물은 식수뿐 아니라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로 나뉘어 생명 유지와 연료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 달에서 물을 확보하면 지구에서 모든 자원을 운반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또한 달 궤도에는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이 추진된다. 이는 우주인이 달 표면을 오가고, 장기적으로 화성 탐사의 중간 거점이 될 전초기지다. 달 탐사는 이제 단발성 방문을 넘어, 자원 활용과 생존 기술을 검증하는 우주 개척의 새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아르테미스 시대의 달 탐사, 자원과 생존의 문제로 확장되다

 

아폴로 시대의 달 탐사가 ‘도착’의 경쟁이었다면, 아르테미스 시대의 달 탐사는 ‘체류’의 실험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달에 착륙해 깃발을 세우고 표본을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는 달에 더 오래 머물고, 달 주변에 우주 정거장을 세우며, 장기적으로는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구상이 중심에 놓여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관심 지역은 달 남극이다. 그곳의 영구 음영 지역에는 햇빛이 거의 닿지 않아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은 단순히 마시는 자원이 아니다.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로 나눌 수 있고, 생명 유지와 연료 생산에 모두 활용될 수 있다. 달에서 물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모든 자원을 실어 나르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달 궤도에는 루나 게이트웨이로 불리는 우주 정거장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지구 저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과는 다른 성격의 전초기지다. 우주인들이 달 주변 궤도에 머물며 달 표면을 오가고, 장기적으로는 화성으로 향하는 임무의 중간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달 탐사는 더 이상 단발성 방문이 아니라 우주 거주와 행성 간 이동을 위한 기반 시설 구축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달 자원 활용 문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달 표면에는 희토류, 헬륨-3, 금속 자원 등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자원 개발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법과 외교, 국제 질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주 공간과 천체를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국제 조약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앞으로 달 자원을 누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우주 시대의 새로운 정치경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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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표면의 ‘달 소용돌이’ 현상을 시각화한 것이다. 회색의 거친 달 지형 위에 하얗게 휘감긴 무늬가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국지적 자기장이 반투명한 보호막처럼 형성돼 있다. 왼쪽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과 입자들은 이 자기장에 일부 막히거나 휘어지며, 보호받는 지역은 주변보다 밝고 덜 풍화된 모습으로 표현됐다.    

 

달 표면의 독특한 지형 중 하나인 달 소용돌이도 주목받는다. 달 소용돌이는 달 표면에 하얗게 휘감긴 듯한 무늬로 나타나는 지형이다. 아직 정확한 형성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변 지역에서 비교적 강한 자기장이 관측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달은 지구처럼 강력한 전 지구적 자기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런데 달 소용돌이 지역은 국지적 자기장이 태양풍의 영향을 일부 막아 표면 풍화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달 소용돌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무늬가 아니라, 미래 달 기지 후보지 연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방사선과 태양풍을 줄이는 환경이 중요하다. 물론 달 기지는 지하 용암동굴, 두꺼운 차폐 구조물, 인공 자기장, 레골리스 덮개 등 다양한 보호 기술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 그럼에도 자연적으로 태양풍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 있다면, 과학적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흐름을 하나로 묶으면, 달은 더 이상 낭만적 관측 대상이나 냉전 시대의 승리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달은 생명과 자원, 거주와 법질서, 미생물과 지질학이 만나는 거대한 실험장으로 바뀌고 있다. 닐 암스트롱과 아폴로 우주인들이 남긴 폐기물 봉투도 이 변화 속에서 뜻밖의 과학적 의미를 얻었다.

 

인류가 달에 남긴 배설물은 한때 가장 쓸모없는 잔여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주 과학의 시간표에서는 쓰레기도 기록이 된다. 그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를 미생물의 흔적은 묻는다. 생명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 인간은 지구 밖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달은 그 질문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 다만 반세기 전 버려진 작은 봉투 하나가, 미래 우주 문명의 문을 두드리는 뜻밖의 열쇠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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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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