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수온 이중고에 멈춰선 어선들…“조업 안 하는 게 돈 버는 일”면세유 가격 한 달 만에 57% 급등, 어민들 출항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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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늘고 있다(사진=어민 블러그) |
성수기를 맞아야 할 국내 어업 현장이 고유가와 고수온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하면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조업을 나갈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출항하지 않는 것이 돈 버는 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면세유 가격 급등에 조업 포기 증가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어업 현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어민들은 일반 소비자보다 저렴한 어업용 면세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드럼(200리터)당 17만5940원이었던 면세유 가격은 4월 들어 27만6180원으로 급등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약 57% 상승한 수치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5월과 6월 가격은 동결됐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 기장에서 25년째 멸치잡이 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한 어민은 “예년 같으면 4~5월은 멸치 어획량이 많고 품질도 좋아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올해는 어장 상황도 좋지 않고 기름값 부담도 커져 출항 자체가 부담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 고수온으로 북상하는 오징어(그래픽=내외신문) |
고수온에 북상하는 어장, 사라지는 오징어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역시 어업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점차 북쪽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어선들의 지속적인 조업도 국내 어업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이후 북한 수역 조업권을 확보한 뒤 동해상에서 대규모 조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오징어 자원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오징어 자원 감소와 어장 북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국내 어선들의 조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77톤에서 11톤으로 감소해 85% 가까운 하락세를 기록했다.
근해 채낚기 조업에 나선 어선 수도 지난해 201척에서 올해 98척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조업을 나가더라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어민들의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와 수협, 긴급 지원 확대
어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정부와 수협도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어업용 면세유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수협중앙회는 총 1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수협은 우선 40억원을 투입해 면세유를 공급받는 어업인들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추가로 60억원은 유류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 조업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수협 관계자는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사업을 일시적 대책이 아닌 상설 제도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오는 9월 이후 성어기에도 안정적인 조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 동시에 어업 현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단순한 유류비 지원을 넘어 수산자원 회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중장기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