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삶은 누가 망가뜨렸나, 송언석의 말이 향해야 할 곳윤석열 정부의 민생 실패를 지운 채 ‘국민의 삶’을 말하는 국민의힘의 기억상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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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없음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주가지수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말 자체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대통령이 봐야 할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코스피 지수도, 환율도, 성장률도, 세수도 국민의 삶을 설명하는 하나의 창일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말을 누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얼굴로 하느냐에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 “국민의 삶”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들이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 삶을 어떻게 다뤘는지 국민은 아직 잊지 않았다.
송 원내대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중고를 말한다. 세금 폭탄, 전월세 폭탄, 이자 폭탄도 거론한다. 그러나 그 고통의 뿌리는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누적된 경제 운용 실패, 민생 감각의 결핍, 서민 예산에 대한 냉담함, 부자 감세와 긴축 재정의 기묘한 동거가 국민의 밥상과 지갑을 갉아먹었다.
지금 국민이 체감하는 고통은 윤석열 정부가 남긴 낡은 청구서다. 그런데 그 청구서를 만든 정당이 이제 와서 계산대 앞에서 피해자 행세를 하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건전재정”을 앞세웠다.
그러나 그 건전재정은 서민의 생활을 지키는 안전망을 두껍게 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감세는 위쪽으로 흘렀고, 긴축은 아래쪽을 눌렀다.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주식 양도세 완화 논의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공공임대, 지역화폐, 취약계층 지원, 청년·소상공인 지원은 늘 재정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후순위로 밀렸다.
국민의 삶을 본다면서 정작 국민의 생활비를 줄여주는 정책은 축소하고, 자산가와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은 개혁처럼 포장했다. 이것이 과연 친서민 행보였나.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이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물가였다. 밥상 물가, 난방비, 교통비, 대출 이자, 전월세 부담이 동시에 올랐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들었지만, 위기 때 정부의 역할은 변명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방패를 드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민생 대응은 늦었고, 좁았고, 자주 엇박자를 냈다. 난방비 폭탄이 터진 뒤에야 대책을 말했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절규가 거리로 쏟아진 뒤에야 제도 보완을 말했다. 이미 상처가 깊어진 뒤에 약봉지를 흔드는 식이었다.
특히 전세사기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민생 감각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보증금을 잃고, 집을 잃고, 신용을 잃었다.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 임차인들이 제도 밖 절벽으로 밀려났는데 정부와 여당은 피해자의 회복보다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리를 먼저 꺼냈다.
국민의 삶을 본다는 정치는 이럴 때 작동해야 한다. 시장 실패와 제도 허점 때문에 생긴 피해 앞에서 국가는 피해자의 손을 먼저 잡아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따뜻한 구호보다 차가운 계산에 가까웠다.
지역화폐와 소상공인 지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역화폐는 완벽한 정책은 아니지만, 최소한 골목상권과 지역 내 소비를 떠받치는 생활형 정책이었다.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 유통망에 빨려 들어가는 소비를 지역 안에 붙잡아두는 장치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며 예산 축소 기조를 보였다.
현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에게 지역화폐는 이념이 아니라 매출이었다. 자영업자에게는 거창한 구조개혁보다 오늘 하루 손님 한 명이 더 중요하다. 그 현실을 보지 못한 정권이 이제 와서 “국민의 삶”을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R&D 예산 삭감 역시 친서민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연구개발 예산은 연구자만의 밥그릇이 아니다. 청년 연구자의 일자리, 대학원생의 생계,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지역 산업의 미래, 국가 성장 잠재력과 연결된다.
윤석열 정부는 연구 현장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은 채 R&D 예산을 대폭 흔들었다. 그 결과 젊은 연구자들은 불안정한 계약과 중단된 과제 앞에 섰고, 국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연구 생태계는 한겨울 논바닥처럼 얼어붙었다. 국민의 삶을 말하려면 오늘의 장바구니뿐 아니라 내일의 일자리도 봐야 한다. 그 내일을 흔든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지수 상승을 정치적 성과처럼 자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반박은 단순한 주가 자랑이라기보다 한국 경제를 해석하는 프레임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반도체를 빼면 코스피가 낮다는 식의 분석은 가능하다.
그러나 반도체가 한국 산업의 핵심 축인 것도 사실이다. 손흥민에게 축구 실력을 빼고 평가하자는 말이 공허하듯,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를 빼고 전체 경제의 활력을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 점을 지적했다고 해서 곧장 “민생 외면”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과장이다.
정작 민생을 외면한 것은 누구였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했나.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서민의 이자 부담이 커질 때, 여당은 금융권과 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강하게 책임을 물었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길거리에서 울 때, 얼마나 빠르고 충분한 구제책을 밀어붙였나. 공공임대와 지역상권, 청년 일자리와 연구 현장이 흔들릴 때, 집권여당은 대통령실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 편에 섰나. 이 질문 앞에서 국민의힘은 자유롭지 않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말기 대한민국은 민생 위기만 겪은 것이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마저 흔들리는 사태를 경험했다.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투자자도, 기업도, 가계도 정치가 안정되어야 미래를 계획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증폭했고, 국정 운영을 설득보다 대결로 끌고 갔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 통합보다 적대의 기름을 부었고, 국정의 중심은 민생보다 권력 방어로 기울었다. 이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심리와 민생 불안을 더 키웠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모른 척할 수 없다.
국민의 삶은 말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의 삶은 예산표에서, 세법 개정안에서, 대출 규제와 금융 감독에서, 전월세 대책에서, 공공임대 공급에서, 소상공인 지원에서, 연구개발 투자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청년의 일자리에서 지켜진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그 구체적 현장에서 얼마나 국민 편이었는가. 이 질문을 생략한 채 이재명 대통령에게만 “국민 삶을 보라”고 외치는 것은, 불을 지른 사람이 소방차 도착 시간을 탓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이재명 정부도 주가 상승만으로 민생 회복을 말해서는 안 된다. 증시 회복이 국민 전체의 체감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물가 안정, 주거 안정, 가계부채 관리, 서민 금융, 양질의 일자리, 중소기업과 자영업 회복이 함께 가야 한다.
주가지수는 경제의 체온계일 수 있지만, 국민의 삶은 체온계 하나로 진단할 수 없는 복합 질환이다. 정부는 시장의 온기와 골목의 냉기를 동시에 봐야 한다. 그 점에서 송 원내대표의 지적 중 일부는 새 정부가 새겨들을 대목도 있다.
그러나 비판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재명 대통령의 SNS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시절 자신들이 방치하거나 동조했던 민생 실패를 복기하는 일이다.
누가 서민 예산을 줄였고, 누가 감세의 혜택을 위쪽으로 몰아줬고, 누가 전세사기 피해자 앞에서 늦장 대응을 했고, 누가 정치 불안을 키워 경제 심리를 얼어붙게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 삶을 말하려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남의 집 창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기 집 거울부터 봐야 한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봐야 한다. 맞다. 그러나 그 말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만 향할 문장이 아니다. 국민의힘 자신에게 먼저 돌아와야 할 부메랑이다.
국민의 삶이 왜 이토록 팍팍해졌는지, 그 고통의 상당 부분이 어느 정부의 정책 실패와 무책임에서 비롯됐는지 국민은 기억한다. 민생을 망가뜨린 손이 이제 와서 민생을 걱정하는 척한다면, 국민은 묻는다. 그때 당신들은 어디 있었나. 그리고 그때 당신들은 누구 편이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