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15조 시동… 인천, 산업 체질개선의 갈림길에 서다“물류·자율주행 승부수”… 인천, 미래차 산업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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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동공단을 비롯 인천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사진=내외신문 DB) |
[내외신문/전용욱 기자] 정부가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차 전환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5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미래차 산업 주도권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자동차 산업 지원기관을 대상으로 지역별 미래차 산업 현황 조사와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으며, 인천 역시 미래차 산업 재편 흐름 속에서 새로운 산업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은 기존 내연기관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차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기존 부품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산업 공백과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자치단체 및 지원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권역별 미래차 산업 현황 파악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민관합동 미래차 전환 간담회’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지역별 특성과 산업 기반을 고려한 맞춤형 미래차 지원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한 사전 조사 단계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역별로 미래차 특화 분야를 선정해 권역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각 지역이 중복 경쟁 대신 차별화된 산업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번 회의에서 인천테크노파크와 함께 지역의 핵심 인프라를 적극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구축된 ‘커넥티드카 인증평가센터’다. 해당 시설은 차량 통신과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연계 기술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래차 산업의 핵심인 차량 데이터·보안 분야 경쟁력을 갖춘 기반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은 또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물류 중심 자율주행 트럭’ 분야를 특화 모델로 제안했다. 단순 승용차 기반 자율주행 경쟁에서 벗어나 항만과 공항, 물류단지 등 인천의 산업 구조와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 수도권 물류망을 연결하는 구조 속에서 자율주행 화물 운송 기술을 실증하고 상용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인천만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 제조업 중심 도시에서 데이터·물류·모빌리티 기반 미래 산업 도시로 전환하려는 인천의 산업 재편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차량 제조 중심에서 플랫폼·데이터·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인천의 물류 기반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권역별 특화 전략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래차 산업은 배터리, 전장부품, 소프트웨어, 반도체, 통신, 보안 등 수많은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특정 산업만을 배치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산업 연계성과 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에 밀집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사이의 충돌은 인천이 직면한 가장 큰 변수다.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기아 화성공장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는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1·2차 협력업체가 집적돼 있다. 자동차 산업의 실제 공급망과 생산 네트워크 상당 부분이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수도권 배제’ 기조 속에서 정책 지원이 비수도권 위주로 배분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 경제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오히려 국가 전체 미래차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차 산업은 단순 지역 안배가 아니라 기술 집적과 인력, 연구개발, 실증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은 연구 인력 확보와 실증 테스트,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 보안,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역시 수도권 기업과 연구기관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수도권을 정책적으로 배제하는 접근은 산업 효율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천시의 대응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정부 정책을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 개편과 미래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제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천시 내부에 미래차 산업을 전담할 조직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자동차 산업 정책은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으며, 미래차 전환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노조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한 바 있다. 미래차 전환은 단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고용과 지역경제, 산업 생태계 전반을 좌우할 문제인 만큼 보다 강력한 행정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천테크노파크 역시 미래차 산업 대응 전략 수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천TP 관계자는 “수도권은 우수한 인재와 실증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 기술 확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올해 진행되는 중장기 연구용역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미래차 대응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지금이 인천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연기관 중심 제조업 구조에 머물 경우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지만, 반대로 물류·데이터·자율주행 중심 미래차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할 경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15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은 단순한 예산 사업이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산업 재편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문 앞에서 인천은 지금, 제조도시의 과거와 미래 모빌리티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