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운용사 발굴부터 K-컬처 펀드까지”… IBK동행펀드, 정책금융 시동산업은행 국민성장펀드가 담지 못한 문화산업 영역, IBK가 첫 정책금융 실험
|
![]() ▲ 기업은행 전경 (사진=기업은행 제공) |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IBK기업은행이 18일 발표한 ‘2026년 IBK 동행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가 금융권과 벤처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벤처펀드 출자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내 정책금융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공고에서 ‘컬처’ 분야가 독립 투자 섹터로 포함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공모를 통해 임팩트, 바이오·헬스케어, 컬처 등 3개 분야에 총 1200억 원을 출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2300억 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컬처 분야에만 500억 원이 배정됐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이 K-컬처 산업을 단순한 문화지원 영역이 아니라 독립적인 성장산업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책금융은 반도체, 배터리, 방산, 바이오 같은 제조업과 첨단기술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한국의 대표 수출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정책금융의 핵심 투자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특히 산업은행이 추진해온 국민성장펀드 역시 국가전략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K-컬처를 독립 섹터로 편성한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IBK의 결정은 상징성이 크다. 정책금융기관이 처음으로 K-컬처 산업에 대해 “독립적인 산업금융 투자 대상”이라는 공식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지원 수준이 아니라, 콘텐츠·IP·팬덤경제·플랫폼 산업 전체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발표 시점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 성장, AI·콘텐츠 산업 육성, 문화산업의 글로벌화 등을 핵심 경제 전략 가운데 하나로 강조해 왔다.
그런 흐름 속에서 IBK기업은행이 가장 먼저 컬처 분야 정책펀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향후 정책금융 방향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이번 공고에서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전문성을 보유한 강소 운용사 발굴”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대형 벤처캐피털 중심이 아니라 실제 콘텐츠 산업을 이해하는 전문 운용사를 키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존 금융권은 콘텐츠 산업을 제조업 방식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K-컬처 산업은 팬덤 구조, IP 확장성, 글로벌 플랫폼 영향력 등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 펀드는 이런 산업 특성을 정책금융이 일정 부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출자비율을 최대 60%까지 높인 점도 눈에 띈다. 기업은행은 초기 결성 부담이 큰 섹터펀드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정책금융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회수기간이 길고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금융권의 보수적 접근이 이어져 왔지만, K-POP·드라마·웹툰·공연 산업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이번 IBK 동행펀드가 단순한 투자사업을 넘어 향후 K-컬처 금융생태계 확대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역 기반 콘텐츠 제작사, 공연 인프라, 팬덤 플랫폼, 디지털 IP 산업 등과 연결될 경우 정책금융 구조 자체가 제조업 중심에서 문화·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책금융 관계자는 “산업은행 국민성장펀드가 국가 기간산업 중심의 성장금융이었다면, IBK는 실제 현장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실전형 정책금융 역할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례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과거처럼 제조업 중심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속에서, K-컬처가 이제는 국가 전략산업의 한 축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실질적 정책금융 사례가 바로 이번 IBK기업은행의 컬처 펀드라는 점에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