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 차고지 구내식당 집단 식중독, ‘관리 사각지대’ 드러냈다수백 명 이용에도 교대 식사 구조 탓에 집단급식소 관리 제외
|
![]() |
수백 명 이용한 차고지 식당, 왜 집단급식소가 아니었나
인천 중구 영종공영차고지 내 구내식당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단순한 위생 사고를 넘어 현행 식품위생 관리체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식당은 4개 버스운수업체 소속 기사 수백 명이 이용해 온 시설이지만, 법적으로는 집단급식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용 규모와 법적 기준 사이의 괴리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 음식물을 공급하는 시설 가운데 1회 50명 이상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를 집단급식소로 본다. 학교 급식실이나 회사 구내식당처럼 정해진 구성원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면서 한 번에 일정 규모 이상 식사하는 시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버스기사들의 근무 형태는 다르다. 기사들은 교대근무 일정에 따라 시간대를 나눠 식사한다. 하루 전체 이용객이 수백 명에 달하더라도 특정 시간대의 식사 인원이 매번 달라지면 ‘1회 50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지속적으로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관할 행정기관의 설명이다.
중구 측은 해당 식당이 차고지 관계자뿐 아니라 여러 시내버스 기사들이 이용했고, 1회 식수 인원도 일정하지 않아 집단급식소 신고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법률상 기준에 맞춘 행정 판단이라는 설명이지만, 사고 이후 현장에서는 “실제 위험 규모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해당 구내식당에서 식사한 버스기사 등 50여 명은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여파는 개인 건강 피해에 그치지 않았다. 영종을 오가는 일부 시내버스 노선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차고지 식당의 위생 문제가 노동자의 건강뿐 아니라 시민 교통망의 안정성과도 직결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보존식 의무 없는 일반음식점, 원인 규명도 늦어질 수 있다
집단급식소와 일반음식점의 차이는 단순한 행정 분류가 아니다.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다.
집단급식소는 일반음식점보다 훨씬 엄격한 위생관리 의무를 부담한다. 조리 음식 일부를 일정 기간 냉동 보관하는 보존식 관리 의무가 대표적이다. 보존식은 식중독 발생 시 어떤 음식이 원인이었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조리 종사자의 위생관리, 식재료 보관 기준, 배식 과정 관리도 일반음식점보다 강화된다.
반면 일반음식점은 주로 민원이 발생했을 때 관할 구청이 조리장 위생 상태, 식재료 보관 상태, 소비기한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정기적인 집단급식 관리 체계나 보존식 의무 보관, 영양사 배치 등 단체급식에 맞춘 별도 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에서도 인천시와 중구보건소는 지난달 26일 구내식당에서 식재료와 조리기구 등을 수거하고 검체를 확보하는 등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는 약 1주 뒤 나올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시설이 집단급식소가 아니었던 만큼, 보존식 확보 여부와 원인 규명의 신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버스 차고지 식당은 일반 식당과 성격이 다르다. 이용자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 손님이라기보다 특정 운수업체 소속 기사들로 반복된다. 시민 교통을 담당하는 필수 노동자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계속 식사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단체급식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법적 분류상 일반음식점으로 남게 되면 관리 수준은 실제 위험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고는 ‘한 번에 몇 명이 먹었는가’라는 숫자 기준만으로 식품위생 위험을 판단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하루 이용 인원, 반복 이용성, 공공서비스와의 연계성, 사고 발생 시 사회적 파급력 등을 함께 고려하는 보완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차고지 식당 위생, 기사 복지를 넘어 시민 안전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논란이 된 부분은 외부 조리 음식 반입 의혹이다. 일부 버스기사들은 해당 업체가 영종도 운서동에서 운영하는 한식뷔페에서 음식을 조리한 뒤 차고지로 가져와 배식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조리 장소와 배식 장소가 분리되면서 온도 관리, 운반 과정, 오염 가능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식중독 사고 당일 외부 조리 음식을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운영 초기인 지난 1월 초 식당 내 가스와 수도 등 조리시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며칠 동안 인근 식당에서 조리한 음식을 배달해 제공한 적은 있지만, 이후에는 식당 내부 조리시설에서 직접 조리했다는 설명이다.
업체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수백 명의 기사들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차고지 구내식당을 일반음식점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충분한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집단급식 수준의 위생관리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가. 시민의 이동권을 떠받치는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식사 공간을 지금처럼 행정 사각지대에 둘 수 있는가.
버스기사는 장시간 운전, 불규칙한 식사, 교대근무에 노출된 직업군이다. 식사의 안전성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운행 안전과 직결된다. 기사들이 식중독으로 집단 이탈하면 노선 운행은 흔들리고, 그 피해는 곧 시민에게 돌아간다. 차고지 식당은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시 교통망을 지탱하는 기반시설의 일부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차고지 구내식당에 대한 별도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순히 ‘1회 50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하루 총 이용 인원과 반복 이용 여부, 공공교통 노동자 대상 시설인지 여부를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영종공영차고지 집단 식중독 사고는 한 식당의 위생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법의 문턱 아래 놓인 단체급식성 시설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시민 안전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음이다. 행정은 법적 기준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 수백 명이 밥을 먹는 곳이라면, 그만큼의 책임 있는 관리도 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