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멸공 정치’와 기업의 극우화, 스타벅스 사태는 왜 필연이 되었나-‘5·18 탱크데이’ 논란은 단순 이벤트 실수가 아니라 정용진식 정치 감수성이 기업 문화에 침투한 결과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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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행보 |
조직은 규정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조직은 오너의 표정과 취향, 세계관과 욕망을 닮아간다. 특히 한국 재벌 체제에서는 더 그렇다. 총수의 언어는 곧 조직의 공기이고, 총수의 정치적 감수성은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번져간다.
이번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돼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이 기업 문화 속에 스며든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이번 사건을 “터질 것이 터졌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주의 비극과 민주화의 상징인 5·18을 군사적 이미지와 결합한 이벤트가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 내부에서 기획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곧 “그 조직은 어떤 세계관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만 소비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태도와 윤리, 철학까지 함께 소비한다. 그런 점에서 스타벅스 사태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감수성과 기업 권력의 정치화가 충돌한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행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SNS를 통해 ‘멸공’, ‘우리의 적은 공산당’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노골적인 이념 메시지를 던져왔다.
당시에도 많은 비판이 제기됐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괴짜 총수의 SNS 스타일” 정도로 소비하며 가볍게 넘겼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치적 방향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극우 진영과 연결된 인맥과 네트워크가 드러나면서 우려는 커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을 유지해왔고, MAGA 세력 핵심 인사들과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과 트럼프 면담은 단순한 재계 네트워킹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 장면이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빌드업코리아’, ‘록브리지 네트워크코리아’ 등 극우 성향 단체와 연결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들 단체는 미국식 복음주의 정치운동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한국 사회에 이식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스타벅스의 행사 후원과 신세계 계열 유통망을 통한 협업 사례들은 단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기업의 브랜드 자산과 유통망이 특정 정치·종교 흐름과 결합하는 순간, 기업은 더 이상 중립적 소비 플랫폼이 아니라 이념적 영향력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된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용진 회장의 행보가 일론 머스크의 최근 정치적 변신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본래 혁신 기업가 이미지로 세계적 팬덤을 형성했지만, 점차 SNS 플랫폼 X를 중심으로 극우적 담론과 음모론을 유통하며 정치 권력화의 길로 들어섰다.
정 회장 역시 한때는 ‘용진이형’이라는 친근한 캐릭터로 대중과 소통했다. 고급 식재료와 일상 콘텐츠, 유머와 셀프 브랜딩으로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SNS는 생활 콘텐츠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중심이 됐다. 특히 반공주의와 보수 기독교, 윤석열 정부와의 친화적 태도는 점차 명확해졌다. 재계에서 “정용진이 머스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머스크와 정용진 모두 자신의 영향력을 단순 기업 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정치적 영향력으로 확장하려 했다는 점이다.
소비자 브랜드가 특정 정치 진영과 결합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시장 전체를 잃을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스타벅스는 원래 다양한 세대와 성향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중립적 도시 공간’을 표방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그 공간이 특정 정치적 감수성에 오염됐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브랜드는 커피를 팔지만, 동시에 감정과 경험도 판매한다. 그런 공간에서 민주주의의 상처가 이벤트화됐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강한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이번 사건이 더 심각한 이유는 윤석열 정부 시기의 극우 정치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극우 정치세력과 음모론 네트워크, 그리고 이를 방조하거나 동조한 사회 지도층에 대한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개인의 정치 성향” 정도로 넘어갔던 문제들이 이제는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용진 회장의 과거 발언과 행보는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멸공 논란’ 직후 신세계 이마트를 방문해 정 회장을 사실상 두둔했던 장면은 지금 와서 보면 정치적 연대의 상징처럼 읽힌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스타벅스 사태 역시 그런 정치적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 단순히 정치 성향을 가진 수준을 넘어 역사적 비극과 민주주의 상징을 가볍게 소비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부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기업 문화라면 5·18과 탱크를 결합한 이벤트는 기획 단계에서 즉시 중단됐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실행됐다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역사 감수성과 민주주의 인식이 얼마나 무너져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한 명의 실무자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문화와 분위기를 드러내는 징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용진 회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역사 교육과 내부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반응은 싸늘하다.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조직은 오너의 철학을 닮는다. 스타벅스 직원들이 극우적 상징과 역사적 비극을 결합한 이벤트를 ‘재미있는 아이디어’ 정도로 인식했다면,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누적된 조직 문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 교육 강화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벤트 담당자 몇 명 문책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세계그룹 전체가 어떤 가치 체계 위에서 운영돼왔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기업이 민주주의와 역사적 기억 앞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5·18은 단순 지역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이를 희화화하거나 군사적 이미지와 결합하는 행위는 단순 실수를 넘어 사회적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상품뿐 아니라 윤리와 역사 인식까지 평가한다.
스타벅스 사태는 한국 재벌 기업이 정치·이념과 결합할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경고등이 되고 있다. 불 꺼진 줄 알았던 극우의 회로가 대기업 마케팅 시스템 안에서 다시 번쩍이며 드러난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